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다 반사
키크니 지음 / 샘터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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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작가라고만 생각했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작가 '키크니'는 '기안84'급으로 독특해보이는 사람이었고, 뭔가 멘탈도 비스무리해 보였기 때문이다. 샤방샤방한 예쁜 그림은 아니지만 나름의 위트있는 짜임새가 좋아 이번에도 그의 책인 <일상, 다~반사>를 읽기 시작했다. 몇 장 넘기면서 '이번에는 평범한 편인가? 제목 그대로 일상다반사격이네.' 라고 방심했다가 큰 웃음이 터져버렸다. 왜 그 페이지가 웃음스팟이 되어버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번 터진 웃음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그렇다고 독특한 상상, 웃음 터지는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전적 에세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집안이 기울어 택시를 몰게 된 아버지, 15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엄마,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가서 죽도록 알바한 돈을 집으로 부치다가 하고픈 공부는 맘껏 하지 못하고 돌아온 형, 우울함이 지하까지 내려가 친구들에게 하루 1시간씩 산책을 시켜달라고 요청했던 작가 자신. 아침드라마만큼이나 사연이지만 그는 뚝심있게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10년 넘게 걷고 있었다. 처음부터 쉽진 않았다고 고백하면서.

 

어려운 날도 있었고 절망스러운 날도 있었으나 대기업과 미팅을 하는 해뜰 날도 있었던 10년 차 프로 일러스트레이터. 또 방심했다. 눈물샘을 자극한다 싶었으나 그는 또 특유의 유머로 단순한 독자인 나를 웃기기 시작했고. 집중력을 흩어놓았다. 중 3때 이미 188CM의 키였다는 부러운 사람인 동시에 커피를 주문하면서 펜을 찾다가 점원에게 '팬티 사이즈'로 달라고 주문하기도 한 웃긴 사람. 이쯤되면 이 작가의 뇌구조, 정말 궁금해진다.

 

이런 그에게 옆집 캣맘은 이사가면서 계단에 고양이 사료와 보살펴 달라는 쪽지를 남겼다는데, 5층 사는 분과 함께 살뜰히 돌봤지만 어느 날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아마 돌아오지 못할 일이 생겨버린 듯 했다. 길고양이들의 삶을 곁에서 봐왔던 나는 그만 이 대목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져버렸는데, 중심 스토리도 아닌 이야기에 눈물샘이 터져버린 건 역시 책을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으로 읽고 있음을 반증한 것이리라. 같은 책을 읽은 다른 사람들이 주목한 대목은 어딘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정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저자가 가장 애정하는 에피소드는 몇 페이지였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무거움을 깃털처럼 가벼운 것으로 탈바꿈 시켜버리는 능력이 아닐까. 이 세상의 잣대와 상관없이 그의 시선으로 보면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 그저 지나가 버린 일 혹은 더 이상 어쩔 수 없으니 탈탈 털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묘하게 위로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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