베스코스에 악마가 나타났다. 이방인이라는 이름으로. 죽은 남편으로 인해 산 사람은 물론 죽은 사람에게까지 통찰력이 미치는 늙은 베르타. 그녀는 남편이 말한대로 언제나처럼 언덕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드디어 악마가 나타났다. 매우 젊고 핸섬한 남자의 모습으로. 우리가 유혹은 받게 되면 결국 그 유혹에 지고 만다는 것을 발견했소 마을 안에선 젊은 샹탈에게 접근해 온 악마. 악마의 유혹은 CF에서처럼 커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인간 본성에 관한 진실을 알려주겠다고 귓가에 속삭이면서 그는 그녀를 그리고 마을 전부를 유혹해대고 있었다. 그녀도 처음에는 솔깃했다. 그녀가 익숙해져 있는 그 모든 결핍. 삶은 그녀에게 늘 불공평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뒤바꿀 수 있는 부를 그가 약속했으니. 사람들은 모든 것을 바꾸길 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것이 변함없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로또보다 더 당첨확률이 확실한 이방인의 제안은 "사흘 안에 마을 안의 누군가를 살해하라"는 것이었다. 그들 중 단 한 명. 제물은 단 하나면 족했다. 시험에 빠진 마을은 순식간에 소돔과 고모라처럼 변해갔고, "한 사람의 희생이 전 인류를 구원했다"는 신부의 입에서 나온 말은 화약고에 붓는 기름이 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이제 희생자찾기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자기 권리를 주장하기 보다 그냥 물러서는 것이 더 쉬운 일이니까 중국인들은 악마를 이미 죄값을 치른 영혼이라고 일컫는다고 했다. 이방인은 이미 죄값을 치른 영혼이 맞는 것일까. 그의 말에 흔들렸던 샹탈은 마을 사람들이 늙은 베르타를 제물로 고르자 대항하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부당함에 맞서 싸우기 보다 모욕을 택한 어느 비겁한 사람의 일화처럼 단호한 입장을 취하기르리 두려워하는 사람들이나 그냥 물러서는 것이니까. 그게 더 쉬운 일이니까. 쉬운 일이 아닌 옳은 일을 택한 샹탈에겐 악마가 약속했던 금이 주어졌고 마을은 다시 예전처럼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그랬다. 악마는 정말 외부에서 온 것일까. 혹시 그들 안에서 세상밖으로 나왔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