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
제바스티안 피체크.미하엘 초코스 지음, 한효정 옮김 / 단숨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네의 믿음을 스스로 확신하나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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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자의 딸이 납치되었다. 범죄소설 <차단>의 내용은 간단한듯 보였다. 하지만 책의 두께만큼이나 풀어가는 방식은 단순하지 않았다.

열세 살 피오나는 엄마 몰래 성년의 남자친구와 사귀고 있다. 속인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름길로 오지 말라는 엄마의 경고를 무시한 채 오솔길로 들어선 그녀는 피범벅이 된 남자를 만났고 머릿 속 위험신호를 무시한 채 멈춰섰다. 그리고 이야기는 10일 후로 건너뛴다. 도입부가 잊혀질만할 때쯤 다시 피오나를 멈춰 세운 남자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글의 아귀가 맞아들어가지만 시작부분에서 피오나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사건으로 다시 시작된다.

 

남자친구에게 지독한 스토킹을 당한 린다는 오빠의 권유에 따라 섬으로 숨어들었지만 곧 폭풍이 몰려와 고립되어 버렸다. 게다가 꼼짝없이 갇힌 섬 안에서 스토커 대니의 기운이 느껴진다. 반면 베를린에서는 파울이 턱관절이 분리된 여성의 시신을 해부하다 머릿 속에서 딸의 알파벳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 곧바로 딸에게 전화했지만 연결되지 않았고 녹음된 음성메시지 속에서 딸은 울먹이고 있었다. 살고 싶어서.

 

납치범이 '에릭'이라는 남자를 보낼 거라고 했지만 그는 도착하지 않았다. 대신 에릭의 죽음을 전화상으로 알려온 여자는 공범은 아닌 듯 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에게도 딸의 납치를 털어놓을 수 없는 파울에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수화기 너머 여인인 린다만이 공조할 수 있는 같은 편이다. 한 사람은 헬고란트 안에서 또 다른 사람은 헬고란트를 향해 오면서 납치범을 찾아야하는 상황. 사이사이 변태성욕자에게 유린당하는 소녀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결국 이 소녀의 죽음으로 현재의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게 된 파울의 마음은 조급해진다. 자신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과거 판결에 연류된 사람들이 시체로 발견되는 것은 물론 딸을 납치하고 관련자들을 처단(?)한 범인들 역시 죽어버린 지금, 딸을 찾을 방도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모두의 도움을 받아 딸을 찾아냈다. 하지만 딸은 고마워하지 않았다. 갇혀 있는 동안 죽은 소녀가 폭행당하다가 자살하는 영상을 반복해서 본 딸이 스톡홀롬 증후군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아내와 딸에 이어 자신의 명성과 자유마저 잃은 남자의 결말은 해피엔딩은 아니었다. 제법 공정하며 엄격하게 판결내려진다고 생각해온 독일의 법 체제 속에서도 완결한 판결은 없음을 발견한 듯 하여 약간 씁쓸해진 것 외엔 소설은 아주 재미나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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