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 상
오타 아이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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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5일 역앞 광장에서 5명이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무차별 묻지마 살인이였을까. 헬맷을 썼던 용의자는 곧 발견되었고 마약에 찌들어 있던 그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이 범인이었을까. 습격받았던 5명 중 유일한 생존자인 '슈지'는 "도망쳐"라는 목소리를 들었다. 치료를 위해 실려간 병원에서는 "앞으로 열흘, 살아남아줘, 네가 마지막 한 명."이라는 수수께끼같은 말 또한 낯선 이로부터 전해들었다. 마음을 설레게 한 '아렌'에게서 만나자는 메일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역 앞으로 나갔는데 약속 시간이 훨씬 지나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고 무시무시한 사건에 연류되어 버렸다.



그리고 슈지는 다시 한 번 헬맷을 쓴 남자의 습격을 받는다. 그는 살아 있었다. 그리고 이제 슈지는 살아남아야 한다. 열흘동안. 왜 하필 10일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것일까. 4월 4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말인가. 방해한 양의 <<범죄자>>는 일본의 유명 드라마 작가인 '오타 아이'가 쓴 소설이다. '상'권과 '하'권으로 나뉘어진 소설의 양만 보자면 사전두께만큼이나 두꺼워 깜짝 놀라고 만다. 하지만 흡인력은 대단했다. 그리고 이야기 역시 파고들수록 양파처럼 계속 파헤치게 만든다.

 

 

 

 

타이투스푸드에서 만들어 어린이 집에 배포한 샘플 10000끼에서 발견된 바실루스 f50. 마미 팔레트 샘플 6000끼는 국산 당근으로 만들었으나 문제는 오염된 당근으로 만든 2500끼를 먹은 아이들이 멜트 페이스 증후군이라는 병을 앓게 된 것. 100명 넘는 아이들의 얼굴이 녹아내린 이 심각한 사태 앞에서 기업은 '책임'보다는 '회피'하고 '은폐'할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들이 경쟁사를 이기기 위해 무리하게 생산라인을 가동시키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참사였다. 참담한 '인사'를 앞에 두고 입을 굳게 닫아버린 대기업과 그 안에서 양심 선언을 준비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가 슈지의 사건과 교차되며 이야기의 큰 흐름을 이끌어나간다. 리얼하며 선이 굵은 이 이야기는 매우 훌륭했다. "상"권을 읽는 내내 단 한 순간도 한 눈을 팔 수 없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가 소설 속에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이 소설과 다르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을 앞에 두고.

 

 

 

 

"하"권에서 앞 권의 전개를 얼마나 잘 이어나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 두께는 역시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한 줄도 놓치지 않고 읽어낼 것이다. 사회고발적 시점에서 멈추어질지, 통쾌하면서도 정의로운 결말로 이어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이 있는 한 소설의 끝이 허망하지 않으리란 기대를 가지고 2권의 첫장을 넘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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