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 - 끼적임이 울림이 되는 한 끗 차이
이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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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건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미 포기한 일이다. 살을 붙여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건 잘해도, 함축시켜 단어 하나로 의미를 드러내는 일엔 영 소질이 없었다. '시' 만큼이나 관심도 없었던 장르가 '에세이'인데, 이리저리 이사하며 다 잃어버려 지금은 단 한 권도 남지 않았지만 서른 셋까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썼더랬다. 일기를 꾸준히 써 왔으면서도 발전시켜 에세이를 써 볼 생각은 아예 해 본 일이 없다. '시'처럼 나의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대신 '에세이'를 쓰면 참 잘 쓸 것 같은 글재능을 가진 친구에게 권해본 일만 있다.

 

전 29CM의 헤드 카피라이터였던 저자는 언제부터 에세이를 쓸 생각을 가졌던 것일까. 그녀가 알려줄 방법에 앞서 난 그것부터 궁금해졌다. 퇴사 후 책방 주인이 되었다는 작가는 브런치에 '소설로 카피 쓰기'를 1년 이상 연재하다가 출판사의 연락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꼭 투고나 공모전에만 목숨 걸 일이 아니라는 거다. 요즘 세상에는 루트가 참 다양하고 많으니까. 물론 그만큼 작가를 꿈꾸는 사람도 많아졌고.

 

처음부터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소설 같은 긴 호흡의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짧은 에세이를 꾸준히 쓰면서 글을 다듬어 보는 건 어떨까.

 

'다이어리'나 '일기'를 꾸준히 써 온 사람이라면 작가의 추천대로 '에세이'로 바꿔 쓰는 법을 익히는 것도 매력적인 일이 될 수 있다.

 

단 서양의 작법서들처럼 '소재찾기- 플룻 나누기 - 장르별 스킬 - 매력적인 캐릭터 만들기' 등 요목조목 작법에 관한 팁 위주로 쓰여진 책이 아닌 '일기를 썼던 어제'와 '에세이를 쓰고 있는 오늘'의 차이점부터 그들의 공통점, 공감을 일으키는 방법 등이 강의 듣는 것처럼 글로 풀어 써져 있다. 그래서 이미 에세이를 쓰기 위해 시도해 본 사람이라면 Q&A 파트부터 읽게 될 지도 모른다. 마음 먹었고 이런 저런 시도를 해봤기 때문에 궁금한 일들이 많을테니. SPECIAL PART 인 Q&A 가 후미 몇 장 덧붙여진 책들은 많이 봐 왔지만 이렇게 거의 절반 가량인 분량은 본 적이 없어 방향을 잡는 데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말한다. "일기를 써본 적 있는 누구나 에세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용기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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