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의 기분 -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김먼지 지음, 이사림 그림 / 제철소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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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본명인가? 책을 집어들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작가명이 독특하다는 거였다. 사전 정보가 있어서 선택한 책이 아니었다. 그저 많은 책들 사이에서 레옹처럼 그려진 긴 머리의 여자가 옆구리에 고양이 한마리를 끼고 있었다. 책의 표지 그림이 그랬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고양이 집사인 내 눈에 띄였고 작가가 '김먼지'였던데다가 책 제목이 '책갈피의 기분'이었던 거다. 궁금했다. 책갈피를 의인화한 것인지, 책갈피처럼 살고 있다는 의미인지, 책갈피 같은 기분으로 살고 싶다는 뜻인지....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금새 읽을 것처럼 보인 두께의 책을 펼쳐들었는데,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 책보다 사람이 궁금해진다. 매우 유쾌해서 지인이 되면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 줄 것 같은 사람, 하지만 퇴근 후엔 퓨즈가 끊긴 가전제품마냥 기운을 다 소진한 채 어딘가에 기대어 있을 것만 같은 극과 극의 사람으로 상상되는 그녀는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업계에서 10년을 버텨온 베테랑이었다.

 

 

아쉽게도 처음 기대처럼 고양이 사진이 등장한다거나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에 대한 페이지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자, 한 자 재미나게 읽힌다. 일부러 웃기려고 쓴 것도 아닌데. 박봉에 시달리며 사회생활을 하지만 그 일 자체를 즐기는 그녀의 하루하루가 남일 같지 않았고, 좋아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떄로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지치고 쏟아지는 일에 파묻혀 지치는 그 기분이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내게도 그런 어제가 있었기 때문에.

 

 

작가 미팅을 하고 메일로 전송된 글들을 읽던 그녀가 책을 내고 작가가 되었다. 편집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좋은 편집자가 되는 방편'을 알리는 책도 아니고 편집자를 쫑내고 독립출판 작가로 전향하겠다는 출사표격인 책도 아니다.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더 확장해 둔 것 같았다. 자신의 일터를 지키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 또한 하나씩 해내는 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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