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와 쿠우 - 치매에 걸린 강아지와 간호하는 고양이
하루 지음, 이윤정 옮김 / 알파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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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노'는 개이름이고, '쿠우'는 고양이이름이다. 둘 다 유기견, 유기묘 출신으로 저자와 인연이 닿아 가족으로 함께 살았다. 이정도의 사연은 은 희귀할 정도는 아니어서 왜 두 녀석이 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스토리로 전해졌을까? 의아했는데,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알게 되었다.

 

치매에 걸린 강아지와 간호하는 고양이라니......표지 속 녀석들은 얼굴을 맡댄 채 평화롭게 눈을 감고 있었다. 저절로 힐링이 되는 사진 한 장이 묵직한 감동을 더했다.

 

'우리 곁을 떠난 강아지 시노를 추모하며...'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시노가 이미 강아지별로 돌아가버린 사실을 알고 읽게 되었지만 읽는 동안 녀석은 살아 숨쉬고 있었다. 길강아지였던 시노는 구조당시 이미 추정나이 10세 이상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절대 동안이라 종종 어린 강아지로 오해받곤 했다. 처음엔 현관에서 지내다가 건강이 회복된 후, 마당 강아지가 된 시노가 마주하게 된 건 2013년. 회사 근처에서 엉망인 상태로 구조된 '쿠우'는 구조 후 집안에서만 지냈는데, 어느 날 마당에 있는 시노를 본 후 홀딱 반했다고 한다.

 

눈꼽에, 진드기에, 털도 심하게 엉켜 있던 쿠우는 뒷다리 골절뿐만 아니라 이도 몽땅 녹아 있어 도저히 밖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로 구조되었기에 치료 후에도 한동안 구토증을 달고 살았고 소변까지 가리지 못했다고 한다. 먹는 족족 게워내니 몸집이 자랄 수 없었을테고, 집 안에서 생활 중이던 다른 고양이들에겐 민폐로 여겨졌을 터. 고양이들 세계에서 팽당한 쿠우는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친구를 찾아냈다. 밖에서 생활 중인 노견 시노를.

 

부모님과 함께 살던 저자가 결혼을 하며 시노와 고양이들을 데리고 이사를 했는데,시노까지 실내생활을 하게 되면서 쿠우에겐 단짝이 생겼다. 물론 책을 읽어보면, 처음부터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개와 고양이는 시그널이 다르고 무엇보다 이미 노견인 시노 입장에선 무척이나 귀찮게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듯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쿠우의 직진마음은 통했다. 같이 눕고, 같이 숨고, 같이 먹고, 같이 잠드는 훈훈한 사진이 이어진다. 하지만 슬프게도 시노는 점차 기억을 잃어갔다. 개의 치매라고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식욕도 잃고 청력도 잃고 가구나 벽에 부딪혀도 뒷걸음질을 하지 못했다. 서 있을 땐 피사의 탑처럼 한쪽으로 기울기 일쑤인 시노를 철벽간병한 건 놀랍게도 고양이 쿠우다. 시노에게 문제가 생기면 한달음에 2층으로 달려가 잠든 견주를 깨우고 걸을 때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온몸으로 지지하면서 보폭을 맞추어 걸으며 진행방향을 유도하는 일까지....보통의 고양이들에게선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행동을 쿠우가 하고 있었다. 사람도 힘든 치매간병을 고양이가 퍼펙트하게 해내고 있는 모습이라니. 니네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저절로 입을 통해 튀어나왔다.

 

피를 나눈 사이도 아니고 태어나면서부터 맺어진 관계도 아니지만 '가족'이란 이런 게 아닐까. 감동이 진해졌다 싶을 무렵, 시노가 세상을 떠나는 페이지를 읽게 되었다. 쿠우가 너무 걱정되어 다음 페이지를 얼른 넘겨 보았더니 시노와 함께했던 공간 속에서 홀로 누워 있었다.집사가 채워 줄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고 현재의 쿠우는 다른 고양이들과 잘 어울려지내고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상처로 남지 않아서....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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