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주
이정연 지음 / 고즈넉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다면 둘 중 하나일 것이라 순항은 생각했다
청정무사의 풍문이 거짓이거나
청정무사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옳은 일이라 허락했거나.
물론 지금의 그로서는 무엇이 진실인지 모를 일이었다
p157

 

 

 

 

민중은 꼭두각시가 아니다. 글자의 반포를 두고 갈등을 빚은 <뿌리 깊은 나무>에서처럼 금주령을 사이에 두고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밀주>에도 비밀조직이 등장한다. 왕과 한 나라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숨은 거대권력이라....매력적인 요소이지만 <밀주>의 반전은 깊은 생각에 빠지게 만든다.



영조 11년, 왕이 금주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술은 여전히 사람들 곁을 맴돌고 있었고 암암리에 거래되곤 했다. 영조 실록에 '술 마신 신하의 목을 베다'라는 대목이 나올 정도니 재산여하, 벼슬유무를 떠나 술을 끊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나보다. 그 중 제사상에 술 대신 식혜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효' 와 직결된 젯상에조차 올릴 수 없거나 너무 비싸서 몰래 구할 수 없었다면 대체 누가 검계의 술을 구매하였는가? 주 구매처는 누구였으며, 당시 조선의 기방은 다 폐업상태였나?라는 의문이 든다. 밀주전담반금란방과 아무도 터치할 수 없는 '오궤신'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 정체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한양최대밀주조직.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그들의 뒷배는 누구일까? 궁금했는데, 금한 자도 허한 자도 한 사람임을 알고나니 맥이 탁 풀려버렸다.



구설수가 많고 컴플렉스 덩어리였던 한 남자가 왕에 올라 이룬 업적도 많았으나 그의 권력에 희생된 사람들도 적지 않았으니 그를 좋은 왕이라 불러야할 지 그렇지 않은 왕이라 기억해야할 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story....

1755년 9월 8일 영조는 금주령을 시작했다. 그리고 검계 조직은 몰래 빚은 밀주를 빙고에 보관했다. 하필 밀주가 보관된 빙고에서 사람이 죽었다. 수장으로 알려진 철주와 2인자인 진기는 그 죽음을 두고 서로의 거짓말을 확인했고 상대의 손바닥만 스쳐도 손금을 단박에 읽는다고 소문난 우포청 손금부장 장붕익은 그간 모아온 사람들의 지문으로 수사망을 좁혀나가기 시작했다. 더불어 오궤신 중 한 명인 바히르의 제안으로 금란방에서 버리는 밀주에 약간의 치자를 섞어 검계와 함께 일하는 자까지 솎아내기 시작했다. 좋은 꽤였으나 그들의 힘은 위로도 옆으로도 너무 넓게 뻗쳐 있었다.

 

 

오궤신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을 모두 이뤘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p435

 

 

맡은 바 일을 훌륭히 해냈으나 너무 잘 해내어 도리어 죽음을 맞이해야했던 오궤신, 이수판, 석포, 바히르, 한길을 대표해 왕 앞에 선 붕익에게 임금은 상이 아니라 한쪽 눈을 앗아갔다. (이 중 한길은 살아남아 붕익과 함께 검계의 뿌리를 쫓아 창원으로 향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을 버리지 못한 남자와 허망함에 눈물을 흘려야했던 임금.이정연 작가의 역사스릴러 <밀주>는 천만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온 것만큼 재미있었지만 시대와 인물을 되새김질해보면....영조치하는 역시 씁쓸한 시대가 아닐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