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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리틀 포레스트
박영규 지음, 윤의진 그림 / 야옹서가 / 2020년 8월
평점 :
고양이를 전혀 모르고 50평생을 살아온 '고알못' 인문학자를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로 만든 녀석의 이름은 '야옹이'. 딸이 바쁠때마다 대신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었으나 집에 들이는 건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던 그는 결국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다. 이렇듯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의 변화를 발견하게 되면 그 따뜻함이 가슴 한 켠으로 전해져 온다.
마흔만 넘어도 그간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는데, 작은 고양이가 오십이 넘은 아저씨의 생각을 어떻게 바꾼것일까. 얼마나 사랑스러운 녀석일까. 궁금했지만 마지막까지 녀석의 얼굴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대신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진 그림으로 만족해야했다.
처음엔 야옹이 엄마를 데려오려했지만 묘연은 역시 알 수 없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야옹이 엄마 대신 그 딸인 야옹이가 집고양이로 살아가게 된 것. 하지만 이 역시 가족들의 반대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아내의 반대가 심했던 이유는 알러지가 심한 작은 딸 걱정 때문이었는데, 시기 역시 좋지 못했다. 고3을 앞두고 있던 작은 딸의 컨디션을 위해 반대하는 엄마에 맞서 월급으로 협상을 시도한 끝에 야옹이는 베란다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곧 방으로 입성했지만.
큰 딸, 작은 딸, 반대가 심했던 아내까지 살갑게 대하는 야옹이가 유독 저자에게만은 데면데면하게 굴어 섭섭했다고 고백하는데, 천천히 친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관찰했던 시간이 있어 고양이라는 존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 아닌가 싶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안다. 이 책 속 에피소드들이 남 일이 아님을. 옷에 실수를 하고, 먹을 것을 보면 달라고 야옹거리고, 화초들을 물어 뜯는 등의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을 덮어 버릴만큼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게 된다는 사실을.
<<나의 리틀 포레스트>>는 아저씨가 쓴 책이다. 캣맘도 아니고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사람이 아닌 중년의 아저씨가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하여 그 소중함을 알아가는 이야기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훌쩍 커버린 딸들과 아빠 사이에 고양이라는 존재가 끼어들어 유대관계를 쫀쫀히 만들고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주며 화목을 도모하는 모습은 훈훈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해피엔딩의 즐거움은 끝나지 않았다. 야옹이 엄마 역시 아파트 주민에게 입양되어 따뜻한 환경에서 지낸다는 소식에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불러댔다. 우리 동네 길냥이들 소식이 아닌데도 이렇게 기쁘다니....... 사촌이 땅만 사도 배가 아프다는 인간의 속성을(속담으로 본) 긍정화 시킬 수 있는 명약은 역시 고양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