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가묘묘 -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
박민지 외 지음 / 공간서가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B.U.S 건축에서 공사한 7채엔 고양이들이 산다. 처음부터 고양이와 함께 입주하기 위해 공간배정에 신경을 쓴 건축주가 있는가 하면 완공 후 묘연이 닿아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집도 있었다. 심지어 고양이수가 점점 늘어났다.


건축사사무소를 체부동 한옥마을로 이전하면서 찾아온 두 마리 고양이 "짜구와 호구" 덕분에 집사 건축주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은 아닐까. 이제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의 집을 더 많이 설계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는 이들의 경험이 앞으로 고양이와 함께할 집을 꿈꾸는 집사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반려묘들이 심쿵한 포인트는 어디인지 책장을 열고 살펴본다.


책을 읽기 전까지 건축가 '르코르뷔지에'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했을뿐더러 '모듈러'는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였다. 사람에 이어 고양이까지 그려진 모듈러를 보면서 '특이하네'라고 생각했다. 샴고양이를 모델로 한 고양이 모듈러를 보면서부터는 같은 샴인 울 꽁이가 자연스레 떠올려졌고 좀 더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지만. 스트레칭 편한 길이, 뒹굴대는 반경, 식빵 자세의 길이 등의 치수가 정말 집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일까.


건축에 대해 1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 외 특별히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등장하지는 않아 쉽게쉽게 책 속 집구경을 마칠 수 있었고 그 중 한 집의 절반가량은 그대로 옮겨오고 싶을 정도로 탐나기도 했다.



군데군데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컬러사진도 너무 깜찍했지만 내 눈에 콕 들어온 건 그림이다. 가구와 사람이 배치된 집 설계도 안에서 귀가 쫑긋한 고양이들을 찾아내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고 점선으로 그어진 고양이들의 이동반경도 상상력을 자극해대기 시작했다. 낡은 집의 BEFORE / AFTER의 변화는 놀라웠으며 1인 가구 세대주부터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한 6년차 시골부부의 넓은 건물까지 구경하면서 내가 만약 우리 고양이들과 함께 살 공간을 건축한다면 책 속 집 중에서 어떤 집에 가까울까? 비교해 보기도 했다.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안전'을 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안전하면서도 고양이의 조망권이 보장되는 그런 집으로 이사하고 싶어진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갈망이 짙어지지만 결과적으로 책을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겨, 잠시 늘어져 있던 일상의 게으름을 떨쳐낼 수가 있었기 때문에.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사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건축 사무소가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마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반려동물이 있는 가구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