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대디
제임스 굴드-본 지음, 정지현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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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1년 전 '그 날'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운전자인 엄마는 죽고 아들만 살아남은 자동차 사고. 더해서 애초에 결혼을 반대했던 장인이 장례식장에서 울부짖은 말은 아내와 엄마를 잃은 부자의 상처에 대목을 박아넣고야 만다.

"있어야 할 엄마는 잃어버리고....쓸모도 없는 제 아빠와 둘이 남겨졌구나."(p47) 라고. 딸을 잃은 슬픔에 외친 그 말은 사위인 '대니'를 분노케 만들었고 변덕을 부리지 않고 원래 약속대로 장인이 왔다면 아내가 운전하는 일도 없었을 거라는 말로 되받아치고야 말았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던 장인과 사위의 관계는 마지막 단추마저 틀어져버린 것이다.

고독한 인생, 대니

사실 장인이 교제를 반대한 이유는 겉으로 보기엔 합당하게 보일 수도 있다. 대니가 14살 되던 해 아버지는 가족을 버렸고 어머니는 새 애인이 생기자 미성년인 아들을 거리로 쫓아냈다. 대니와 만나면서 하던 발레도 그만두고 16살에 덜컥 결혼선언을 한 딸의 변화가 다 대니탓으로 여겼을 거였다. 사실 대니는 말리는 쪽이었다. 발레를 그만 둘 때도, 임신했을 때도 시작은 리즈였지만 장인은 이 모든 일은 대니의 주도로 일어난 일로 판단해버렸다. 결국 데면데면할 수 밖에 없었던 아내의 친정과의 거리는 사망이후 단절되어 버렸으며 세상에 아들과 둘, 이렇게 외롭게 남겨져버렸다.

셀프아싸에게 생긴 판다 친구

엄마를 잃은 날, 윌은 말문을 닫았다. 학교에서도 왕따로 지내면서 친구라고는 단 한 명 뿐이었던 열한 살 소년에게 어느날 춤추는 판다친구가 생겼다.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친구가. 그리고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판다가 아빠임을 알게 되었을 때. 아빠와 아들은 화해할 수 있을까?

그날 나도 엄마랑 같이 죽었다면 좋겠어요.

아빠랑 둘이 남겨지는 것보다 엄마랑 같이 죽는 게 나으니까

P321

있어야 할 엄마는 잃어버리고...

쓸모도 없는 제 아빠와 둘이 남겨졌구나

P47

토사물 냄새가 빠지지 않은 후줄그레한 판다 코스튬복 하나가 대니의 인생을 바꿨다. 아내가 죽고 말을 잃은 아들과 다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고 밥벌이 할 수 있는 발판까지 만들어주었다. 댄싱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진 못했지만 무대에서 공연하며 새 아파트로 이사갈만큼 돈도 벌었다. 이상한 집주인에게 협박 당할 일도 없고, 한숨 지으며 내일도 하지 않는다. 아들이랑 공동묘지에서 춤을 춰도 괜찮을지를 두고 논쟁을 벌일만큼 관계도 화기애애해졌다. 끝이 행복한 소설. 오랜만이라 읽고나서도 푸근하게 잠들 수 있어 즐거웠다.

인생이 인간을 스크래치 낼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상처를 극복할 힘을 인간 또한 가지고 있기에 인생은 좀 더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제임스 굴드 본의 소설 <<댄싱대디>>는 '그냥 견뎌봐' 대신 '살아보면 조만간 알게 돼'라고 위로해 준 힐링소설이다.

 

 

 

 

*소설이 최고 서평단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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