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꽤 특이한 책이 손에 들어왔다. 99라니... 1Q84만큼이나 아리쏭해졌다.
대체 저 99는 시간을 의미하는 것인지 무언가의 갯수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호해졌다. 그리고 책을 펼치는 순간 숫자에 대한 궁금증도 곧 사라졌다.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사진이란 비밀을 담아내는 비밀이다. 라는 다이앤 아버스의 말이 인용되어 있었다. 비밀을 담아내는 비밀이라니...사진은 추억을 간직하고 시간을 스크랩하며 누군가를 위한 그리움의 매개체가 아니었던가. 그런 사진이 비밀을 담아낸다니. 사실 카메라의 셧터가 "찰칵"하고 소리를 내는 순간 이미 그 순간의 비밀은 사라지는 것이다. 남겨진다는 것은 밝혀진다는 것이니까. 

그런데도 작가는 비밀엄수를 부탁하듯 읊조리고 있었다. 무엇이 비밀을 요구할만큼 특별한 일인 것인지...작가의 타 작품에 비해 99는 매우 실험적이 작품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것이 사진작가 강영호가 보여주는 흡인력 있는 퍼포먼스들은 작품을 더욱 음습하며 괴기스럽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작가와 사진작가의 상상력은 맞닿아 있으면서도 또한 따로 떼놓고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개별성이 존재했다. 

[99]는 예술적 동거의 기록이었다. 첫장부터 심상치 않기는 했다. 강영호의 "신중하지 않은 뿔"의 표현은 놀라웠다. 팀버튼의 영화에서나 발견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흡사 불에 탄듯한 인간형상으로 괴기스럽고 흉물스러웠지만. 

제이킹은 지킬박사처럼 "신중하지 않은 뿔"이라는 하이드의 인격을 가지고 있었다. 상상 사진관 주인 강영호는 그를 카페 "습작"에서 만났다.  서른 즈음의 그는 처음엔 깔끔한 차림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곧 본모습이 드러난다. 연쇄살인마. 드라큘라 성을 설계하는 건축가에게 그만한 이력은 최고인 것일까. 드디어 제이킬이 죽고 드라큘라성은 대한민국 건축대전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사라진 건축가를 대신해 건축주인 "나"가 상을 대신 받지만 그 앞에 또 하나의 인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주 익숙한 인물이...

소설은 시작부터 끝까지 보여주기 위함인지, 상상하라고 던져둔 것인지 모를만큼 강렬한 무언가를 뿜어낸다. 역동적이다라는 표현과는 걸맞지 않지만 강한 임팩트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재미있다. 아니다 를 논할 수 없는 특이한 작품. 소설인지 사진집인지 모를 모호한 소설 하나. 
드디어 읽기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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