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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ㅣ 이타카
김이환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에비터젠의 유령>,<양말줍는 소년>,<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절망의 구> 이렇듯 장장 네 편의 이야기를 펴 낸 작가 김이환의 작품 중 나는 하나를 읽어보았다. [절망의 구]는 너무나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굳이 줄거리를 얘기하자면 단 한줄로도 적을 수 있는 짧은 이야기로 그는 한 권 분량을 뽑아냈다. 블랙홀처럼 상상되는 구가 사람을 진공청소리처럼 빨아들이는 상상을 하며 한동안은 요요가 있으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어린 시절 봤던 이상한 나라의 폴에서도 구처럼 시커먼 시간터널이 나왔는데, 폴은 요요 하나로 대마왕의 뿔도 부셔버리곤 했었기 때문이다. 무적의 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구를 만나도 든든할 것 같은 상상도 하게 만들었던 소설 [절망의 구]의 작가 김이환.
그가 차기작을 발표했다고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다소 평범한 제목이라 의아해지기도 했다. 게다가 성장소설이라니. 전작에서 보여준 그의 독특한 면모는 사라져버린 것일까. 아름다운 일러스트 표지와 함께 소설은 일곱살, 열일곱살,서른 일곱살의 텀을 두며 시작하고 있었다. 소년의 성장점 포인트는 일곱살이었을까. 스렇다면 스물 일곱살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몇 개의 궁금증을 뒤로하고 책장을 잘 넘어가기 시작했다.
일곱 살은 윗집 미친 아주머니가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시기였다. 주인공 "나"는 그 무렵 아주 작은 꼬맹이였는데 122 센티미터밖에 되지 않는 키로 꿈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런 아이의 눈엔 누군가의 아내였던 윗집 아주머니의 발작은 트라우마로 남진 않았다. 일곱살의 눈엔 그저 세상은 겪는 곳이 아니라 바라보는 곳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열 일곱이 되었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 비석은 "너는 곧 자살할 것이다"라고 속삭였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유난히 작았던 소년은 키가 179 센티미터가 되었지만 그만의 모험을 떠난다. 죽음에 사로 잡힌 나이라고 정의내린 열 일곱은 유난히 길었다. 그는 이제 세상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결국 변하지는 않음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181 센티미터가 된 서른 일곱의 어른이 된 소년은 자신이 가질 가치가 있는 삶을 되돌아 보고 있었다. 그의 성장점은 일곱살 텀이 아니라 열 일곱이 아니었을까. 결국 작가는 [절망의 구]에서처럼 일상적이지 않은 것들을 일상으로 끌고오는 상상력을 또 다시 접목해 놓았다. 물론 그가 후기에서 밝히긴 [절망의 구] 이전에 써 놓은 작품이라고 했지만.
작가가 다음엔 어떤 소재로 우리를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세계는 언제나 색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가 쓰고 있다는 다음 작품이 살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