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 꽤 진심입니다
홍유진 지음 / 깊은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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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밥을 챙겨본 사람은 안다. 홍유진 단장의 '배고픈 고양이를 제게 보내 주세요'라는 그 마음의 의미를.


또한 '어느 날 태어나 보니 길이라면, 당신은 어떻겠는가, 나는 내가 본 길고양이들만큼도 살아 낼 자신이 없다'(P202)라고 내뱉은 말의 무게도.


백혈병 말기라는 시한부 판정이 내려지고 그녀는 항암 치료와 골수이식을 받았다고 했다. 그 영향인지 똑바로 누워 자는 일이 힘들어서 고른 바디 필로우가 고양이 디자인이었다. 운명처럼 고양이를 좋아하게 되었고 길고양이 '애냥이'와 묘연이 닿으면서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들을 챙기면서 살게 되었노라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의 즐거움은 사실 목차에서부터 시작된다. 목차가 고양이들의 이름으로 이어지고 증명사진마냥 길 위에서 사는 녀석들의 얼굴이 찍혀 있어서.


얼굴을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이름과 매칭이 되어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참 쉽다. 다른 책들도 이렇게 얼굴매칭이 되어 있다면 좋을텐데......


첫 페이지에 등장하는 애냥이는 출산 후 찍힌 사진인듯 젖들이 퉁퉁 불어 있다. 길고양이의 고된 삶이 얼굴에 검댕처럼 묻어 애잔한 모습이지만 타고난 미모를 가릴 수는 없었다. 참 예쁜 삼색 고양이 애냥이는 애교가 넘치는 성격이라고 했다. 그렇다한들 춥고 배고픈 길고양이의 삶을 완전히 비켜갈 순 없어서 골목에서 버티며 아기 고양이들을 낳다가 운좋게도 남은 묘생은 박할머니네 집고양이로 살아간다. 다행이다. 배곯을 일도 없을테고 춥고 더울 일도 없을테니.


애냥이가 낳은 자식 중 소소와 살구는 우여곡절 끝에 엄마 애냥이와 함께 살게 된 듯 하고 쁘니네도 요미, 꼬미와 가족으로 뭉쳐 어느 대학교 안에서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이렇게만 보면 다 해피엔딩인듯 하지만 모든 길고양이들의 삶이 녹록할 순 없다. 들개에게 가족을 잃기도 하고 훙악한 사람에게 해코지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이미 이사간 사람이 굳이 재개발 지역에 나타나 조합에서도 허락한 밥자리 고양이들의 생명을 위험하게 한 대목은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진 일인듯 상상되어 마음이 참 불편했다. 날씨도, 배고픔도, 사람도, 들개 혹은 경쟁하는 다른 힘쎈 고양이들도 길고양이들에겐 위험요소다. 평균 15년 정도 산다는 집냥이들에 비해 3년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길고양이들의 수명은 그래서 참 애달프다.


건강한 사람도 꾸준히 하기 힘든 일을 매일 하고 있는 홍유진 단장이 아무쪼록 계속 건강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녀 주변의 길친구들이라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좀 더 좋은 사람들의 손길을 받으며 행복한 오늘을 즐기는 씩씩한 고양이로 살아가길 희망한다. 길고양이에 꽤 진심인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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