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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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언급이 된 적이 있는 '셰어하우스'. 모르는 사람끼리 공동생활 공간을 두고 살면 좀 불편할 것 같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타지에서 가격적인면에서 좀 더 부담없이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받으면서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은 셰어하우스의 장점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 혼다 데쓰야는 셰어하우스를 좀 다른 공간으로 그려냈다.

 

별볼일 없는 실적탓에 직장상사에게 찍힌 여행사 영업사원 '다카오'. 설상가상으로 짝사랑하던 여직원은 사내불륜녀다. 욱하는 마음으로 회사도 관두고 술 마시러 나간 자리에서 누군지도 모를 사람으로부터 각성제를 투약받고 잡혀간 복없는 사내다. 집행유예기간 중 갑작스런 화재로 갈 곳이 없어진 그는 쉐어하우스를 소개받았는데, 그곳엔 이미 남자 셋 여자 셋이 거주중이다.

 

 

사람은 원래 잔혹한 생물이다

p69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모두의 공통점은 "집행유예기간". 전과자 6인의 이야기와 교차되어 등장하는 기자가 주목한 사건은 칠 년 전 죽마고우를 사망케 만든 판결이다. 중학동창을 시비 끝에 죽게 만든 남자에게 알리바이를 대 준 여자가 증언을 번복한 사건.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남자 주변을 맴돌면서 취재하다 위장잠입까지 감행한다.

 

이렇게 각성제 복용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다카오 외에도 과실치사, 재심 예정인 남자, 교통사고 관련 전과자, 학교폭력에 휘말렸던 전력, 전 애인의 범죄와 얽힌 여자 등 입주민 모두를 전과자로 받은 집주인의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그들과 함께 살면서 그녀가 얻고자 한 바는 무얼까. 각각의 사연보다 그녀의 사연이 더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고 당하는 것도 인간이다

p176

기타리스트였던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스튜디오 뮤지션'의 삶을 택했다. 하지만 과거 몸담았던 밴드가 해체 된 이유를 알게 되면서 대형 기획사 직원과 언쟁 끝에 주먹다짐이 시작되었고 결국 상대방이 죽어버렸다.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로 결론내려졌지만 아버지는 업계에서 퇴출당했다. 그리고 투신자살했다.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고 이십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꽤 두둑한 보험금을 수령한 준코는 "전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주는 셰어하우스"를 만들었다. 살인, 상해, 사기, 폭행, 횡령...다양한 사연으로 입주했던 사람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상처는 아물어갔을까.

 

전작인 <스트로베리나이트> 시리즈를 읽은 후라 뒷 페이지로 넘어갈수록 잔혹한 장면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플라주>는 전혀 다른 결말로 놀라게 만든다. 중반쯤부터는 누가 어떤 사건의 주인공인지 연결되어졌고 잠입한 기자가 '아키라 노구치'(실명 하야미 요이치)라는 것까지 눈치챌 수 있었지만 그가 허망하게 죽어버릴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가 남긴 고백서의 내용은 말 그래도 예상밖의 반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는 책 표지에 적힌 그 말은 기자인 하야미 요이치에게 가장 합당한 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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