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읽는 시간
보경 지음, 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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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과 고양이의 두 번째 이야기북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느 ㄴ것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다. 반려동물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함께 할 수 있으나 이들과 함께 나눈 따뜻한 추억들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들이기에 부제가 마음에 확 와닿는다.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들에게만 남겨지는 소중한 하루하루니까.

 

아쉽게도 이번권에서는 고양이 사진을 한 장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매주 빠짐없이 보고 있는 '은동은동+옹동스'(웹툰)를 그리는 권윤주 작가의 그림이 삽화로 실려 있어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송광사 탑전을 맴돌다가 스님을 집사로 간택한 노랑둥이 고양이 '냥이'로 인해 길고양이들을 둘러보게 된 보경 스님 앞엔 남매 고양이 외에도 이름 모를 엄마 고양이, 새끼 고양이들, 온천 옆 편의점 길고양이, 이쁜이까지 많은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사람이든 고양이들 관심이 있어야 보인다. 다른 스님들에겐 있는듯 없는듯 함께 공생하는 생명들이겠지만 보경 스님의 눈엔 가족이고 이웃이 된 고양이들. 종교에 귀의한 모든 이의 마음에 측은지심이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에 스님의 보살핌은 너무나 감사한 일처럼 느껴진다. 특히 고양이를 반려하게 된 입장에선 더욱더.

 

배고픈 고양이였던 냥이는 제발로 찾아온 케이스라 돌보는 것이 쉬울 수 있다. 하지만 눈 아픈 아기 고양이를 위해 직접 시청 담당 직원에게 연락하고 안약을 병원에서 처방받아와서 살피는 등의 수고는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또한 온천 근처에서 마주친 피투성이의 고양이가 맘에 쓰여 사료와 간식을 챙기고 근처 마트 주차장에 상자집을 마련해주며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일 또한 스님의 입장에서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승복은 일반 사람들의 옷과 달라 눈에 띄기 더 쉽기 때문에 자칫 싫어하는 사람들과 언쟁 붙게 되거나 홀대를 경험하게 될 지 모르는 일이니까. 어느덧 열아홉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을 돌보게 되면서 고양이용품점 주인에게 "동네 고양이를 다 먹여 살리는 스님"이라는 얘기까지 듣게 될 정도라니. 스님의 고양이 사랑은 이제 절을 너머 동네까지 소문난 정도인가보다.

 

책은 고양이 일상이 곁들여진 인문학처럼 많은 읽을 거리가 적혀 있다. 누군가의 생각을 읽는다는 것, 그로인해 잠시 평온한 마음 상태를 얻어나가는 일은 보통의 에세이 속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일이기에 스님의 3번째 책을 기다리고 있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을 수록 마음이 채워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참 좋은 인연입니다"로 시작해서 "운도 행복도 한 생각 차이에서 일어남" 을 되집으며 마무리 되는 내용이라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맑아진다. 꼭 스님의 글이어서가 아니라 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나눌 줄 알고 안타까워할 줄 아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된 생각이라 전파력이 큰 듯 하다.

 

그리고 그토록 궁금했던 냥이의 모습을 올려진 영상으로 찾아봤다. 색 고운 노란 카레를 입가에 묻힌 꼬리가 짧은 통통한 고양이 한 마리와 스님이 돌담에 걸텨 앉아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영상이었다. 어떻게 만났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등등 책에서 본 내용들을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뭔가 생동감은 있지만 더 보고 싶은 마음을 채울 만큼의 길이는 아니었다. 그래서 계속 되고 있을 스님과 고양이의 삶이 궁금해졌다. 3권, 나오겠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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