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이야기 - 인생을 좌우하는 신경계
아르민 그라우 지음, 배명자 옮김 / 생각의집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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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 교수이자 박사인 아르만 그라우는 루드비히하펜 클리닉의 신경학과 수석의사다. 뇌졸중 전문이며 2018년부터 2019년까지 독일 뇌졸중 협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런 그가 들려주는 신경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

뭉뜽그려 '신경 질환'이라 일컬어지는 연관 병명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알츠하이머,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간질, 다발성경화증, 편두통, 긴장성 두통 등.....흔하게 들어본 병명들이지만 경험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위중증 병명들이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신체는 너무나 신비로워서 뼈나 살처럼 골조격 신체조직들도 있지만 신경 조직처럼 세밀하면서 예민한 조직들도 함께 구성되어 있다. 평소에는 눈에 잘 띄이지 않아 그 고마움을 잊고 살다가 어딘가 저릿저릿하다거나 통증이 느껴지면 '신경쪽인가?' 의심할 때가 많아진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부쩍 더.

사실 그러한 이유로 내원할 때마다 의사에게 묻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속시원하게 설명해주는 의사를 만나는 일이 쉽지 않아 아쉬웠는데 독일도 그러한가보다. "자신의 질병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환자와 가족이 많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았고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p11)라고 아르만 그라우 박사가 밝히고 있으므로.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너무 몰랐다'는 거다. 중요한 신체 기관인 '뇌'에 대해 우린 너무 모른채 살아가고 있었다. 의사처럼 수술이나 치료를 위한 전문지식을 채울 필요까진 없어도 최소한 뇌가 산소와 영양 부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관이라는 점, 혈액 공급이 10초만 중단되어도 뇌 기능이 멈추고 의식을 잃고 만다는 점, 그 시간이 4~5분이 넘어가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하며 금새 뇌경색에 도달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생활해야 조심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중/고등학교 교육에 편입될 수 없다면 적어도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건강에 대한 기본 지식과 응급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간이 의무화 되면 어떨까. 싶어지는 대목이다.


책을 통해 알게 된 '뇌졸중'은 가볍게 넘길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질병이었다. 발병 후 10% 정도의 환자는 몇 달 안에 치매 증상을 경험하고 편마비/구안와사/실어증/시력 소실/현기증/ 복시(이미지가 겹쳐보이는 증상) 등을 겪을 수도 있다고 한다. 마비나 언어/감각장애/실명까지....하나 같이 살면서 비켜가고픈 증상들이라 어째서 이 질병에 대해 빠른 관심을 두지 않았나? 후회될 정도였다.

이런 깨달음을 얻게된 건 전문적인 분야를 설명하면서도 저자가 너무 쉽게 풀어쓰고 있으며 중간중간 심플한 그림으로 그 이해를 돕고 있기 때문이다. 편집과 구성 또한 난잡하지 않아 순차대로 읽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곤 했다. 특히 자신의 환자들의 증상과 치료 경험을 녹여 독자로 하여금 환자가 되어 그 과정을 겪어낸 것 같은 느낌을 받게하여 더 증상들이 와 닿기도 했다.








책이 번역본이라 재활시설-부대시설-일반병원으로 이어지는 독일의 재활치료 시스템에 대해 언급한 대목이 나오는데, 읽다보니 문득 의료강국이라는 한국에서는 뇌졸중 치료와 케어가 어떻게 행해지고 있는지 굼긍해진다. 또 뇌졸중은 멀쩡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닥치기도 하는 시급을 다투는 급성 중병이다보니 미리 읽어두길 잘했다 싶어진다. 내게 닥쳐도 문제지만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생기게 된다면 모르고 만나는 것보다는 좀 더 든든하지 않을까. 특히 뇌졸중 이후 처음엔 먹거나 마시는 것이 금지된다는데 이는 삼킴장애로 인한 사망이 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정보들을 리미 알아둔다면 궁금하고 답답한 마음 없이 치료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을 것 같아서.



한편 예방법은 없을까? 궁금했는데 책의 후미부분에 올바른 생활방식이 덧붙여져 있었다. 충분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금연과 혈압 관리하며 생활하면 도움이 된다고 하니 혈압관리부터 시작해 볼까 싶다. 뇌에 문제가 생겨 수술을 받게 되면 일단 수술 경과가 좋다고 해도 수술 전후의 삶은 달라질 수 밖에 없을 듯 해서. 닥치고 해결하는 것 보다 미리미리 예방하는 편이 훨씬 이득인 건 병도 마찬가지 아닐까.

또 여담이지만 최근 본방사수 중인 닥터 김사부 시즌3에도 뇌졸중 관련 환자가 등장하지 않을까? 관심을 갖고 시청 중이다.



*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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