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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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통해 본 작가는 웃음이 많고 밝아 보기 좋았고, 책을 통해 본 작가는 한껏 업된 상상력과 글밭 속 묻힌 문장들이 너무 좋아 찾아 읽게 만들만큼 마력을 뿜어냈다. 입소문이 한창일 때는 미뤄두었다가 한참 후에야 넷플릭스에서 정주행한 <보건교사 안은영>은 결국 원작소설 읽기로 이어졌고 정세랑이라는 작가가 참 궁금해지던 참에 마법처럼 tv를 통해 그녀를 볼 수 있었다.

 

몸이 아팠다는 것과 책을 좋아하는 소녀였다는 점은 인터뷰로 알고 있었지만 여행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다는 것은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읽고서야 알게 된 사실이고, 어떻게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데 여행한 내용의 에세이를 쓸 수 있었던 것인지 또한 이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뉴욕-아헨-오사카-타이베이-런던' 으로 이어지는 목차 안엔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사건들도 실려 있고 만난 사람들과의 추억도 되새김질 되어 있다. 딱딱하지 않으면서 아주 편하게 술술 풀어진 이야기 실타래를 따라가다보면 금방 다음 도시가 나오곤 했다.

 

놀라운 점은 단 한 번도 정세랑 작가가 결혼했을 거라 생각해 본 일이 없다는 거다. 딱히 미혼이나 비혼일 거라고 생각한 일도 없었으나 서른 한 살에 결혼했음을 고백한 대목에선 "이 작가, 결혼한 사람이었어?"하고 놀라버렸다. 그것도 여행을 함께 한 사람과 결혼하게 되었다니......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치곤 '여행'은 그녀에게 많은 선물을 가져다준 셈이 아닌가. 스쳤던 사람들도, 좋았던 여행 운에, 장소에서 쌓은 추억담 그리고 반려인까지......!

 

보통의 여행에세이나 여행책자를 보게 되면 그곳에서 꼭 보고 와야할 핫한 장소를 찜한다던지, 나도 모르게 맛집 리뷰를 읽듯 괜찮은 곳인지 가늠하곤 했는데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읽으면서는 장소보다는 사람이나 그녀의 생각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웃으며 읽을 수 있는 포인트 페이지들이 많았고 다 읽고나선 가슴 한 켠이 참 따뜻해졌다. 내가 다녀온 여행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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