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수집가 - 어느 살인자의 아리아
트리아스 데 베스 지음, 정창 옮김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바그너의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 저주받은 사랑의 진실이 노트 세 권으로 밝혀진다.

전임 성직자슈테판 신부의 후임으로 보이론 수도원에 도착했을 때 린데 신부를 반겨 준 것은 세 권의 노트였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도서대여점 직원이 골라준 [어느 독일 여가수의 회고]가 이 노트 세 권과 이어져 있는 것임을.

 

독일 에로티시즘 소설로 길이 남을 이 책 속에는 남녀의 섹스와 누드,육체의 희열 뿐만 아니라 여가수 자신의 경험담들이 진하게 녹아 있었는데, 사실 그 진실들은 아주 불행한 사랑의 증거일 뿐이었다.

 

세 권의 노트에 대한 신부의 변이 마쳐지고 나면 노트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번째는 소년 루드비히의 어린 시절에 관한 이야기였다. 유명한 화가인 아버지의 품 아래에서 넉넉하게 자랐지만 소리에 대해 민감하고 예민한 청각을 지닌 루드비히. 게다가 소년은 아주 아름다운 소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치 천상의 소리와 비슷했다. 그 목소리는 너무 아름다운 나머지 위험한 것이었는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루드비히는 아버지와 헤어져 게장스 음악학원에 입학했다. 그곳은 소년들을 거세해서 카스트라토 합창단을 구성한 곳이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뮌헨으로 돌아와야 했다.

 

두번째 노트는 사촌이모 콘스탄체의 집에서 시작된다. 이기적인 부모로 인해 노처녀로 살고 있던 콘스탄체의 집에 기거하면서 마르티나,루도비카를 비롯한 숫한 여자들을 죽여버렸지만 그건 그가 의도한 일이 아니었다. [향수]의 그루누이가 아무 감정없이 계획적으로 여인들을 살해한데 비해, 루드비히는 어쩔 수 없이 죽여야만 했다. 그와 성관계를 갖는 여자는 반드시 죽어버렸고, 그는 성적충동을 이기기엔 너무나 열정적인 나이때를 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튀르스톡 노인에게서야 자신의 저주가 트리스탄에게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게 된 루드비히는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한꺼번에 소유하고 있는 트리스탄의 힘의 본질을 알게 되었으며 자신이 그 후예임을 깨달은 동시에 출생의 비밀도 알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노트는 고백한다. 트리스탄의 후예가 존재하는 것처럼 이졸데의 후예도 존재하고 있음을. 이졸데의 후예인 마리안네와의 사랑은 그래서 금기시 된 것이다. 서로의 죽음을 예견하면서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운명. 루드비히의 사랑은 스스로를 거세하여 죽음을 맞는 것으로 종결되고 있었다.

 

운명앞에서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 이 근본적인 질문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고스란히 숙제처럼 남아 있다. 루드비히의 사랑뿐만 아니라 그에게 희생된 많은 여성들의 운명 또한 그 안에 포함되어 있으며, 결국 그들에게 남아 있는 것은 이 노트 세권과 또 하나의 고백서 뿐인지....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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