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 - 38억 엔 적자 회사를 최강 기업으로 만든 회장의 경영 수첩
마쓰이 타다미쓰 지음, 박제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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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워야할 점들이 있다. 미니멀리스트로 살고 싶지만 항상 장바구니에 가득 담긴 물품들을 보면 '나는 맥시멈리스트인가' 좌절하게 되는 내게 '무인양품'은 취향이다. 심플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무인양품의 생활용품들이 참 좋다. 그래서 몇몇 상품들은 즐긴다. 솔직히 그렇다. 트렌디하다기보다는 스테디에 가까운 무인양품의 제품들을 보고 있자면 질림의 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성공가도를 달릴 것만 같던 무인양품 역시 2001년에는 38억 엔의 적자 위기에 봉착하고야 말았다. 그렇게 사라져버렸다면 오늘날 이 책을 읽을 수도 없겠지만 그들은 살아남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영리한 수장 마쓰이 타다미쓰의 경영 아이디어가 담긴 책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을 오랜시간 공들여 읽게 된 이유다.

 

 

'매뉴얼'대로 움직여서 조직력은 강하나 융통성이 부족했던 기업에서 일해본 적도 있고, 그날 그날 사장의 기분이 매뉴얼이 되는 주먹구구식 회사에서도 일해본 적 있는 내게 '개선 앞에서도 원칙을 중심에 둔다'는 회사 <<무인양품>>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곳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기본으로 이기다, 무인양품>> 을 읽으면서 그들이 계속 성장하는 이유를 그가 적는 수첩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매년 같은 형태의 수첩을 사용한다는 그는 시간단위로 꼼꼼하게 일정을 정리하면서 매일 비슷한 시간에 기상해서 비슷한 시간에 취침하며 살고 있다. 일정관리와 건강관리, 즉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의미다.

 

스물 일곱권의 수첩이 쌓이는 동안 노하우도 업그레이드된다. 빽빽하게 진행된 미팅 메모 속에 그날의 날씨까지 적어놓다니....검색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을 보유한 셈이다. 적기만 한다고 이루어질까. '일정을 적고 실행해나가는 것만으로도 계획이 달성된다'(p14). 역시 실행으로 이어져야 결과물이 생긴다.

 

P-D-C-A(계획/실행/평가/개선) 사이클로 비즈니스를 진행해나가는 시스템이 말로는 쉬워보인다. 하지만 막상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역시 첨부된 수첩 사진을 통해서다. 마쓰이 대표는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다. 38억 엔 적자 위기를 맞을 때 '사장'이었던 그는 약 100억 엔 분에 달하는 불량 재고의 소각처분을 결정했다. 쉽게 할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의외로 고민이 되지 않았다고 고백하고 있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고 말하면서.

 

 

 

 

 

그저 실행할 뿐. 큰 손해로 생각되던 소각 역시 그에게는 'd'였을 뿐이라는 대목에서 좀 놀라고 말았다. 그 이후에는 '소를 잃었으니 외양간을 정비'해야했다. 불량 재고가 쌓인 원인을 찾아 매주 수요일 2~4시 사이 '더 좋은 방법이 없나?' 회의를 실시했다. 이 작은 변화들이 '성장'을 가져온 것이다. 조직이 비대해질수록 개혁은 멀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일부의 불합리성을 수긍했던 기억이 있는데, 편견이었구나! 싶어진다. 물론 그때의 나로 돌아가도 조직의 작은 나사인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모든 회사가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면 당시 느꼈던 좌절감이나 회의적인 시선은 약간 거둘 수 있지 않았을까.

책 속에서 발견한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은 '감동'이다. 안티를 팬으로 돌리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무인양품의 자전거 사고로 턱을 일곱 바늘이나 꿰매야했던 성장기의 학생이 세월이 흘러 부장이었던 그가 사장이 되었을 때 주주 총회 맨 앞 줄에 앉아 있었다면...이 하나 만으로도 무인양품은 굉장한 회사가 아닐까.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의 서비스 센터를 방문할 때마다 보게 되는 풍경과는 사뭇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매번 소리를 지르는 고객이 있고 그 고객과 멱살을 잡으면서 막말하다 둘 다 끌려나가는 직원을 보게 되는지.... 한 두 군데 대기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년에 두 세번 정도 방문하게 되지만 그 작은 빈도수에도 불구하고 꼭 보게 된다. 안타깝게도 고객만 진상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상황들이었다. 서비스 직원의 태도 역시 문제가 있었고 나아가 회사의 방침에 결격 사유가 있어 보여서 대기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이 제품을 계속 사용하는 나 역시 호구 고객인가' 한숨 지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자신을 다치게 만든 회사의 주식을 산 고객이라니......! 성의있게 임한 사고처리가 감동으로 남은 사례가 아닐까.

 

 

업무기록 외 건강기록은 더 놀라웠다. 바쁜 비즈니스로 인해 건강을 등한시 하다 병을 얻곤 하는 ceo는 드라마에만 등장하는 것일까. 체중/체지방률/혈압에 맥박까지...이렇게 꼼꼼하게 체크하는 건 비서라도 힘든 일일 것이다. 또 3월부터 감량을 시작하여 6월 정도에는 위를 적정수준으로 줄여둔다거나 저녁에 늘어난 체중을 다음 날 아침에 바로 줄이는 일, 13킬로를 감량하는 정도만 보면 다이어트 트레이너의 책인가? 갸웃 거려진다.

 

도저히 다 따라할 순 없을 정도지만 당장 내것화 해야겠다 싶어진 대목도 서너가지나 된다. 이 정도는 따라할 수 있겠다 싶고 좋은 습관으로 정착시키고 싶은 것들이라 얼른 포스트 잇에 기록해두었다.

 

우리나라 기업인 중에 비서진이 아닌 자신이 직접 다이어리를 쓰는 회장님이 몇이나 될까. 쓰고 있다면 그들의 수첩 내용 속 역시 궁금하다. 더불어 살짝 게을리했던 다이어리 쓰기에 박차를 가해보려 한다. 열심히 달리는 동안 일년에 몇 권씩 소비해가며 업무별로, 개인별로, 취미별로 나눠 쓰던 다이어리 쓰기가 약간 시들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몰랐는데 좋은 습관이었던 메모하는 습관을 다시 부지런히 가동해보며, 이 책 첫 장부터 천천히 다시 탐독해보려 한다. 익히고 습득해야할 페이지들이 참 많았으므로-.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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