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의 반려동물
구혜선 지음 / 꼼지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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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구혜선이 반려동물들에게 방 하나씩 배정했다는 말에 엄청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한 열마리쯤 함께 산다고 기사에서 본 듯 한데, 결혼 후엔 그보다 적은 수이긴해도 여전히 반려동물과 어울려 살고 있었다. 이혼을 앞 둔 시점에 <나는 너의 반려동물>이 출간된 사실은 안타깝지만 이 책을 썼을 당시의 마음만 살짝 엿보기로 했다.

 

 

'신혼일기' 속 고양이들과 강아지들이 이 책 속에 함께 하고 있어 페이지마다 사진이 걸려 있지 않아도 쉽게 상상이 되곤 했다. 테이블 아래에 몸을 웅크리고 누운 녀석도 상자를 득템하고 기분 좋아진 고양이들의 표정도, 구혜선에게 안겨 웃고 있는 강아지 감자의 표정까지....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반려동물을 살피면서 살면 24시간이 모자랄 것만 같은데, 그 안에서도 그리움, 괴로움, 외로움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다. 어쩌면 그 감정들이 글을 쓰게 만들고 그림을 그리게 하고 반려동물들을 더 소중히 여기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겠지만.

 

 

아무것도 없어도 좋았다

무엇이 되지 않아도 되었다

좋았다

나와 너라서 좋았다

p60

 

 

유머 컨셉의 책이 아닌데도 읽다가 종종 웃게 된 까닭은 나 역시 집사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검은 색은 안 돼요. 니트는 안 돼요. ..'라고 쓰여진 옷을 고르는 기준은 언젠가 친구에게 내가 했던 말이랑 같아 웃음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검은 고양이가 있어 흰 옷도 안되고 회색털의 고양이가 있어 검은 옷도 안된다. 겨우 찾아낸 색은 그래서 그레이. 예전엔 흰 옷과 검은 옷을 메인으로 해서 여러 컬러의 옷들이 옷장을 채우고 있었다면 이젠 색상부터 소재까지 죄다 고양이 위주로 고르고 있다. 그 맘을 알기 때문에 짧은 이 글 속에서도 나는 웃음이 났다. 집사공감.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또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사진 한 장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표정 없이 무심한 듯 찍힌 컷에서도 녀석들이 그리 편해 보일 수가 없다. 엄마가 있고 집이 있다는 건 이렇듯 든든한 것이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 녀석들 중 별이 되어 돌아간 녀석이 있다고 했다. 사진 속에서는 이렇게 예쁜데, 무엇이 급해서 이리 일찍 가버렸을까. '알고 보면 단순한 일인데,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드는 건 감정'이라지만 이 순간 만큼은 그저 단순할 수 없다. 내 아이는 아니지만 슬픔이 차 오르고 만 건 아마도 이 작은 생명들이 주는 따뜻함을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엉덩이를 붙이고 있던 온기만 기억에 남는 건 아니다. 매 순간이 눈에 담겨 기록처럼 남겨진다.

 

'사랑이 무엇인지 나는 모르고 그것을 믿지 않는다'(p5)라고 책의 앞머리에서 선언한 그녀가 '이 사랑 영원할 것이라 약속한다'고 말한 건 그들 사이의 신뢰와 믿음이 변치 않을 것을 믿고 있기에 가능한 마음일 것이다. 사람이 배신했다는 말은 들려와도 반려동물이 배신했다는 말은 들은 기억이 없다. 어느 시골길에서 함께 찍힌 사진처럼 오래오래 행복했으면....하지만 아이들이 하나 둘씩 떠나도 '네가 흙으로 돌아갔을 때 너를 내 두 발로 매일매일 보듬어주리라 약속한다'는 굳건한 마음을 지켜낼 수 있기를.

 

사실 구혜선을 팬심으로 좋아해 본 적은 없다. 그저 좋아하는 드라마에 그녀가 등장하면 재미나게 보고, 전시회 소식이 뜨면 클릭해서 실린 기사나 그림을 본 정도였을 뿐. 그러나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은 응원하고 있다. 멋진 그림들도 계속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 좀 더 단단해져서 따뜻한 일상을 계속 또 이어나가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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