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옷소매 붉은 끝동 1 옷소매 붉은 끝동 1
강미강 / 도서출판 청어람 / 2017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꼬장꼬장한 세자 저하와 똘똘한 어린 생각 시의 티키타카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사극 제목치고는 낯선 감이 있어 타 방송국의 드라마를 본방사수했는데, 어느 날 재방으로 본 이 드라마의 대사가 찰지고 주/조연의 캐릭터 조합이 좋아 넋 놓고 보게 되었다. 그리고 원작 소설이 웹 소설로도 올려져 있어 무료 보기로 내용을 앞질러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책을 구매하고 말았다. 짤막하게 보여주는 길이감이 애간장을 태워 그냥 종이 위 글자로 싹 다 읽고 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다. 며칠 기다렸다가 택배로 받은 2권의 책은 딱 한 가지를 빼곤 아주 만족스러웠다.


글씨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글자 크기 때문인가? 해서 다른 책과 비교해 봤는데 글씨가 더 작은 책도 선명하게 잘 읽혀 글씨 탓은 아니었다. 대본집 [백일의 낭군님]과 동시에 펼쳐놓고 보니 종이 색감이 살짝 달라 읽기가 좀 불편한듯했다. 종이 색감에 비해 글자가 연하게 인쇄되어 또렷하게 읽는데 방해가 되였달까. 물론 사람마다 다를 테니 내게만 불편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편집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소설의 내용은 아주 훌륭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는 이야기다. 헤어짐은 슬플 테고 잊힘은 덧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함께한 순간순간들이 때로는 재미있게 때로는 애절하게 때로는 울화통 터질 정도로 답답하게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생각 시들에게 전기수처럼 찰지게 책을 읽어주던 덕인이는 죽은 희열 궁의 상여가 장지로 향하던 날 영조와 마주쳤다. "글씨를 잘 쓰는 궁녀가 되고 싶다"던 어린 생각시에게 죽은 후궁이 손수 지은 책을 하사한 임금 덕분인지 덕이 모은 정말 글씨를 잘 쓰는 궁녀로 자라났다. 똑똑하고 눈치 빠르지만 개구진 그녀가 소속된 궁은 동궁. 덕임이와는 정반대의 성격으로 깐깐하면서도 모범의 극치인 세손은 어디로 튈지 모를 고무공 같은 생각시에게 언제부터 홀딱 반했던 것일까. 여자를 멀리하고 궁녀를 싫어하는 것을 대놓고 표시내는 세손 곁에서 특별한 스파크를 튀겨내는 덕임을 구경하는 일은 여간 재미난 일이 아니었다.


또 덕임, 경희, 영희, 복연으로 맺어진 생각시 4총사의 우정과 세손-덕로 연대가 보여주는 케미 또한 쏠쏠하다. 1권의 이야기만드로 이미 드라마의 내용을 앞선다. 세손은 왕이 되고 덕임은 동궁의 궁녀가 되었다. 그 사이 1인지하 만인지상의 위치에 선 덕로가 드디어 자신의 누이를 후궁으로 밀어넣었으며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고 덕임 또한 내쳐졌다.




궁녀는 죽어도 되옵니까?

왕실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궁녀들은 죽어도 되옵니까?

p478





왕은 상처받았다. "내가 너를 선택했다. 그런데 너는 나를 배반했어"라며 화를 냈고 덕임 역시 마음에 '사내로 보라 열심히 치댈 때는 언제고 막상 저 필요한 순간에는 아무렇지 않게 임금의 탈을 써버린다'며 서운함을 담은 채 둘은 헤어진다. 궁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펼쳐진 왕과 궁녀의 로맨스는 현대극의 연애스토리보다 더 달달했고 치열했으며 밀고 당기는 재미가 톡톡하다. 드라마에서처럼 제조상궁이 이끄는 광안국도 등장하지 않았고 화완옹주, 정후겸과의 갈등도 도드라지지 않아 긴장감은 덜했으나 반대로 그래서 둘의 로맨스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점은 좋았다.


원작소설은 원작대로, 각색된 내용인 드라마는 드라마대로 보는 재미가 큰 <옷소매 붉은 끝동>. 계속 본방사수해야지. 대본집도 나와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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