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비행이 좋아 - 승무원 출신 경험 컬렉터의 여행 이야기
원희래 지음 / 오르골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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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쓴 책들은 많다. 승무원 시절의 경험, 현재로 이어진 커리어 등에 관한 내용들이 담겨 있거나 드물게 여전히 승무원인 '비행이 좋은' 그녀들의 일상이 담겨 있는 책도 있다. 꽤 많이 읽었지만 또 <<밤 비행이 좋아>>를 펼쳐들게 된 건 순전히 특별하게 와 닿은 단어 하나 때문이다.

경험 컬렉터.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누구나 경험을 하고 산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지나온 일상은 모두 경험으로 남겨진다. 특별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경험'이라는 단어를 컬렉팅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 내일 아침 해가 뜨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이 가질만한 긍정적인 메시지가 아닐까. 게다가 작가의 이름 또한 특이했고. 이래저래 관심이 가서 읽기 시작한 책은 저자가 외항사 승무원이 되어 '카타르 도하'에서 근무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외항사에 합격했다고 당장 룰루랄라 비행을 시작할 수 없다. 도하에 도착해서도 윙데이 전까지 교육에 ~ 테스트에~ 두 달간의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고 첫 비행을 할 수 있었다. 이때 저자가 '새 교과서'라고 찍은 사진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그 두께가....두께가......




지금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p284



떠나고 싶어 근질근질했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떠올려보면 몇 번 안되는 여행이었지만 떠날 땐 늘 '밤비행'이었다. 시끌벅적한 낮 시간과 달리 고요하면서도 아름다운 밤에 매료되어 나는 늘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밤에 떠나곤 했다. 로마, 파리, 베네치아, 니스, 더블린, 프랑크푸르트....다녀온 곳 보다는 안 다녀온 곳이 더 많을 것 같은 저자의 여행지 중에서 나는 더블린에 꼭 가고 싶어졌다. 그녀의 글을 읽고나선.

또 누군가는 다른 곳을 찜할지도 모른다. 같은 책을 읽어도 와 닿는 느낌은 다 다를테니 말이다. 카타르 항공에서 근무할 때 넘버원 비딩 도시는 '리스본'이라고 했다. 단 한번도 포르투갈에 가 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세계 곳곳을 누비는 승무원들이 가고자 하는 곳이라니 슬쩍 궁금해지기도 했다. 이렇듯 한 사람의 여행은 자신의 것으로만 추억을 남기는 법이 없다. 꽃씨처럼 타인에게도 불씨가 되어 날아들고 만다.

여행은 잠시 접어야하는 시기. 책 한 권으로 그 답답함을 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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