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을 지우고 하루 더 그리는 그대
이안정 지음 / 좋은땅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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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 따뜻하게 마음을 데워줄 책선물 하기 좋은 계절.

시처럼 짧게 쓰여진 짧은에세이 한 권을 펼치며 일상의소중함을 되짚어보는 중이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을 마중하기 위한 시간인 12월에.

 

 

그림과 사진이 제법 많이 수록되어 있어 글자를 읽는 잠시 잠깐 눈을 쉬게하기 적당하다. 하지만 쉼에 머물지 못하고 이내 글자 속으로 또 빠져든다. 평범한 단어 사이사이에 위로와 공감이 스며들어 에세이라는 사실을 잊고 또 대화하듯 읽고 있다.

 

제목은 시의 그것(?)이지만 내용들은 쉽게 쓰여져 있어 마음을 흔들기 충분했다. '그 사막에서'(p186)와 '여름과 겨울 그 중간에서'(p214)처럼 제목부터 마지막 한 단어까지 다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있는가 하면 '그 말 앞에서'처럼 끝 문장이 가슴을 후벼파는 글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그 말 뒤에

수많은 해석이 있다는 것을

p202/ 그 말 앞에서

 

 

각자가 살아온 시간, 추억의 깊이가 달라 같은 글을 읽어도 채워지는 감성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내겐 의미가 짙은 문장도 누군가에겐 별 감흥없이 읽일 수도 있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계절에 읽을 감성에세이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7일을지우고하루더그리는그대>부터 에세이추천해야지. 같은 느낌을 남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다른 느낌도 좋으니 하루 중 잠깐 튼 여유를 좋은 글로 채웠으면 하는 바램이 들어서다.

 

사흘 전에 읽은 책은 감정소모가 너무 심해 하루 종일 진이 빠져 내 할 일을 놓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제 읽은 책은 너무 밍숭밍숭했다. 기다렸던 작가의 소설이었는데 다 읽고나서 몇 줄 남길 수도 없을 정도로 '내가 뭘 읽었지?'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오늘 읽기를 끝낸 이 책은 무척 쉽게 읽혔다.

 

짧은 길이감이, 순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잘 정리된 글의 내용이 술술 읽히게 만든 주범(?)이지 싶다. 최근 들어 설렌적이 있었던가? 감정기복 없이 담담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크게 설렌 적도 크게 절망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고작 재미난 드라마의 시작시간을 기다리는 몇 초의 설레임 외엔. 그래서 책의 제목 중 "그.만. 설레고 말았다"를 펼쳐들면서 내용과 상관없이 제목만 읽고 '설레다'라는 단어에 붙잡혀버렸다.

 

 

 

하루에 한 가지씩 설레임을 찾는다면 너무 시간에 쫓기게 될까? 행복하다는 느낌과 달리 설렌다는 느낌은 또 색다른 의미이므로. 책에서 찾아낸 단어 하나에 꽂혀 막 시작된 12월의 지난 간 며칠 간을 되짚어본다. 가끔 책은 이래서 좋다. 읽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내게 부여하므로.

 

 

* 레뷰의 도서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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