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큰 개 파이
백미영 지음 / 텍스트칼로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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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텍스트칼로리에서 출간한 동물에세이 책은 표지가 너무나 예쁜 민트 컬러다. 몸집만 커다랗지 순둥순둥한 대형견 리트리버 '파이'가 등장하며 만화로 그려져 있다. 드문드문 실제 사진도 실려있지만 둘 다 귀여워서 어느 쪽이 더 좋다~는 판가름하기 힘들다. 화자인 '백작가'는 결혼하면서 하루아침에 대형견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견주가 되었다. 남편인 '익박사'가 키우던 35kg의 여섯 살배기 개큰개파이가 신혼집으로 함께 들어와 살게 된 것. 이들 부부는 결혼 후 6개월 뒤, 터키 이스탄불로 떠나야 했기에 백작가가 결혼 전까지 살던 작은 오피스텔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파이도 함께.

 

큰 개를 키워본 적이 없던 그녀는 파이와 살면서 대형견과 함께 산책을 나가고 실외 배변을 치우고 진드기를 득템(?) 하는 일을 경험했다. 분명 낯선 일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싫은 소리를 듣게 되는 날도 있었고 남편 없이 혼자 나간 산책길에서 파이의 힘에 밀려 통제가 어려운 날도 있었다. 털갈이 시즌엔 눈처럼 공중에서 털이 날려댔고 파이에게 자신은 밥 셔틀 내지는 밥 자판기 정도로 여겨지는 것 같아 심란해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귀를 터는 파이의 모습에서 귀엽고 짠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고 꼬리의 흔들림으로 개의 마음을 알아채기에 이르렀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이 따뜻함을 그녀는 파이를 통해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내가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알아가듯이.

 

몸집만 컸지 작은 개를 보고도 겁내는 파이는 너무나 귀여웠다. 특히 동물병원에서 다른 견주들이 작은 강아지를 안아주는 걸 보면서 제 몸집이 큰 것은 잊어버린채 저자에게 안아달라고 조르는 눈빛을 보내는 파이의 얼굴은 잊혀지지가 않는다. 인스타툰 속 그려진 강아지지만.

 

꾸중을 듣고선 엘리베이터 구석에 머리를 박고 억울해하는 파이,수영을 좋아하지 않는 파이, 가슴 부위를 긁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파이....분명 남의 개인데 이렇게 귀여울수가 없다. 글이 아닌 그림으로 접해서인지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파이의 기분이 더 잘 전달되는듯 했다. 그리고 드디어 세 가족은 낯선 나라 터키로 날아갔다. 약 15시간을 견디면서.

 

이전에 제주도로 건너가 살아볼까? 생각했던 마음을 바로 접었던 이유가 고양이들을 짐칸에 실어 가야한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터키로 간 파이네는 온도와 기압이 유지되는 생물칸에 태웠다는 걸 보면 항공기마다 다르거나 예전과 달리 태워가는 공간환경이 좀 더 좋아졌나보다. 그래도 15시간은 참 길다.

 

비록 파이로 인해 학교 전용 아파트에 입주할 수 없었지만 부부는 감내했다. 파이는 그들에게 이미 가족이므로.

 

그 외엔 파이가 살고 있는 터키는 현재의 한국보다 더 좋은 환경처럼 보여 부러움이 앞선다. 길 위에서 사는 개들을 위한 사료와 물이 도처에 놓여져 있고 길고양이들에게도 관대한 나라다. 파이는 한국에서 kg으로 책정되어 목욕비가 23만원이었지만 터키에서는 단돈 2만 5천원이란다. 대형견이 아닌 그냥 개이기 때문에. 하루 호텔링 비용도 2만원. 터키에서 꼬리표처럼 달고 살았던 '큰,대형'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는 대목에서 좀 먹먹해진다. 음식점에 함께 가도 점원이 개가 마실 물을 내어주는 나라. 개와 함께 입장할 수 있는 박물관이 있는 나라, 터키.

 

앞으로 '개와 함께 터키'로 가야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말리는 대신 얼른 다녀오라고 등떠밀어줘야겠다 싶어진다. 물론 타국에서 세 가족이 겪는 소소한 일상 속엔 고난의 순간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터키로 온 날, 소분된 터키의 값싼 사료를 먹고 파이는 설사에 혈변까지 봤다. 병원에 입원하는가 하면 갑자기 달려든 길고양이에게 물리는 일도 있었으며 파이에게 배타적인 동네 길개들로 인해 근처 산책에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키에 사는 개, 김파이'는 행복해 보인다. 귀여운 만화로도 중간중간 글로 적힌 짧은 에세이를 통해서도 더이상 파이는 '남의 개가 아닌 우리 개' 로 살고 있었다. 마음껏 뛰어놀면서. 결혼한 남편과 적응해나가는 일보다 파이와 교감하며 서서히 익숙해져나가는 과정이 더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 살짝 미소짓게 하는 책 <개큰개파이>를 읽으면서 가장 크게 웃었던 대목은 남편이 주문했다는 파이개껌의 실제 사진을 보면서다. 에버랜드 사자우리에 납품된다는 개껌은 길이가 1m가 넘고 저자가 등에 걸쳐도 가로지를만큼 큼지막했다. 세상에 이런 사이즈의 개껌이 있을 줄이야~

 

반려동물 서적을 읽다보면 어느 부분에서는 슬픈 내용이 나와 가슴을 후벼팔 때가 있는데, 이 책은 유쾌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잔혹한 내용도 없고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아 읽는내내 마음이 편안했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일상을 눈으로 쫓아가기 바빴다. 다음 장엔 또 어떤 귀여운 모습의 파이가 있을까? 기대하면서.

 

 


*레뷰 도서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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