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 혜민 스님과 함께 지혜와 평온으로 가는 길
혜민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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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의 글은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참 좋은 글입니다. 일기쓰듯 어제를 반성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내일을 준비하게 합니다. 그래서 읽고나면 마음이 청아해집니다.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란 책제목 또한 스님의 글과 잘 맞는 제목이라 골라놓고도 한동안 흐뭇하게 바라봤을 정도입니다. 고운 동시처럼 짧막하게 쓰여진 글들이지만 허투루 읽고 싶지 않아 천천히 읽다보니 다른 책들에 비해 속도가 참 느렸습니다.

 

보통 하루에도 10권씩 읽고 서평을 썼는데, 이 책은 한 달 정도를 펼쳤다 닫았다 했으니 꽤 많이 걸린 셈이지요. 이일저일로 바빠도 하루 이틀 사이 한 권씩은 꼬박꼬박 읽으면서 곁다리처럼 스님의 책을 함께 껴 읽었답니다. 범죄소설의 경우 범인이 궁금해서, 반려동물 서적의 경우 사진과 그림이 많아서, 일반 소설의 경우 빠르게 읽는 편이므로 훌훌 책장이 넘어갔지만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은 한 단락씩 읽고 하루종일 전날 읽은 문장을 곱씹으며 내 마음의 상태를 점검하느라 지체되곤 했지요.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낮보단 주로 밤에 읽으면서 이층 창문을 열고 밤하늘 구경도 하고 옆에 와 누운 고양이 등짝도 쓰다듬어가며 향초 하나 피워놓고 읽는 문장들은 꿀물 같았으니까요. 잠들기 전 한 문장씩 읽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예쁜 마음으로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 읽고 서평을 남겨두어야겠다 싶은 시점에 울컥 화를 낼 일이 생겨 마음을 다잡으면서 첫장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시간이 화살같이 지나가 버렸네요.

 

스님의 말씀처럼 '마음이 고요할수록 알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동안 미웠던 사람, 어찌할 수 없는 일들, 꺼져가는 생명을 보면서 책으로 마음을 다잡았지만 여전히 그 사람은 밉고 병은 쉬이 낫질 않으며 상황은 변화된 것이 없습니다. 다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고 화를 누를 수 있었으며 다시 아픈 아이를 위해 기도할 힘이 생겨났습니다. 사람으로 인해 황천길 앞까지 갔던 아이를 위해 오늘도 기도합니다.

 

어느 페이지에 실린 마음처럼 '더 나빴을 수도 있었는데 이만하니 다행입니다'를 되뇌어봅니다. '착한 사람보단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생겨난 일이라고 위로해봅니다. 그래서 스님의 글은 어느 날엔 반성의 '일기'가 되고 어느 날엔 희망의 '마음'이 됩니다. 고요하지만 참 바른 문장들이라 스님의 글을 즐겨 읽게 되나봅니다.

 

지금껏 읽었던 스님의 책이나 TV를 통해 들었던 그 어떤 말씀보다 지금은 이 한 권의 책이 더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10대나 20대엔 타인을 통해 '나'를 가늠했다면 30대에 접어들어선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되살펴볼 시간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살펴보게 됩니다. 예민했던 나를 내려놓고, 빨리빨리 완벽하게를.... 마음 속에서 던져버렸다고 생각했는데도 아직까지 더 덜어내야할 욕심들이 있었나봅니다. 마음의 변화와 행동의 부작용. 이 둘을 보완하기 위해 책을 좀 더 차분히 읽어나가려 합니다. 다시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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