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에 잠든 물고기 나남문학번역선 20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인옥.김경림 옮김 / 나남출판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한참 재미나게 시청하고 있을 즈음 읽게 된 소설 <<숲 속에 잠든 물고기>>엔 5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좁은 집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시아버지의 유산상속을 믿고 도심의 큰 집으로 이사온 '마유코'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다섯 엄마들의 이야기엔 속도가 붙는다. 1999년 도쿄 수험생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쓰여졌다는 소설은 스카이캐슬처럼 쫄깃한 입시전쟁을 다루고 있진 않지만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첫장부터 막장까지 한순간에 끝나버린다. 살아온 환경, 교육수준, 현재의 재정상태, 가치관이 달랐지만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함께 했던 그들,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원수보다 못한 사이가 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된 건 점처럼 작은 균열로부터였다.

 

 

시아버지의 유산중 일부를 받아 이사오게 되었지만 시어머니는 애초에 약속한 금액을 다 주지 않았고 이웃의 넉넉한 삶을 부러워했던 어린 새댁 '마유코'는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는가하면 이웃의 아이를 잠시 돌봐주면서도 뻔뻔하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호의로 받게 된 아이용품을 카드값을 변제하기 위해 되파는가하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물쓰듯 써버리면서 점점 망가져갔다.

'히토미'는 두 여자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아이를 맡겼다는 이유로 반찬을 사다나르고 돈을 뜯기는가하면 맡긴 아이는 심하게 다쳤다. 아동학대를 당해왔던 것일까. 엄마로서 가슴이 미어지고 후회되는 순간에도 또 다른 이웃인 '요코'는 거의 스토커 수준으로 전화해대고 집 앞까지 찾아온다.

'요코'는 낯가림이 심한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본인도 의심이 많고 사람들과 잘 지내지 못하는 것이 컴플렉스다. 히토미에게 집착하고 있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으면서 멈추지 못해 새벽까지 그녀의 집앞에 가서 불이 꺼졌는지 확인하고 돌아온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겉으로는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엄마처럼 보이지만 자식을 사립학교에 진학 시키기 위해 이웃의 비밀까지 이용한 '치카' 는 결국 쓴 맛을 봐야했다.

불륜상대를 오픈했지만 입시를 핑계로 불륜남 가족과 식사까지한 치카를 용서할 수 없었던 '가오리'는 마유코의 롤모델이었다. 마담으로 불렸을만큼 우아하면서 여유로운 가오리의 삶을 마유코는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딸이 어릴 때 입었던 명품 옷들도 나눔하면서 도움을 주었지만 다 배신으로 돌아왔고 결국 금지옥엽으로 키운 외동딸이 등교거부한 채 마유코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을 뒤늦게 알고 분노한다.

처음에는 좋았다. 맘친으로 똘똘 뭉쳤을만큼 서로에게 호의적이었고 부드러웠던 관계가 어그러지게 된 건 역시 한 순간이었다. 차마 내뱉지 못했지만 서로를 향한 불편함이 커지면서 파국으로 치닫았다. 서로를 외면하면서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간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은 정말 의미 없는 시간들이었을까.

친구의 추천으로 <<8일째 매미>>를 읽으면서 주목하게 된 작가 '가쿠다 미쓰요'의 필력은 대단했다. '입시'보다는 '관계'에 대해 더 고심하게 만들만큼 멋진 소설이었다. 이번에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