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을 해도 나 혼자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
무레 요코 지음, 장인주 옮김 / 경향BP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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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집고양이의 수명이 얼마나 될 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아주 오래오래 함께 살게 되길 바라고 또 바라며 산다. 장거리 여행을 포기하고 손님을 초대하는 일을 줄이면서도 불편함보다는 수긍하는 자세로 바뀌었고 불만보다는 함께하는 행복감과 고마움으로 일상을 채워나간다. 같은 집사로서 작가 무레 요코 역시 비슷한 마음인 듯 했다.

 

1998년, 아파트 담장 위에 있던 어린 쇼트헤어 고양이를 구조한 이후, 줄곧 19년 넘게 함께 살면서 평범하게 이어져온 일상은 10년 남짓 집사로 살고 있는 나의 일상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았다. 병원갈 때 고래고래 소리질러서 주변의 눈치를 봐야하지만 막상 도착하면 세상 얌전한 고양이로 변신해서 황당했던 일, 집사의 새벽 잠을 깨우는 일, 동네 길냥이들을 이겨 먹는 일(?),편식쟁이라 해외에서 지인을 통해 공수받은 캔을 먹이는 일....무난한 고양이기보다 까탈스러운 고양이로 살기로 택한 작가의 고양이는 말 그대로 '여왕님'의 삶을 살고 있었다.

 

어쩌다보니 집사, 어쩌다보니 하녀로 살고 있는 저자는 옆집 친구 고양이 이름이 'B'인 걸 감안해 똑같이 순둥한 고양이가 되라는 뜻으로 'C'라 이름 지었다는데, '고양이 C'는 이름처럼 살길 거부한 채 20년을 꼿꼿하게 까탈스러움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래도 고양이니까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건 나 역시 집사여서일까. 너무나 다행인 건 무려 20년 째 작가와 함께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건강하다는 거다. 마지막 페이지로 갈수록 C의 건강이나 C는 이제 없다 는 식의 문장을 발견하게 될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여전히 건강하다는 말에 안심했다. 간혹 고양이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보는 지인들이 있는데, 너무 냥바냥이라 대충 15년~20년쯤? 이라고 대답했지만 소망이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젠 무례 요코의 고양이 이야기를 해주며 20년째 동거하고 있는 고양이 이야기를 쓴 작가가 있다고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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