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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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퇴근 후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한 놈만 이름을 대. 소주 2박스 받고 내가 한 놈은 묻어준다"고 큰소리 치던 친구가 있었다. 물론 술김에 위로차 건넨 이야기였지만 회사에서 꼴보기 싫은 사람 이름을 하나씩 대며 웃고 말았는데, <<29초>> 속 주인공에겐 리얼이 되어버렸다. 바람 나 다른 여자랑 살림을 차린 남편 하나로도 모자라 직장 내에서 그녀는 조심해야할 1순위 상사의 표적이 되어 있다. 유부녀임을 알면서도 침대로 끌기 위해 자신의 모든 권력과 인맥을 동원한 더럽고 치사한 작자. 행실이 나빠 몇몇 불미스러운 일이 세상에 드러났지만 내부고발자의 인생만 망가졌을 뿐 그는 철저하게 보호받아왔다. 그래서 주인공 세라도 조심할 뿐 그의 지분거림을 표면적으로 공표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이 일어났다.

 

내게 이름 하나를 주십시오, 한 사람의 이름을. 내가 그 사람을 사라지게 해주지. 당신을 위해서.

P135

우연한 기회에 러시아 억만장자 볼코프의 딸을 구하게 된 세라에게 그는 단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하면 그를 세상에서 지워주겠노라 장담했다. 이미 아들을 잃은 그는 딸마저 잃게 될 위기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딸을 구해준 세라에게 그만의 방식으로 답례를 하고 싶었던 것. 그녀가 누구의 이름을 댈지는 짐작이 갔다. 바람난 남편으로 인한 속앓이보다 현재 자신을 괴롭히는 남자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 보였기 때문에.

 

일회용 전화기 한 대를 건네면서 그는 조건을 걸었다.

72시간(3일) 안에

단 하나의 이름을

말하면 되돌릴 수 없고 거절하면 그것으로 끝!

 

제한 시간 1시간 정도를 남겨두고 전화를 건 세라는 아무도 손 댈 수 없어 '방탄교수'라 불리던 러브록의 이름을 댔다. 그리고 그가 사라졌다.

 

 

콩닥콩닥....도둑이 제발 지리듯 모든 상황에 예민해져 있는 그녀 앞에 어이 없이 러브록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나쁜 놈은 그녀의 사주를 빌미삼아 더 강하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처음 볼코프가 제안 했을 땐 완벽하게 제거하리라 의심치 않았는데, 전문가도 실수 할 때가 있는지 세라는 더 위험해졌고 결국 그녀는 인생을 건 선택을 해야만 했다.

 

러브록이 사라지고 세라가 의심받는 상황으로 전개 되리라 여겼던 이야기가 러브록의 등장으로 더 흥미진진해졌고 어떻게 판세를 뒤집을 지가 관건이었는데, 역시 권선징악적 결말이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가져다 주었다. 주변의 도움을 받 되 모두가 몰라야 안전할 수 있는 작전을 짠 세라는 하나의 번호, 한 번의 통화, 단 29초의 시간으로 행복을 되찾았다. 하지만 이 모든 순간은 '용기있는 행동' 뒤에 주어진 선물같은 일들이었다.

 

뉴스를 보면 비슷한 내용의 사건사고들이 즐비하다. 소설 속 세라가 처한 상황이 현실 속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란 거다. 아쉽지만 모든 현실 속 상황이 소설처럼 해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29초>> 에서 만큼은 우리가 원했던 결말을 펼쳐볼 수 있어 좋았다. 개인별 기대 수위는 다를지언정.

 

이 시점에서 잠시 생각해본다. 과거의 내겐 하나가 아니라 10명, 100명도 댈 이름이 있었지만 지금의 내겐 72시간 안에 댈 이름이 하나 있을까. 현재는 특별히 떠올려지는 이름이 없다. 그래서 행복하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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