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에게 찾아온 '묘연'도 다르지 않았다.
빼빼마른 고양이 한 마리를 본 이가 어디 스님 뿐이었으랴.
법정스님 처소로 알려진 불일암과 무소유길 그림이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탑전 냥이가 머물고 있는 사찰이 '송광사'인줄 몰랐다.
꽃이 예쁘게 핀 송광사를 다녀온 적 있는 내겐 설레는 발견이기도 했다.
내가 밟았던 그 땅들을 저 녀석도 종종 걸음으로 걸어다니고 있을테니 말이다.
고양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스님은 아니었지만
비닐봉지를 헤집는 빼빼마른 고양이를 측은지심이 담긴 눈길로 바라본 이는 스님이 처음인 듯 싶다.
시인의 시구처럼 '불러줄 때 꽃이 되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들에겐 그저 길을 가로질러가는 고양이 한 마리일 뿐이었다면 스님에겐 보살펴야할 생명이었던 것.
어쩌다가 수행하는 스님들의 거처에 나타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또한 인연이 아닐까.
불쑥 나타난 생명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물과 사료, 잠자리를 챙기게 되는 이야기가 담뿍 담긴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는 스님이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가 아니다. 찾아온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제법 두꺼운 두께의 책이지만 고양이 관찰기가 아니라 고양이로 인해 스님이 되새김질하는 좋은 생각들, 명언들이 어우러져 읽을거리가 쏠쏠하다.
게다가 권윤주 작가의 익숙한 그림이 귀엽게 어우러져 소장가치까지 업그레이드 된 책이다.
붕어빵이 올려진 탁자 위에서 독서 중인 스님과 그 바로 옆에서 멸치 같이 보이는 작은 생선이 올려진 탁자에서 어보를 보고 있는 고양이 그림 표지에서부터 웃음이 터지고 만다.
스님도 묘연 앞에선 특별하지 않았다. 먼 거리 여행 중에도 빨리 돌아가야 할 것만 같고 돌아오자마자 고양이의 안부부터 살피게 되는....여느 집사와 다르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좀 더 안락한 공간을 꾸며주는 일에도 참 부지런 하셨다. 출가를 한 스님에게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은 신선했다보다. 그래서일까. 모든 페이지에 배려가 담겨 있고 따뜻함이 서려 있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에 두려워 하기보단 '세상 모든 생명들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반려동물들에게도 더 큰 사랑이 베풀어졌으면 좋겠다'(p246)로 끝맺음되는 스님과 고양이의 일상을 더 엿보고 싶어졌는데,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나보다. 2권이 출판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오늘 접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기 전에 알게 된 사실이라 아쉬움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제일 끝장을 덮었다.
특히 그림으로만 본 귀여운 고양이의 실물 사진이 끝 몇 장에 담겨 있어 그림과 비교해 보고 '귀엽다'를 연발했다. 카레가 아주 제대로 입가에 묻은 통통한 고양이였다. 냥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