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냥이' 삐삐 - 디도고감도레알삐 집사의 천방지축 막내 고양이 입양기
박단비 지음 / 야옹서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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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끄네 집] 이후 '야옹서가'의 책은 챙겨보는 편이다. 이번 묘생역전의 주인공은 다묘가정에 여덟번째로 들어간 아기 고양이 "삐삐"다. 2017년 10월, 까만 가르마를 곱게 타고 태어났으나 몰골이 꾀죄죄했던 삐삐는 구조 후 동물병원에서 곰팡이 피부병 진단을 받았다. 덕분에 집에서 격리 되는 동안 펠트지 넥 칼라를 알록달록하게 목에 걸어가며 꽃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진을 보면 하악질을 해도 귀엽고 콧잔등이 벗겨져 있어도 귀엽고 앞 발이 깨끗한 상태가 아니어도 무척이나 귀여운 모습이다. 짧은 다리로 창문 너머를 보기 위해 뒷굼치를 든 모습하며, 격리장에 매달려 쳐다보는 모습, 군밤을 입에 물고 튀다가 딱 걸린 표정까지.....내 고양이가 아닌데도 이렇게 귀여우니 여덟째로 눌러 앉을만 했다.

 

디디와 도도, 구황작물 라인인 고구마와 감자 모자, 도레알 라인까지.... 이미 다묘가정이라 한 마리 더는 언감생심 꿈꿔본 적도 없을 집사 마음을 잘 안다. 비슷한 다묘가정인 우리 집도 삐삐처럼 슬그머니 눌러 앉은 녀석이 하나 있기 때문이다. 사람 식구 늘 듯 단순히 숟가락 하나만 더 놓는 격이 아니라 기존 아이들과의 합사과정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성묘 중에 이 일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녀석이 생길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꼬맹이가 고양이별로 돌아갈 때까지 끝까지....책임져야한다는 무게감도 함께 짊어져야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게다가 삐삐의 집사는 임시보호조차도 반대했던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다. 함께 사는 가족의 의견도 소중하다. 물론 삐삐집사의 어머니처럼 금새 "아이고, 우리 토깽이"라고 부르시면 게임끝이겠지만.

 

첫 고양이 '디디'와 '도도'를 입양하면서 두통과 불안증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삐삐집사 눈에 어느 날 들어온 길고양이 '구마'와 아들 '감자'는 단식투쟁 끝에 집고양이로 들일 수 있었고 그 뒤로 급식소 출신의 '도'와 '레' 그리고 '알감이'는 엄마까지 데려오자고 한 녀석들이었으니...어쩌면 다묘고양이가족이 될 운명이 아니었을까.

막내로 입성했지만 '삐삐'는 눈치가 빠른 고양이인듯 하다. 만만해 보이는 '도도'에게는 매번 장난을 걸고 서열 1위인 '디디'에게는 찰싹 붙어 순하게 굴었다는 대목에서 '꼬맹이가 제법인데~'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떡잎부터 여우였던 요 꼬맹이에게 삐삐집사의 첫인상은 어땠을까. 슬쩍 궁금해지기도 하고.

 

중성화 수술도 마친 삐삐는 어느새 훌쩍 커 버렸다. 페이지가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동글동글해지면서 덩치도 제법 커 보인다. 김치 사발면 박스를 죄다 뜯어놓고 그 안에 들어가 앉아 있는 모습하며 휴대폰을 보고 있는 집사 등 위에 올라타 편하게 기댄 모습, 잠시 임시 보호했던 아기 고양이 '갓파'에게 하악질을 하는 올챙이적 생각못하는 행동까지....책 속에 글과 사진으로 담긴 일상이 너무 재미있어 단순에 한 권을 다 읽어버렸다.

 

삐삐네 식구들 이야기 외 깻잎이,상츄,요요,요다,요미,뇸이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으니 고양이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꼭 선택해서 즐겁게 읽었으면 좋겠다. 첫째 고양이 디디가 여섯 살을 넘었단다. 많은 듯 하지만 추정나이로 올해 열 세살인 동네 고양이를 집냥이로 들인 나로서는 여섯 살이라는 나이가 참 부럽다. 사람의 인생과 비교하면 턱없이 짧아 더 짠하고 소중해지는 묘생. 위로가 필요한 날 이렇게 고양이책을 손에 들고 있으면 말 한마디보다 더 따뜻한 위로가 전해지는듯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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