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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무언가 유쾌함을 기대했던 것일까? 감동의 에세이 한 줄을 원했던 것일까? 책 제목이 딱 마음에 들었다는 점 외에 책을 구매하게 된 다른 이유를 도무지 찾아낼 수 없었다. 분명 제목 하나만으로 고른 책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읽어보면 알 수 있을거야~ 라는 마음으로 택배가 도착한 첫날부터 열심히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투잡을 뒨 저자 하완이 그리고 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들어오는 일 거절하기','모아놓은 돈 까먹기','한낮에 맥주 마시기' 등이 특기라는 저자의 고백을 들으며...베짱이도 이런 베짱이가 있을까? 싶었지만 마음 한 켠이 콕 찔려오는 건 나의 일상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아서였지 싶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가 아니라 '너무나 열심히 살아버렸다'의 과거를 가진 내게 지금의 순간은 '더'하기 위해 아둥바둥했던 10대,20대와 안녕하고 '덜'하는 삶을 택한 30대 중반부터의 일상이기에 고백하자면...약간 많이 찔려버린지도 모른다.
신나게 여행가고, 신나게 게을러지는 '여가타임'을 보내는 방법서라면 두 눈 시뻘겋게 만들어가며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었다. 과정보단 결과에만 관심을 두고 살았던 남자의 일상 속 생각들이 빼곡히 들어찬 책이며 여러 갈래의 정답을 찾아가는 삶의 과정인 것이다.
'이러려고 열심히 살았나' 싶어지는 순간 '한 번쯤은 내 마음대로'하고 싶어 선택한 프리랜서의 길.'먹고사는 게 뭐라고' 치사해지는 순간에도 '하마터면 불핼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며 현재의 선택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쓴 책. 제목만큼이나 목차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목차만 읽어도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짐작이 갔기 때문에. 사실 그림은 개인적인 취향과 거리가 멀었다. 표지부터 다리털이 많은 남자가 빤스 한 장만 입고 누워 있는데 그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올라가 꾹꾹이인지 안마인지 모를 행동을 하고 있는 순간이 그려져 있다. 아름답지도 귀엽지도 않은 그림이라 같은 주에 읽은 <<당신에게 고양이>>일러스트와 비교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돈과 자유 중에서 용감하게 자유를 택한 이 남자의 책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혹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은 직장인들에겐 잠시잠깐의 숨통을 틔워주는 선물처럼 읽기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