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무처럼 느려도 괜찮아 - 소심해도 사랑스러운 고양이 순무의 묘생 일기
윤다솜 지음 / 북클라우드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검은 고양이를 반려하고 있어 흰고양이가 있는 집엘 놀러 갈때면 많이 낯설게 느껴진다. 흰털이 붕붕한 녀석들이 이리 뛰어다니고 저리 뛰어다니는 모습에 익숙하지 않아서일까. 물론 모든 고양이들은 예쁘고 사랑스럽다. 다만 우리집 올블랙녀석들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는 것 뿐. 제주에 사는 '히끄'라는 하얀 고양이 외에도 근처에 사는 시크한 흰고양이 '별이' 그리고 이번에는 약간 누리누리한 털이 섞여 있다는 흰고양이 '순무'다. 우주를 머금은듯한 파란 눈동자에 분홍코가 매력적인 녀석. 외동묘라 대장고양이처럼 굴어도 좋으련만 녀석은 소심덩어리여서 그 일상이 더 흥미로웠다. 수줍은듯한 녀석이 이토록 사랑스럽다니.....!

 

 

두 살이 된 수컷 고양이 '순무'는 고양이를 너무 좋아하지만 반려해본 적 없는 신혼 부부에게 5개월 차에 입양되었다. 초보 집사였지만 펫숍에서 만큼은 분양하지 말자는 개념있는 부부가 고양이 카페에서 입양 글을 보고 데려온 녀석이었다. 밤 12시, 골목에서 이동장안에 있는 어린 고양이를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짐작하게 만드는 많은 일들. 푸념처럼 "좀 더 일찍 데려올 걸" 이라고 후회하는 부분이 군데군데 보일만큼 탄생 후 5개월 간 녀석은 제대로 케어받지 못한 채 지냈다. 방광에 가득찬 슬러지, 참치캔이나 간식은 전혀 본 적도 없는 것처럼 낯설어하던 모습, 고양이는 원래 냄새가 많이 나는 동물인 줄 오해할만큼 심했던 냄새....베테랑 집사라면 당장 화낼만큼의 상황 속에서 자라왔던 어린 고양이 순무. 책을 읽으면서 손이 벌벌 떨리는 부분들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다행스러운 건 책상 및, 에어컨 뒤에 숨어서 한참 만에 나왔다는 소심쟁이를 '모두 각자만의 속도가 있고 방식이 있다'며 이해해주고 기다려준 부부를 만났다는 거다. 녀석 전생에 나라를 구한 고양이였을까. 너무나 고마워지는 대목이었다. 이해받는다는 건 사람이건 고양이건 간에 감동스러운 순간일테니.

함께 한 지 2년. 통통하게 주먹쥔 순무의 찹쌀떡, 우리집엔 없는 오동통한 꼬리, 동그란 눈동자. 페이지를 통해 순무의 일상을 함께하는 일은 그 어떤 에세이를 읽는 것보다 즐거운 시간이었다. '소확행'을 확실히 실천하는 고양이와 집사의 일상은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냥스타그램 슈퍼스타 '순무'를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또 한 수를 배운다. '느려도 괜찮다'는 사실을.

과거엔 동서양 철학자들에게서 배웠던 인생철학을 요즘엔 고양이들을 통해 습득하는 기이함은 고양이를 반려하면서 시작되었다. 신기하게도 인생의 지혜를 태어나면서부터 달고나온 녀석들 같다. 고양이라는 생명체는.

 

 

>>>>>     세상에서 이토록 사랑스러운 생명을 본 적이 없는데
               자신들만의 기준으로 아이의 가치를 매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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