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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콘클라베
후안 고메스 후라도 지음, 김현철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전 읽었던 [콘클라베]의 아쉬움을 이 책이 채워주고 있었다. 좀 더 명확하고 선명한 사건들. 그리고 범인을 추적하는 추리물스러운 추적. [피의 콘클라베]는 속이 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작품이었다. 스페인 작가 후안 고메스 후라도는 그렇게 바티칸을 상상의 무대로 넓혀만 갔다.
교황선거는 로마만의 행사가 아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가장 아날로그적인 형식으로 치루어지는 대표자 뽑기. 그들의 선거는 데드라인이 없다. 더이상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지 않을때까지 행해지며 그 누구도 그들의 선거를 멈출 수 없다.
2005년 4월 2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서거하면서 새로운 교황선출을 위해 로마가 열린다. 추기경들이 속속들이 모이는 가운데 두 명의 추기경이 눈알이 뽑히고 혀가 절단되어 엉덩이에 박힌 채 잔인하게 발견된다. 수사는 즉시 전 공군 정보국 장교였던 앤서니 파울러와 UACV 산하 LAC책임자이자 심리학 박사인 파올라 디칸티에게 맡겨진다. 그들이 파헤쳐가는 사건의 진상 가운데엔 빅토르 카로스키라는 신부가 서 있다. 그는 연쇄살인범이다. 종교의 보호 아래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죽여왔던 그가 이젠 추기경들을 향해 그의 칼날을 겨누고 있었다. 모습까지 바꾸어 가면서.
바티칸 시티는 전 국토가 도시를 이루는 세계의 유일한 국가다. 천연자원이 "무"인 상태에 출산율 0%라는 이례적인 통계를 남기며 주로 헌금에 의지해 유지되어 온 국가인 셈이다. 그런 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살인사건이라니....떠들석해질만도 하지만 그들은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해가면서 빠르게 사건을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들이 카로스키를 검거하기 위해 애쓰는 동안 콘클라베는 지연없이 진행되고 결국 독일 출신의 라칭거 추기경이 당선된다. 이례적인 시간인 단 이틀만에 이루어진 일이며 그는 베네딕토 16세의 이름을 받게 된다.
때로는 진실이 중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이 내용은 소설일 뿐이지만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알게 되는 것보다는 알게 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잃으며 살아간다. 그런데 이런 사건들로 인해 마음 속의 믿음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면 우리가 마음 놓고 쉴 곳은 또 어디에서 찾게 될 것인가.
소설은 후련함을 선사했다. 둘러서 이야기하기보다는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면서 우리에게 상상하기보다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