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안은영 (특별판)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참 이슈가 되고 있을 무렵, 이상하게도 피하고 싶었던 '보건교사 안은영'.

모두들 "특이하다","재미있다" 하는 와중에도 넷플릭스에 접속해서 볼만한 영화나 드라마를 고르면서 그냥 지나치곤 했다. 이상하게도 조금만 더 늦게 봐야지~라는 마음이 일곤해서.

 

미루어 두었다가 발을 담근 웹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그날 다 몰아서 봤을 만큼 몰입감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귓가에 음악이 에코처럼 머물러 일상생활 속에서도 어디에선가 젤리와 보건교사가 톡톡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상상이 되곤했다. 그래서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는 후기가 있던 원작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 역시 하루만에 뚝딱 읽혀졌다.

 

문장이 짧고 간결하면서도 쉬워서 책장이 마법처럼 훌렁훌렁~ 넘어갔다. 게다가 이미 영상으로 접한 뒤라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으로 바로 그려졌고 대체불가능한 배우 정유미가 눈 앞에 있는 듯 영상과 오버랩되며 공감각적으로 읽혀졌다. 만약 책을 먼저 읽었다면 영화를 보면서 비교하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보는 바람에 득이 됐다. 다만 드라마에 비해 소설은 다소 평이하게 느껴졌는데, 중심축으로 무게감을 잡아준 '화수'라는 캐릭터의 부재와 음악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은영처럼 독특한 음악이 적당한 긴장감을 던져주며 다음 사건들을 기대하게 했다면 '화수'의 배신은 시청자로하여금 생각지도 못한 충격과 동시에 더 큰 음모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 둘이 빠져 있어도 소설은 재미있다. 매켄지, 강민우&허완수,백혜민, 장래디는 은영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캐릭터였고 애초에 아플 일 없으면 졸업할 때까지 그 얼굴도 모르고 졸업할 수도 있는 보건교사인 성인이 플라스틱 칼과 bb탄 총으로 학교 안 젤리들을 처리한다는 설정 자체가 신선하고 독특했다.

 

인간종말, 세계초토화 같은 무시무시한 음모가 아닌 착붙어서 누군가의 인생을 재수없게 만드는 '옴'이 등장한다거나 심지어 하트 모양의 깜찍한 젤리가 등장하질 않나, 딱밤으로 사람을 기절시키고 겨털을 매듭묶기 한다. 웬만한 시트콤보다 더 희안한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왜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일까. 이야기의 힘인지, 주인공 은영의 힘인지, 작가의 힘인지... 다 읽고난 지금도 잘 모르겠다. 다만 영화도 소설도 다 재미있다는 거다. 살짝 그 느낌은 다르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