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 회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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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인 불명의 시신이 많은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시신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경찰과 의사가 너무 많아

시신은 말하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한데 경찰과 검시관이 귀를 막고 있어

다른 하나는 돈이야

다른 하나라기보다 이게 제일 큰 원인이지

P23~24

미쓰자키 교수가 TV프로그램에서 한 발언의 후폭풍은 대단했다. 빗발치는 항의전화와 예고살인 1건.

친애하는 미쓰자키 교수

인터뷰에서는 아주 대단하게 말하던데

시신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당신의 귀를 시험해 보지

앞으로 나는 사람을 딱 하나 죽일 거야

반드시 자연사로 보이게 말이야

그러나 시신은 살해당했다고 주장하겠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들어봐(P34)

살인범의 트리거가 된 지점은 어디일까?

나카야마 시치리의 법의학 시리즈는 '히포크라테스'가 붙여져 출간되고 있다.

국내 출간 기준으로 3번째인 <히포크라테스 회한> 이전에 <히포크라테스 선서>,<히포크라테스 우울>이 번역된 바 있다.

시신은 사람을 속이지도, 거짓말하지도 않아요

'사이타마의 빨간 귀신과 파란 귀신'으로 불릴 정도로 유능하면서도 동시에 괴팍한 미쓰자키 교수와 와타세 경부가 중간중간 카리스마 있게 등장하지만 소설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이끌어가는 건 고테가와 형사와 마코토 조교 콤비다. 미쓰자키를 향한 살인예고장을 공개적으로 보낸 범인을 잡기 위해 총 5건의 죽음을 수사하면서 일본 사법해부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낸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은 가미된 범죄추리장르로만 읽기엔 너무 훌륭했다. 짧지만 묵직했고 간간이 유머러스한 대목까지 포함되어 지루함없이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게다가 앞장엔 등장인물의 삽화까지 더해져 문고판같은 느낌도 살짝 얹어진듯한 <히포크라테스 회한>.


열중증으로 죽은 90세 노인의 죽음

간암 파열로 진단 받은 베트남 실습생의 죽음

오토바이 사고사로 꾸며진 아들의 죽음

피웅덩이를 만들며 갑자기 쓰러진 필리핀 여성의 죽음

생후 5일된 유아 돌연사


이 중 어느 죽음이 범인의 솜씨(?)인지 열심히 수사한 고테가와 마코토 콤비.그리고 귀신같은 부검으로 죽음의 원인을 알아낸 미쓰자키 교수. 

결국 범인이 밝혀지고 살인의 동기와 범행수법까지 다 까발려지지만 다섯 건의 죽음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진실은 씁쓸하기만 했다. 차별, 악의, 거짓이 난무하는 가운데 과거의 복수를 핑계삼아 자신의 욕구를 채운 범인에게 강한 일침을 한 미스자키 교수의 마지막 대사에서 100%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엔 부족했지만.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를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한국과 일본은 너무 다르면서도 때로는 비슷한 구석이 많은 나라다는 점이다.

특히 범죄소설이나 법정소설에서 그 느낌이 강한데, <히포크라테스 회한>에서 다루어진 에피소드들도 그런 의미에선 배경을 한국으로 고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그 실정이 비슷했다. 사람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 것일까.

미쓰자키 교수의 부검보다는 수사콤비의 공조가 탁월했던 만큼 다음 권에서는 뛰어난 부검실력에 비중을 둔 에피소드들이 더 많았으면하는 바램을 갖고 아쉬움을 달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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