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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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성지기 '밤삼킨별'의 <<난 잘 지내고 있어요>>는 구성면에서도 참 특이한 책이다. 일단 양면이다. 시처럼 짧막한 마음을 p137까지 읽다가 뒤집어져 나오는 페이지에 놀라 '파본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편으로 다시 읽기를 할 수 있는 재미나게 편집된 책이다. 그리고 반대편 반쪽은 길게 문장으로 쓰여졌다. 마치 소설과 시를 함께 읽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그 길이가 어떻든 간에 이 책은 에세이다.

마음을 담는다는 건 그 그릇의 모양이나 크기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긴 문장을 읽고 짧은 문장 페이지들을 넘길껄...이라는 후회가 든다. 양쪽으로 읽는 책인 줄 알았다면 그랬을텐데....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에 다음에 읽는 이들은 길이가 긴 문장부터 읽기를 권해본다.

마음 속에 묵혀두었을 그 시간의 이야기들이 술술 읽힌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와 헤어지고, 떠난 빈자리 때문에 마음앓이를 겪고...나의 흑역사 속에도 그런 시간이 있어 타인의 글과 함께 오버랩 시켜보지만 그리 아름답게 남았을 리 없다. 하지만 밤삼키별의 추억은 예쁜 문장으로 남았다. 내용만 보자면 참 큰 생채기처럼 보이지만 어쨌든 조개가 진주를 자아내듯 아름다운 글과 감성을 실어 남겼다. 참 부러운 대목이다.

'마음도 오래 혼자 두면 상한다'는 표현. 누군가에게 길게 설명할 필요없이 짧게 던져주기에 참 좋은 말이라 머릿 속에 저장해둔다. 뭔가 꼰대처럼 길게 설명하고 싶지 않고 충고처럼 들리지 않게 말하기엔 이젠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탓일까. 걱정도 괜시레 넘치는 것처럼 보일까봐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그래서 이런 에세이류가 참 편하게 읽힌다. 입을 열기 보다는 굳이 열어두고 싶지 않은 귀를 열기 보다는 눈으로 조용히 읽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글이기에 늦은 밤 커피 한 잔 기울이며 한 페이지씩 넘기기 적당하다.

모두에게 응원이 되는 책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겐 지나간 시간을 토닥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읽는 내내 고요함을 유지할 수 있어 좋았다. 폭풍 같았던 그 시절, 이 책을 읽지 않게 된 건 다행이다. 지금이 딱인 순간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지금의 내게 평온하게 읽을 수 있는 안식처인 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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