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길고양이들 1
윤진희 지음 / 밀림북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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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에는 공식이 없다. 고양이 '다봉이와 새롬이, 까미와 얼룩이'가 서점 아저씨를 만나 집고양이가 된 인연도 처음부터 예고된 건 아니었다. 아미동 부산대학교병원 옆 골목 구덕로 185번길. 저자가 다봉이를 만난 곳이다. 모든 일에 시작이 있듯 그의 시작은 다봉이였다. 그리고 이후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대디의 삶이 열린 것이다.

 

 

녀석들이 밥을 먹는 곳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서점 근처 '석정'이라는 식당과 '돼지국밥집' 인심이 괜찮았는지 여러 길냥이들이 밥을 먹으러 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는 2012년 봄, 서점 안에 들어온 노란 고양이 한 마리가 바로 훗날 '다봉이'라 불리는 고양이다. 아내가 식당에서 얻어온 삶은 명태를 나눠주면서 종종 서점에 들어오기 시작했다지만 과거 성인 남자에게 해코지 당한 경험이 있던 다봉이는 그만 보면 줄행랑을 쳤다. 너무나 서운했던 그는 다봉이와 가까워지기 위해 시간을 들여가며 노력했는데 그 와중에 집고양이로 살다가 버려졌다는 사연을 소문으로 접한 뒤부터는 더 열심히 챙겼다고 한다.

 

 

다봉이를 위해 안약을 타와 시시때때로 넣어주고 방광염에 걸린 녀석을 입원시켜 치료하고 종이박스 집을 만들어주다 결국 집으로 데려가 집냥이 1호로 삼았다. 털이 날리고 쇼파가 스크래쳐가 되고 벽지가 찢어졌지만 부부의 다봉이 사랑은 멈추지 않았다. 고양이 알러지로 판명난 큰 아들을 독립 시키면서까지 그 사랑을 멈추지 않았으니 얼마나 사랑받으며 살았을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리고 한 마리의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들을 불러오기 마련인데, 새롬이와 까미 그리고 얼룩이까지 집고양이 2호,3호,4호가 되었다. 그 중 까만 고양이 '까미'는 꼭 우리집 올블랙 녀석들 같이 느껴져 책을 읽다가 다음 페이지로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임신한 상태로 서점을 들락거리던 까미는 우여곡절 끝에 출산한 새끼들을 데리고 서점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추위를 피하고 배고픔을 피했다고 길고양이의 삶을 끝낸 건 아니었다. 불행히도 자동차 보닛에 들어갔다 실종된 새끼 고양이들과 로드킬로 아기 고양이 몇을 잃은 '까미'를 남은 새끼 한 마리와 함께 집고양이로 들였다. 고양이 네마리가 행복하게 살게 된 사연을 읽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는데, 부부는 여전히 서점 주변 길고양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이렇게 따뜻한 이웃이 있어 길냥이들이 겨울을 나고 그 짧은 묘생을 좀 더 연장해나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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