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세계사 - 영화가 새로워지고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보다 역사
송영심 지음, 신병근 그림 / 풀빛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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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다빈치 코드','타이타닉' 등은 그냥 봐도 재미있다. 하지만 그 배경이 되는 역사적 지식이 더해진다면 얼마나 더 흥미로워질까. '오디세이','노예 12년','알렉산더' 등도 마찬가지다. 역사 교사로 40년간 재직한 송영심 선생님이 집필한 <영화보다, 세계사>는 책 제목으로 붙여진 것처럼 영화가 새로워지고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영화나 역사도 여행처럼 아는 만큼 더 재미있어진다. 국가나 비슷한 시기별로 묶인 책들과 달리 <영화보다, 세계사>는 문명/사회문화/전쟁과 개척/종교/인물이라는 5개의 분야로 나뉜다. 이 중에서 제일 궁금한 인물파트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순차적으로 읽지 않아도 이해하는데 무리는 없었다.


인물관 : 진시황 알렉산더 대왕 엘리자베스 여왕 존내시

네 명 모두 알고 있던 인물이지만 진시황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 가운데 <제국>만은 보지 못한 작품이다. 중국에서 상영된 지 4일 만에 상영금지 되었다니 더 궁금해졌고 천재 음악가 고점리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다. 꽤 많은 자료들을 봤고 전시회도 빼놓지 않고 봤던 인물인데도 불구하고 또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해 신선했다. 병마용갱, 분서갱유, 아방궁, 암살시도, 불로장생의 꿈.... 한 인물의 인생 안에 참 다이나믹한 요소들이 많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또 헬레니즘, 헤브라이즘, 악티움 해전의 역사적 지식을 갖고 보면 훨씬 풍부한 관점에서 보이는 영화 <알렉산더>와 칼레 해전이 등장하는 <골든 에이지> 역시 역사에 흥미를 두고 있다면 놓치기 아까운 영화다. 아버지, 어머니, 자신과 언니 그리고 메리스튜어트까지 드라마틱하면서도 너무나 버라이어티하게 엮인 엘리자베스 1세의 스토리는 사실 어떤 영화(혹은 드라마)를 선택해도 후회할 리가 없겠지만. 누가 중심이 되는가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질뿐 역사적인 사실과 인물이 겪게 되는 사건들은 동일하지만 <골든 에이지>는 각색된 부분에 대한 역사적 오류 지적이 있던 영화여서 관람 전 역사적 사실을 먼저 확인하고 보면 좋을 영화다.

1999년 개봉작엔 3살엔 사생아, 21살엔 사형수, 그러나 25살엔 세계를 지배한 여인(p259)라는 문구가 붙여졌다면 2007년작인 골든 에이지는 여전히 멋진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를 보는 재미와 의상상을 수상한 영화인만큼 화려한 드레스를 구경하는 재미 또한 더해진다.


<뷰티풀 마인드>는 아벨상을 수상한 한 인물을 조망한 점에 대해서는 의미가 깊은 영화지만 사실 극장에서 관람했던 당시에는 지루함을 느낀 영화다. 천재 수학자 존 내시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그가 앓았던 정신 질환에 대해 공감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보았다면 어땠을까. 소설가 조지 오웰이 '냉전'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이었다는 점도 알지 못했지만 암기만 했던 '마셜 플랜'의 확장점과 '북대서양 조약 기구'와 '바르샤바 조약 기구'가 결성된 불안전한 시기를 살아내며 천재성을 발휘했던 존 내시의 불안감을 조금쯤은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비슷했던 영국의 앨런 튜링을 소재로 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이 와 닿았던 것처럼.






사회 문화관 : 다빈치 코드 레 미제라블 타이타닉 서프러제트

역사적 순간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었던 파트는 문명관사회 문화관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다빈치 코드, 레 미제라블, 타이타닉은 지금 다시 봐도 감동이 여전할 정도의 역작들인데다가 책은 세계사 연표와 당시 우리 나라 역사적인 사실들을 한 눈에 담기 좋게 편집해 놓아 상식을 더하게 한다. 가령 타이타닉이 침몰할 무렵 중국에서는 신해혁명이 일어났고 우리 나라는 그 무렵 한일병합 조약으로 대한제국은 멸망했으며 안창호 선생은 흥사단을 설립했다.

영화 타이타닉은 몇 번 관람했는지 잊어버렸을 정도로 보고 또 봤던 영화다. 처음 볼 땐 잭과 로즈의 러브 스토리만 보였다면 두 번째 볼 땐 선박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조차 갈린 신분격차가 보였고 삶과 죽음이 갈린 구명정 20척 속 인간의 이기심도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시청할 때마다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보일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영화여서 이와 관련된 실제 사실들을 알아가는 건 여간해선 멈추기 힘든 일이다. 가까운 지점을 지나던 정기선의 무선 기사가 잠들어 버려 구조 요청 신호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과 하버드 대학교 와이드너 도서관이 타이타닉호에서 목숨을 잃은 아들의 소장 도서와 건설비를 기증하며 건립되었다는 사실은 책을 읽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안타깝다.

반면 그 의미도 몰랐다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한 영화 <서프러제트>의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찾아보고 싶어졌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로 뛰어들어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간절했던 그녀들의 요구는 단순한 투표권이 아닌 인식 변화와 권리에 대한 투쟁이기 때문에. 평범했던 20대의 여성 노동자 모드가 여성 참정권 운동가( 서프러제트 )가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투영되는 삶엔 여성, 자신조차 모르고 살았던 불평등한 모습이 담겨 있는 듯해서 영상으로 만나보고 싶어진 것이다.


문명관에서 소개되는 4편의 영화(오딧세이, 글래디에이터, 노예 12년, 인터스텔라)와 종교관에서 소개하는 4편의 영화(킹덤 오브 헤븐, 부활, 티벳에서의 7년, 셜록 홈즈)도 명작들이다. 또 전쟁과 개척관편에서의 호텔 르완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1917,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과 맞닿은 역사적인 사실도 우리가 분명 알아야할 진실들이다.


책을 읽기 전엔 몰랐던 부분이 채워지면 만족스러울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더 알게 되면서 더 궁금해졌다. 좀 더 찾아보고 싶어졌고 비슷한 소재나 같은 시기의 역사를 다룬 다른 관점의 영화도 찾아보게 된다. <영화보다, 세계사>가 쏘아올린 신호탄은 그랬다. 무언가의 계기가 된다는 건 중요한데 좋은 책은 항상 좋은 방향으로 사람을 이끄는듯해서 읽고 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문내고 싶어지나보다.


* 사진출처 : <영화보다, 세계사>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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