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그려야 한다
리카(Licar).피즈(Piz) 지음 / 미니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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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소과를 졸업하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만나 10년을 함께 일한 두 사람이 같이 출간한 책 <<고양이는 그려야 한다>>는 흥미와 재미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이어진 책이다. 그림을 그만둔지 수십년이 지난 나도 연필을 다시 잡고싶게 만든 책 속에는 고양이들이 가득했다. 여러 브랜드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아닌 각종 필기도구로 그려놓은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들이......!

 

 

 

리카의 러시안 블루 고양이는 피즈가 소개했고 피즈에게 구조한 길고양이를 넘긴 쪽은 리카였다고 한다. 공통점이 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왜 '고양이'를 대상으로 삼았던  것일까. 사실 서로에게 말썽꾸러기를 연결해준 인연으로 지금까지 함께 일하고 있다는 그들에게 '고양이'가 어떤 존재인지는 따뜻하게 그려놓은 그림들만 봐도 눈치챌 수 있다. 특히 표지에 그려진 고양이의 모습이 내고양이와 닮아서 골라 읽게 된 책 <<고양이는 그려야 한다>>를 탐내는 이웃들이 많기도 했다. 그림에 욕심이 있다거나 귀여운 고양이들을 보면 사족을 못쓰는 내 지인들의 서가에도 이 책이 한 권씩 꽂혔으리라.

  

 

입시미술을 준비하며 석고뎃생을 해봤지만 그 시절 고양이를 그려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손이 굳은지 한참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고양이를 그릴 이유 따윈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사 고양이처럼 그려진 그림 앞에서 문득 욕심이 되살아났다. 하지만 쉬울 리 없다. 그래서인지 현명하게도 책은 바로 고양이를 그리는 비법을 알려주지 않은 채,'구 그리기- 원기둥 그리기 - 도형화시키기' 훈련을 먼저 요구한다. 그 후 '그리드 스케치'를 거쳐 '간단히 그리기'를 연마하게 구성되어져 있다. 도구는 중요하지 않았다. 연필/색연필/펜/아크릴물감 어느 것으로 그리든 간에 만족도는 높았다. 물론 그 결과물의 질감은 상당히 달랐지만.

 

 

전체를 완성할 수 없어도 좋았다. 어느날엔 책을 따라 수염, 코, 입만 따라 그렸는데도 충분히 즐거웠다. 여섯 고양이들의 입모양을 관찰하면서 그려나가는 동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최근 집중력이 흐려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책 속 모델묘들도 하나같이 사랑스러웠고 프로필처럼 짧게 적힌 사연들도 흥미롭게 읽혔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고양이들. 그림으로 소장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왜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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