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개좋음
서민 지음 / 골든타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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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아는 유일한 '기생충 학자'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엔 기생충학자가 50명 ㅇ가량 있고 그 중 40퍼센트가 서울에 거주중이라고 한다. 지방에 기생충 학자가 살고 있을 희박한 확률에도 불구하고 하필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애완동물의 대소변은 사람에게 기생충 등 질병을 옮길 수 있으므로 금지합니다 라고 써붙여 놓았다니......! 이 대목을 읽다가 피식 웃음이 났다.

 

전문가와 붙어서 논쟁했을 때 과학적 근거를 댈리 만무하고 그저 싫은 마음에 핑계삼아 붙여 놓은 것이 뻔한 글인데, 다른 표현도 아니고 기생충이 언급되다니......! 저자에 따르면 소변은 질병을 옮기지 않는다고 한다. 개든 사람이든 비뇨기계에 심각한 감염이 있지 않는 한 소변에는 세균이 없고 기생충 감염이 가능한 대변의 경우 사람 몸으로 들어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해를 입힐 수도 있지만 딱히 반려견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대표적인 기생충인 개회충의 경우 감염되려면 알을 먹어야 하는데, 개의 대변을 통해 배출된 개회충이 흙속에서 최소 2주간은 발육해야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가 부화 할 수 있단다. 반려견이 개회충의 알을 먹을 확률은 희박하지만 유기견의 경우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개를 식용하는 이들이 참고했으면 좋을 내용이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유명 기생충 학자 집에 개가 그것도 페키니즈만 여섯 마리나 살게 된 것일까. 간혹 주변을 둘러보면 한 품종에 꽂혀서 유독 그 품종 견이나 고양이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집들이 있는데, 그의 집 또한 그러했다. 뽀삐와 예삐라는 흰색 페키니즈를 두 마리 키우던 부부는 현재 팬더, 미니미, 흑곰, 은곰, 황곰, 오리 라고 불리는 여섯 강아지들과 산다. 평소 특이하게 생겼다라고만 생각했었는데, 무척 매력적인 모양이다. 이 중 검은 강아지인 흑곰이 유난히 예뻐 보이는 나는 어쩔 수 없는 검은 고양이 집사이고.

 

 

기생충 학자가 저자라고 해서 내용이 위생과 환경, 감염과 세균 위주로 쓰여지지 않았다. 다른 집업군의 견주들처럼 그의 직업이 어떻든 간에 책은 평범한 일상이 담겨 있다. 마냥 착하지만은 않은 여섯 강아지들, 산책을 좋아하고 각자의 성격이 달라 싸우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아내가 얼굴을 물리는 등의 피치못할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으며 살고 있는 여섯 강아지들.

 

케어를 지지해 왔던 그가 '안락사 문제'로 시끄러웠던 케어와 박소연 대표의 결정에 대한 소신발언도 내뱉었고, 개를 키우는 환경,경제적 요건, 펫문화, 반려견의 인성 등의 자격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솔직하게 일갈해놓았으며 개고기반대 입장과 등록제, 트로이카 법안을 촉구하는 이유도 분명시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심각하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시종일 웃으면서 읽은 책이니까. 특히 개아빠와 결혼하려고 남편이 외모를 포기했다는 아내가 "이 개 예쁘지?"라고 말한 후 그 개들이 한 마리씩 집에 와 있었던 일화를 읽다가 웃음이 크게 터져 책을 잠시 내려놓아야했으므로.

 

고양이를 여섯마리 키우면서도 '쉬운 일이 아니야'라고 푸념할 때가 있는데 하물며 개 여섯 마리라니.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사는 부부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이 책!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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