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범죄자] 이후, '소마 료스케','야리미즈 나나오','시케토 슈지'가 다시 뭉쳤다. 재미있게 읽은 소설의 다음 권을 발견하는 일은 만세를 부르고플 큼 신나는 일이라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하고 말았다. 범죄소설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인상 깊었던 소설을 읽고나면 으례 작가가 쓴 다른 작품들을 서너권 더 찾아 읽는 편인데, 이 때 전편만큼의 감동을 전달받지 못하면 더 이상 해당 작가의 소설읽기를 중단하고 만다. 하지만 계속 재미있는 작품을 이어나가는 작가라면 한동안 매니아가 되어 그의 소설만을 탐독하며 지낸다. 장르를 가리지는 않지만 모래 밭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작가의 그것을 찾아내는 일은 때때로 매우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름 자체가 브랜드 네이밍화 되어버린 작가들의 시리즈를 기다리는 중간중간 이렇게 찾아낸 새로운 작가는 가뭄 끝에 마주친 오아시스와 같다. 지루한 일상에 뿌려진 단비마냥.

 

9월 2일,금요일 열세 살 소년 '미즈사와 나오'가 실종된다.마지막으로 목격된 강가 옆 나무에 이상한 기호만 남겨진 채. 하지만 실종은 '사건'으로 처리되지 않았다. 그리고 23년 후, 아이의 어머니는 뒤늦게 고스트라이터이자 흥신소를 운영중인 야리미즈 나나오에게 사건을 의뢰했다. 이 모든 과정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또 접수된 사건을 함께 풀어나갈 형사 소마 료스케가 한달 가량이긴 하지만 나오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친하게 지냈던 친구였던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나오 & 다쿠 형제와 함께 했던 과거 추억은 소환되면서 현재의 유괴 사건과 이어진 ING 형 범죄로 진화된다.  



경찰로부터 억지자백을 강요받고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했던 나오의 아버지가 아내와 아이들을 찾아 온 날 살해되고 며칠 만에 나오까지 실종되면서 한 가정이 풍비박살났다. 하지만 경검찰 관계자들은 현실의 삶이 그러하듯 출세가도를 달리며 승승장구해왔다. 죄책감 하나 없이.



그때 나오 아버지를 유죄판결받게 만든 도키와 마사노부(당시 차장검사)의 열세 살 손녀가 유괴된 사건을 맡은 오카무라 다케히코는 당시 자백을 강요했던 경찰이었고 용의자는 재판을 담당했던 재판관의 아들. 죄없는 사람에게 알리바이까지 무시해가며 죄를 덮어씌운 형사/유죄판결로 몰아간 검찰/무죄주장에도 불구하고 실형의 징역을 내려버린 재판관....원죄 사건의 주역인 세 사람이 피해자의 할아버지, 수사 지휘관, 용의자의 아버지로 23년 후 다시 모인 일은 결코 우연일 수 없을 터.



슬프게도 소설의 끝은 시원하지 않았다. '죄없는 인간을 팔 년이나 복역하게 한 수사가 적절했다면, 무엇이 부적절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다."(P243)는 소설 속 외침이 통쾌한 복수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멸. 타인의 인생을 망가뜨린 사람들은 변함없이 잘 살고 있는데 고통받았던 사람들은 그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삶의 궤도에서 벗어난 채 살아야했다. 공평하지도 정의롭지도 않은 결말.

 

 

가끔 뉴스를 통해 접하는 소식들이 100% 객관적인 관점에서 전달되는 것일까. 의문이 드는 순간이 있다. <잊혀진 소년>의 결말 역시 그러했다. 소마의 외침으로 멈춘 나오를 쏜 경관이 미담의 주인공이 되고 과거 원죄 사건을 언급한 보도는 없었다. 아무도 "왜?"냐고 묻지 않는 세상. 억울한 사람들의 외침이 묻힌 것만 같아 씁쓸했다. 하지만 커튼을 열고 밝은 햇살을 받아들인 나오의 결정엔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우리 아이가 없어졌어요"(P26)라는 어머니의 의뢰는 큰 아들을 향한 것인지, 작은 아들을 향한 것인지 더 헷갈리게 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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