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 밀라논나 이야기
장명숙 지음 / 김영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들수록 생각을 드러내는 일은 조심스럽다. 아무리 부드럽게 내뱉어도 편견이나 강요로 받아들여질수도 있고 좋은 의미로 건넨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를 들추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삶의 경험으로 터득해버렸기 때문이다. 생각도 말도 한 번 더 거르게 된다. 다만 오해를 받게 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는 점은 불편하지만 며칠 지나고 후회하는 것 보다는 말수를 줄이는 편이 훨씬 편하다.


20살만 넘으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지만 살아보니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 책임지는 것을 시작하는 나이일뿐 20살, 30살이 넘어도 여전히 서투르고 어른스럽지 못한 나를 발견하곤 했다. 살면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그러했다.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은 아니었다. 50,60,70이 넘어도 10살짜리 꼬맹이보다 못한 생각과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는 어떤 어른인가? 어떻게 나이들어가야 옳은 것인가? 고민하던 때 TV속 인터뷰를 통해 '저런 사람이 정말 어른이구나' 싶은 분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녀의 삶과 생각들을 더 살펴보고 싶어 책을 구매했다.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라는 따뜻한 제목의 책 속엔 스타일 좋은 할머니가 살아온 인생이 담겨 있다. 돌아가실때까지 뽀글머리였던 외할머니나 염색없는 흰머리에 비녀쪽을 지셨던 친할머니의 모습과 사뭇다른 쇼컷머리에 스타일리쉬한 옷차림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말과 생각마저 여느 할머니들과는 달라 '멋지다'를 연발하고 말았다. 저 나이때 이르렀을때 나는 과연 저렇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플라스틱 뚜껑을 모아뒀다가 아귀가 맞는 그릇을 찾을 때 희열을 느낀다는 소박함이나 오래 지녀왔던 지갑, 가방, 스카프 등을 소개하며 취향을 드러내는 유튜브 방송과 달리 책 속에선 좀 더 내면의 것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어려운 단어도 없고 고상한 척, 럭셔리한 척하는 문장도 없다. 물 흐르듯 잘 정리된 생각들이 나열되어 어느 페이지에서는 공감했고 또 어느 페이지에서는 숙연해지곤 했다. 감사함도 나눔도 담뿍 담겨 있어 '삶을 참 아름답게 살아가는 분이구나' 감탄하기도 하면서.


앞으로 살면서 어른다운 어른을 발견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었던 내게,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이런 멋진 어른으로 늙어가고 싶은 소망을 달아놓는다. 어제까지는 좀 더 어려지는 것에 귀를 열고 있었다면 책을 읽은 오늘부터는 한 걸음 한걸음 근사하게 나이드는 것에 대해 마음을 열어두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