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김종관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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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는 뚝.뚝.뚝. 끊긴 느낌을 준다. 짧은 기억을 확인하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면 전혀 다른 추억이 소환된다. 필카의 필름을 살펴보듯 읽게 만든 <나는 당신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는 '최악의 하루'로 2016년 제 38회 모스크바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한 김종관 감독이 썼다. 그는 수상한 작품 외에도 '낙원','폴라로이드 작동법' 등의 단편영화와 '더 테이블','조금만 더 가까이' 등의 장편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중 본 영화가 없어서 영화의 감성이 글로 고스란히 옮겨졌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눈에 비친 한 장면, 한 장면이 감성으로 이어지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

 

 

우리가 살면서 수없이 지나치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누군가는 계절을 발견해내고 추억을 소환해내고 있었다. 그 감성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겠지만 영화감독 김종관의 10년의 기록은 기간을 명시하지 않았다면 몰랐을만큼 일상적이었다. 글로벌한 청춘들이 모여들었던 이문동의 추억, 화장실을 찍는 부업을 하게 된 사연, 여러 물건을 팔던 아버지와 다녔던 어린 시절, 개근상을 못탔던 이유..그가 소환해낸 기억의 파편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짧게 보여진다. 그 중에서 안타까웠던 건 교통사고를 당한 'R'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택시와 부딪혀 목뼈 수술까지 받았지만 피해자임을 증명하지 못했다. 책의 표현에 따르면 경찰은 게을렀고 CCTV의 기록타임은 지나쳤다. 겨우 한 개를 찾아냈지만 그녀로 추정할 뿐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했다. 사고로 기억마저 흐릿해진 R의 억울하지 않았을까.

 

'여행을 다닐 때의 나의 요령은 표정을 감추는 것이다(P102)'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는 소중한 순간을 독자와 공유하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글에 나타난 그의 얼굴은 포커페이스가 아니었으므로.

 

 

소중한 사람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억은 스러져가는 환영을

 잃어버리지 않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P136

*2012년 출간된 <<사라지고 있습니까>>의 개정증보판 / <밤을 걷다> 시나리오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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