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갑이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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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는 사회적인 눈을 가진 이야기꾼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문학적인 면모와 대중적인 면모 이 둘 다 지니고 있는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미있다. 가끔 그 재미를 지나서 너무나 심각하게 사회를 되돌아보게도 만든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이 세상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몇명이나 될까. 정치인, 경제인, 저널리스트를 제외하고는 매일매일 살아가는 현장에서의 삶에 우리는 묻혀 산다. 그런데 미미여사의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우리는 심각해진다. 아, 우리가 이런 세상에 살고 있구나 라며-.

함께 나누어야할 사회문제, 심각하게 섞어 곪아지고 있는 세상의 어딘가를 들춰내게 만드는 특별한 힘을 가진 미미여사가 이번에는 지갑을 통해 우리 사회와 인간의 욕망을 헤집어내고 있다. 

10개의 지갑이 각각 주인의 삶과 그 현장에 함께 함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쏟아낸다. 지갑들의 마음이 바로 작가의 목소리다. 그녀는 이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간접적이면서도 직접적으로 질러댄다.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린 사람들. 형사, 탐정, 목격자, 피해자 그리고 가족들의 지갑은 발언권을 가지고 그 사건에 개입한다. 92년도 소설이지만 지금 현재의 이야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세련되고 거침이 없다. 시점도 다르고, 화자도 다르지만 이 연작 장편은 쉽게 읽힐만큼 유기적이다. 하나를 빼도 좋고, 다른 하나가 첨가되어도 좋을 계속될 수 있는 이야기감을 열차처럼 붙여 놓았다는 점도 작가의 역량을 충분히 대변해 주는 일이기도 하다. 

지갑이기에 가능한 엿보기. 하지만 우리는 지갑처럼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무언가 구경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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