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태엽 오렌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12
앤소니 버제스 지음, 박시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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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뒷 표지에서 몇 자 옮겨 본다.  

' 폭력과 무질서가 난무하는 암울한 미래의 런던을 배경으로, 열다섯 살 소년이 극단적인 비행을 저지르다 체포되고, 새로운 범죄 교화 수술에 자원한 후 욕망과 감정을 통제받는 무기력한 인간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폭력과 죄악에 대한 성찰 속에서 국가 권력의 억압을 비판하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옹호하는 이 작품은 조지 오웰과 헉슬리의 위대한 전통을 계승한다.'  

'머리카락이 쭈뻣 서게 만드는 속도감과 에너지. 오웰의 미래상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 <<뉴욕타임스>>' 

읽는 동안 내내 불쾌하고 불편했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마치 놀이를 즐기듯,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는 알렉스와 그 일당들. 잔인하고 태연한 묘사. 읽을수록,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언짢음에 불쾌하면서도 묘하게 알렉스의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속도감과 에너지 있게 전개한  작가의 역량과, 끔찍한줄 알면서도 계속 보고 싶은 인간의 은밀한 호기심 때문이겠지.  

알렉스 일당은, 마약을 하고, 가게를 털고, 노인을 폭행하고, "시계 태엽 오렌지"라는 소설을 쓰고 있는 어느 작가의 집에 가면을 쓰고 무단 침입해, 남자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남자가 보는 앞에서 그의 아내를 윤간한다. - 실제로 작가 앤서니 버지스의 아내는 군인 4명에게 윤간 당했다고 한다- 다시 또 홀로 사는 노파의 집을 털다가, 독선적 대장 노릇을 할려는 알렉스를 못마땅하게 여긴 친구들의 배신으로 알렉스는 체포되고 교도소에서 복역 중, 다툼끝에 동료 재소자를 살인하게 되고, 아직 실험 단계에 있던 교화 요법을 두 주간 받게된다.  

그 요법은 알렉스의 몸에 루도비코 약물 투여 후, 알렉스가 좋아하는 베토벤 음악과 함께 끔찍한 폭력과 성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상을 보는 동안 알렉스의 눈은 기계장치에 고정되어 있어 본인이 보고 싶지 않더라도 절대 눈을 감을 수 없다.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폭력을 행사하거나 폭력적인 생각만 하더라도 조건 반사로 두통 복통 같은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된다. 결국 알렉스는 정부가 시계태엽을 감아야만 움직이는 오렌지 - 인간은 모두 기계로 변해버렸지만, 신이 이 세상 과수원에 심은 세상이라는 나무에서, 과일처럼 자연스럽게 자라난다, 말레이말로, 오랑은 인간을 뜻하는데, 발음이 비슷한 이유로, 그 과일중 오렌지가 쓰였다 한다.- 아니, 인간이 된 것이다.  

출옥한 알렉스는 집으로 돌아가나, 가족에게 외면 당하고 방황하다 예전에 구타한 적 있는 노인과 그 친구들에게 일방적인 폭력을 당하다, 경찰이 출동하나, 그 경찰들 역시, 알렉스를 배신한 친구 딤과, 오랜 적수 빌리보이였다. 정부는 정치 사상범의 수용을 위해, 일반 범죄자들을 교화(??)하여 교도소에서 내보내고, 질서와 치안 유지 명목으로, 어린 깡패들을 경찰로 모집한 것이다. 개로 하여금 개 사냥을 시키는 것과 같다고 할까?  

경찰의 무차별 폭력 후, 근처 집으로 들어가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 그 집은 바로 시계태엽 오렌지 작가 - F.알렉산더-의 집이었다. 알렉스는 그의 소설 표지에서 이름을 보고 말한다. '맙소사 또 다른 알렉스잖아.' 이를 맘대로 해석해 본다. 결국 아내를 죽게 한 것은, 두 명의 알렉스였다 면 확대 해석 이려나?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것은 알렉스였지만,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여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알렉산더였다는 의미는 아닐런지. - 물론 책에는, 윤간 당한 후 아내와 알렉산더에 대한 언급은 없다 - 앤서니의 잠재된 죄책감의 표현은 아닐런지... 

알렉산더는 처음엔 알렉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를 범죄 통제 정책의 산 증인으로서, 현 정부를 다음 선거에서 복귀하지 못하게 만들 무기로 사용 하기로 한다. 그러던 중 알렉산더는 알렉스가 그날의 알렉스임을 눈치재게 되고, 알렉스를 방에 가둔 후, 음악을 크게 틀어 알렉스를 고문한다. 여기서 알렉산더, 아니 인간의 이중성이 드러난다. 아내를 잃은 복수를 자신이 그렇게 혐오하고 비난하던 바로 그 루도비코 조건 반사법을 이용하여, 알렉스를 괴롭히는 것이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알렉산더를 비난할 맘 없다. 그러나 그 방법은 야비한 것이다. 인간의 그 야비한 속성에 있어서는, 결국 알렉산더나 알렉스나 동일 인물인 것이다.  

알렉스는 고통에 못이겨, 창 밖으로 뛰어내리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루도비코 요법 이전의 상태로 회복되고, 다시 현 정부의 선전물이 되는 댓가로,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아무런 고통없이 듣고, 취직을 하고, 어느날 갑자기 청춘은 가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새사람이 된 듯한다. 사람 죽이고, 오만 나쁜 짓 실컷 하다가, 아무런 자각, 반성, 죄책감도 없이 현정부에 빌붙어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청춘은 가버려야 한다며, 미래 자신의 아내, 자신의 아들에 대해 지껄인다. 이런 혐오스런 캐릭터를 통해 우리 스스로를 다잡게 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였나? 결말까지 불쾌하다.     

자유의지로 선택한 악이 가치 있는가? 태엽감긴 오렌지로 강요된 선이 가치 있는가?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죄의식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반드시 처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그것이 자유의지라 하더라도, 타인의 삶에 위해를 가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물론 그 "위해"라는 것이 자의적 판단이어서는 안된다.  

* 책 접기  

"난 이런 일에 동의를 하지 않는다. 내가 제일 강하게 반대했을 거다. 눈에는 눈으로 응징해야 한다고 했지. 누가 너를 때리면 너도 반격을 하겠지. 그렇지 않겠나? 그런데 너 같은 야만적인 깡패 놈들에게 정말 심하게 타격을 받은 국가는 왜 반격을 할 수 없다는 게야? 그러나 이 새로운 견해에 따른다면 안 된다는군. 새로운 견해에 따르면 악당을 착한 사람으로 바꿔야 한다는 거지. 이 모든 이야기가 나한테는 정말 부당하게 들려." 

"착하게 된다는 것은 끔찍한 일일 수도 있어. 말하고 보니 자기모순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이번 일 때문에 며칠 동한 잠 못 들어 할 거야. 신은 무엇을 원하시는 걸까? 신은 선 그 자체와 선을 선택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을 원하시는 걸까? 어떤 의미에서는 악을 선택하는 사람이 강요된 선을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을까? 심오하고 어려운 질문들이구나" 

"현 정부는 무엇이 범죄인지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자기들을 언짢게 만드는 사람둘이면 누구든 생명력과 용기와 의지력을 빼앗아 버리려고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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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 영원히 철들지 않는 남자들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쌤앤파커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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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사는게 재미없는 남자들'로 파악한, 문화 심리학적 관점이 새롭고 독특했다. 온갖 사회정의를 부르짖는 구호 뒤에 숨겨진 적개심, 분노, 공격성의 실체는 '재미없는 삶에 대한 불안' 이란다. 대한민국 남자들이 왜 김혜수의 가슴에, 골프에, 마라톤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석도 독특했다. 또한 순서 바꾸기와 관점 바꾸기로 설명한 의사소통과 리더쉽 부분도 가슴에 와 닿았다. 저자는 재미있는 삶, 나 자신의 이야기가 있는 삶, 휴식과 놀이가 있는 행복한 삶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한다. 역시나 시기적으로 나에게 딱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다. 그렇게 살고 싶다.    

근데, 독일 통일은 정말 그런식으로 이루어졌단 말인가? 거 참.

* 책접기 

"행복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행복을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내 침실의 백열등 부분조명과 하얀 침대시트 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지접 느낄 수 있게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조작정 정의라고 한다. 행복이 무엇인가를 이론적으로 정의 내리는 것을 개념적 정의라고한다면, 조작적 정의는 행복을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반복 가능한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중략. 행복이란 하루 중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는 수입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일단 그 한도를 넘어서면 돈과 행복은 별 상관이 없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의 50%는 흥미롭게도 유전적인 성격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전적으로 외향적이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막연하게 좋은 것은 정말 좋은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은 항상 구체적이어야 한다." 

"반면 리추얼에슨 반복되는 행동패턴과 더불어 일정한 정서적 반응과 의미부여의 과정이 동반된다." 

"내 삶이 행복하려면 반복되는 정서적 경험이 풍요로워야 한다." 

"짧게 후회하려면 행동해야한다. 확 저질러버리는 편이, 고민하며 주저하다가 포기하는 것보다 심리적으로 훨씬 건강하다. 후회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우울한 생각이 들면 무조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직관과 느낌에 근거한 지혜로운 판단을 내릴수록 우리의 삶은 더 살 만한 것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과정을 즐기지 못하면 항상 불안하다. 타인의 완성된 결과와 내 미숙한 결과를 비교하기 때문이다." 

"결과 지향적 삶에는 어떠한 즐거움도 없다. 결과를 이루는 순간 또 다른 결과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삶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목표를 향해가는 그 여정도 그 목표만큼 내 삶의 중요한 부분임을 잊지 말라는 이야기다." 

"내 존재는 내가 즐거워하는 일로 확인되어야 한다. 존재가 확인되면 사회적 지위는 부산물로 얻어지게 되어 있다. 처칠이 위대한 이유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다." 

"소실점을 자신의 의도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변화의 주체가 될 대 느끼는 감정이 바로 재미다. 재미는 내가 내 삶의 주인일 때만 얻어진다."  

"내 피부로 느끼는 삶의 기쁨이나 슬픔에 관한 이야기, 내 가족,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자잘한 즐거움과 설렘에 관한 이야기가 많을수록 행복한 삶이다." 

"이야기하기, 즉 스토리텔링 현상은 삶의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한 의미부여 과정이다. 왜 내가 이런행동을 하고, 이렇게 느끼는가에 관해 더 이상 조직이나 집단의 이데올로기가 설명해 주지 않는다. 내 생각과 느낌에 관해 스스로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권력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던 시대는 지났다. 돈으로는 더더욱 아니다.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줄 때만 상대방의 마음을 움지일 수 있다. 자존감은 자신이 진지한 의사소통의 상대로 여겨질 때만 지켜진다. 일방적 의사소통은 자존감을 망가뜨리고 다양한 방식의 인정투쟁으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21세기 리더쉽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에서 나온다. 그래서 모두들 소통이 중요하다고 한다. 우선 소통의 기본원칙부터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기초적 상호작용 형태인 의사소통은 두가지 원칙에 의해 유지된다. 순서 바꾸기와 관점 바꾸기가 바로 그것이다. " 

"상대방에게 도무지 이야기할 순서는 물론, 반응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이런 종류의 실수는 스스로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상대방을 계몽과 설득의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순서 바꾸기가 망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이다. 자신의 이야기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불안 때문에 계속 반복해서 자기 이야기만 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나 자신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다. 내가 하는 이야기에 나 스스로가 먼저 설득당해야 한다. 스스로도 설득당하지 않는 이야기에 상대방이 설득될 리 만무하다. 상대방은 본능적으로 안다. 확신에 찬 이야기와 자신 없는 이야기의 본질적 차이를."  

"누군가를 모시고 지시를 받게 되면 내 일처리는 스스로 생각해도 완벽하다. 나는 가장 먼저 지시를 내리는 윗사람의 관점에서 사태를 파악하려고 애를 쓴다. 그 지시의 맥락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여러 가지 가설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반복한다." 

"윗사람과의 관점 바꾸기는 탁월하면서 아랫사람과의 관점 바꾸기는 형편없는 이런 종류의 오류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부분 범한다. 이를 바로 리더쉽의 위기라고 하는 것이다." 

"억압된 삶의 경험들은 감정정체라는 결정적인 정서장애로 이어진다." 

"서양인들에게 타인의 존재는 항상 나의 상대방으로서의 너다, 동등한 주체로서의 상대방에 대한 무례함은 곧 나라는 주체에 대한 부정이 된다. 너의 존재를 인정할때 나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상호작용은, 우리와 남이라는 경계선을 넘어야만 가능하다. 중략. 한국인들에게 나와 너라는 주체적 상호작용은 우리가 성립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쉰다는 것은 내면의 나와 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내 안에는 내 사회적 역할에 따라 다양한 나가 존재한다. 남편 아버지 선배 후배 등등, 이 다양한 나를 불러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쉬는 것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일이 있다. 어떤 한 가지 나가 일방적으로 대화를 주도하거나 통제해서는 안된다."  

"논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에 푹 빠져 나 스스로를 망가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러야 정말 놀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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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데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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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연히 접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 완전 반해서 하인라인 전작 읽기 중이다.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한 것은 1969년인데, 이미 달을 지구 식민지로 가정한 이 소설은 1967년에 씌여졌다. 혹 그 보다 앞서, 같은 상상을 한 작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엄청난 상상력과, 직관력에 입이 쫙 벌려질 뿐. 나는 생각한다. SF작가들은 실로 천재가 아닌가?  

골수 SF팬들은 하인라인의 작품을 어찌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냥 그의 소설을 장르 문학의 옷을 입은 순수 문학으로 받아 들인다. 그의 작품엔, 정치, 경제, 사회와 인간 정체성에 관한 철학이 잘 버무려져 있다. 거대 다국적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국가, 다부다처제 속에서도 질투나 분쟁없이 모두가 서로 사랑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복합 가족. 자유로운 양성애 -책대로만 되면, 그다지 나쁠 것 같지 않다. 과연 가능할까? 소유욕과 질투가 있는 한 - 자아 정체성을 고민하는 인조 인간. 그 사이 사이 녹아있는 유머들. 깊이 있는 문장들. 그 모두를 다 외우지 못하는 내 머리의 한계.  

아름다우면서도, 강화된 능력의 소유자, 프라이데이는 어머니가 시험관이고 아버지가 수술대인 인조인간 (AP - Artificial Person)이다. 그들을 제조한 과학자들도 그들을 식별할 수 없으며, 심지어 AP 서로도 서로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은 정교하게 제작 되었다. 준군사 조직의 전투형 밀사로 임무 수행 중, 적에게 잡혀 윤간 및 신체고문을 당하다가 조직에 의해 구출된 후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합성가족(공동남편, 공동아내, 공동자녀)이 있는 뉴질랜드로 가던 중, 기장 이언을 만난다. 자신이 인조 인간임을 합성 가족에게 밝힌 후, 이혼을 당하고 이언과 이언의 여동생 베티, 베티의 남편 프레디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어 이언의 아내 재닛, 재닛의 공동 남편 조르주와 그들의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붉은 목요일 사태 (후에 밝혀지기를 십스톤 사 내부간 기업 전쟁) 발발로, 프라이데이는 천신만고 끝에 보스에게 돌아가, 보스의 명령대로 컴퓨터 도서관에서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며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해나가던 중 거대 십스톤 기업 복합체의 존재와, 3-4년후 지구에 흑사병이 창궐하게 될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보스가 사망하고 유서엔 그가 그녀를 양녀로 정식 입양했으며 상속녀로서 지구를 떠날 경우 이주 자금을 지급 받도록 되어 있었다.  

프라이데이는 연락이 끊어진 이언일행을 계속 수소문 하는 동안, 이주 목적으로 각 행성의 사전조사 겸 생계를 위해 우주선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로 하고, 마침 '더 렐름' 행성까지, 앞으로 제 1 시민(황제)이 될, 유전자 변환 수정란을 배꼽 속에 숨겨 운반하는 일을 제안 받고, 하이퍼스페이스라는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운항 도중, 자신이 임신 되었음을 알고, 정작 자신이 운반하는 것이 수정란이 아니라 태아이며, 더 렐름 행성에 도착 후, 태아를 낳자마자 자신을 살해하려는 '더 렐름'의 음모를 알게 된다.  

원래 자신의 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인조인간인 마틸다와 과거 집단 윤간시 자신에게 오줌을 누게 해 준, 피트의 도움으로 함께 보터니 베이 행성에서 탈출하게 되고, 마침 보터니 베이로 이주하기 위해, 하이퍼 스페이스에 탑승했던 이언 일행과 재회 후, 공동 가족을 이루고 그 가족의 일원으로 소속된 훈훈하고 행복한 느낌을 가지며 결국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독특한 미래 사회 설정속에서 살아 숨쉬는 프라이데이의 완벽하고 강렬한 캐릭터가 매력적이긴 하나, 붉은 목요일 사태 이후, 조직으로 돌아 가는 과정이 필요 이상 질질 끌어진듯 하고, 마지막에 보여지는, 개연성 없는 극적인 우연이 걸리적거린다. 어떻게 그렇게 우연히 이언 일행이 하이퍼스페이스호에 탑승할 수 있었단 말인가? 어차피 그들은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이걸로는 영 찝찝하다. 그리고 보스는 어떻게 미리 알고, 프라이데이에게 프랭클린 모스비사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일까? 책에서는 어떤 힌트나 설명도 없다. 내가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프라이데이를 사랑한다.  

* 책 접기  

"모든 여자들이 알고 있지만, 남자들은 거의 알지 못하는 진리가 하나 있어요. 그것은 살다 보면 행동하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이 유일하게 현명한 행동일 때가 있다는 사실이예요." 

"새로운 암살 사건도 더 이상 보도되지 않았고, 혹시 자기 과시를 좋아하는 파괴자 집단이 더 있었다고 해도 가부장적인 태도를 취하는 우리 정부에서는 우리에게 그런 일을 알려주지 않기로 결정했나 봐. 젠장, 나는 '아빠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식의 태도가 제일 역겨워. 아빠가 알긴 뭘 알아. 그랬다면 우리가 이런 지경에 빠졌겠냐고"   

"이렇게 왜소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강력한 무기를 갖고 다니는 것일까?" 

"이언, 꼭 필요한 위험이라면 나는 절대 회피하지 않아요. 다만 불필요한 위험을 피하려고 애쓸 따름이예요." 

"나는 지켜야만 하는 약속이 있다. 그리고 내가 잠들기 전에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있다." 

"그러면 더욱 좋소. 세상사는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니까" 

"하지만 지옥에 갈 때도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굳은 신념이었다." 

"프라이데이, 자네의 가장 큰 단점은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깨닫지 못한다는 거야."  

"내가 젊었을 때는 이 세상을 바꾸고 싶었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 감상적인 이유긴 하지만 나는 세상의 붕괴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계속 싸워야 해."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게. 내가 말해 주면 자네는 제대로 알지 못하게 돼. 단지 들은 대로만 알 뿐이지. 철저히 공부하게. 그러면 어느 날 밤 -자네가 혼자 잠자고 있을때-내가 물어보겠네. 자네는 대답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럼 알게 되는 거야." 

"저는 한 가지 명백한 증상을 언급하고 싶어요. 즉 폭력이예요. 강도, 저격, 방화, 폭파,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 폭동 등등. 하지만 매일 매일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소한 폭력이 갑자기 확 타올랐다가 꺼지는 폭동보다 문명에 훨씬 해가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죽어 가는' 문화에는 반드시 개인적인 나태함이 포함되게 마련이네. 나쁜 행실, 타인에 대한 사소한 배려의 부족, 부드러운 태도의 상실은 폭동보다 더 심각한 증세야." 

"그는 나도 가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라고 여러 차례 야단쳤었다.자기 연민은 가장 죄질이 나쁜 악덕이라고 그는 말했다." 

"언제가 자네가 '일반'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극복하게 되기를 소망하네. 이러한 두려움과 불신은자네에게 아무 득이 되지 않을뿐더러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네. 언젠가는 어떻게든 자네가 머리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감정적으로도 이해해야 할 거야. 자네도 그들과 똑같이 운명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나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과, 그것을 얻기 위해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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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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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그 만큼 등장 인물 각각의 캐릭터가 펄떡펄떡거렸다.  소설이 이렇게 웃겨도 되나? 만화보다 더 재밌네. 이렇게 궁시렁거리면서 혼자서 낄낄. 특히 난닝구 부분에서는 배를 잡았다. 다분히 작위적이긴 하나, 군데 군데 가슴 짠하게 하는 재미 이상의 무언가도 있다.  

그 재미 하나로 눈 감아 주지 못 할, 흠도 있긴 있다. 부잣집 아들인 똥주가, 외국인 노동자 쉼터로 쓰고자 교회 건물을 사 버릴 만큼의 경제력이 되는 똥주가, 왜 구지 옥탑방에 세들어 살며, 완득이의 수급품을 갈취 하는가? 완득이와 친해지고자 하는 의도적인 노력으로 애써 곱게 봐줄려 해도 뭔가 오바다 싶다. 누군지도 몰랐던 베트남 출신 어머니는 어떻게 갑자기 똥주와 연락이 되어 완득이 앞에 짜잔하고 나타나는지. 완득이 말대로 왜 완득이 주위에는 수급대상자 완득이가 도와줘야 할 지경의, 사회적 약자들 뿐인가? 아버지는 난장이, 아버지와 의동생 맺은 삼촌은 말더듬이, 어머니는 베트남 노동자다. 게다가 말 없고 쌈 잘하는 완득이를 사랑하는 윤하는 으레 그렇듯 모범생에다 부잣집 딸이다. 둘 사이를 갈라놓는 어머니가 왜 없겠나. 결론은 또 어떻나. 완득이는 킥복싱을 통해 닫았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가고, 아버지는 똥주의 도움으로 교회 건물에 댄스 교습소를 차려 헤어졌던 삼촌을 불러오며, 어머니와의 관계도 회복한다. 윤하는 어머니의 반대에 굴하지 않으면서, 종군기자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완득이도 킥복싱 시합에서 지지만 언젠가는 TKO승을 해서 관장님께 찾아가겠다며 절망하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 결손 가정, 왕따, 장애인 문제등을 골고루 녹여 내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보인다. 청소년 소설이니만큼 밝은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으리라. 하지만 왜 꼭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브라이트호프해피엔딩이어야만 하는지 살짝 딴지를 걸고 싶다.  

어쨌뜬, 우울할 때 읽으라.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똥주 같은 선생님이 현실에도 있었으면, 있다면 더 많았으면 좋겠다.  

* 책 접기 

"관장님은 싸움과 스포츠는 다르다고 했다.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잊지말고 매너 있게 경기하라고 했다. 이것을 어기면 이기고도 평생 죄인처럼 살아야 한다고. 나는 싸움을 싫어한다.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놀리지만 않았다면 싸우지 않았다. 그건 싸움이 아니었다. 상대가 말로 내 가슴에 있는 무언가를 건드렸고, 나도 똑같이 말로 건드릴 자신이 없어 손으로 발로 건드렸을 뿐이다. 상처가 아물면 상대는 다시 뛰어다녔지만 나는 가슴에 뜨거운 말이 쌓이고 쌓였다. 이긴다고 다 이기는게 아니라고? 이겨야 이기는 거지."  

"한 번, 한 번이 쪽팔린 거야. 싸가지 없는 놈들이야 남의 야점 가지고 계속 놀려먹는다만, 그런 놈들은 상대 안하면 돼. 니가 속에 숨겨놓으려니까, 너 대신 누가 그걸 들추면 상처가 되는 거야. 상처 되기 싫으면 그냥 그렇다고 니 입으로 먼저 말해버려." 

"네가 공격할 부위만 보지 말고, 상대방 움직임을 봐. 들어가는 것보다, 들어오는 거 받아치는게 더 강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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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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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으로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평생을 일했으나 점점 힘에 부쳐 생활이 어려워지는 가운데, 자식들의 성공이 인생의 마지막 희망인 윌리, 그 옆에서 묵묵히 윌리를 격려하고 윌리와 자식들간의 불화를 중재하고자 애쓰는 아내 린다, 반항적이고 무능한데다 도벽까지 있는 큰 아들 비프, 철없는 바람둥이 둘째 아들 해피. 세일즈맨의 죽음은 이 네 가족에게 일어난 하룻밤의 이야기다. 배경이 미국이고 주인공들의 이름이 윌리니 해피니 미국식이란 것만 빼면, 한국이라 해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익숙한 캐릭터, 익숙한 배경, 익숙한 갈등구조이다. 하물며 소위 잘 나가던 비프가 어느날 갑자기 이유도 없이 비뚤어지게 된 시초가, 우연히 목격하게 된 윌리의 바람질이라는 데야 말로해서 무엇하리. 뒤집어 생각해 보면, 내게 익숙한 드라마와 영화의 이야기 구조가 이 작품을 원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고전의 위대함이란 그런 것이니까.  

여하간에, 결국 소모품으로 버려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직장인, 남편의 외도, 자식에게 목매는 부모, 가족간의 불화, 해고 당한 윌리가 보험금으로 자식들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자 선택한 자살을 통한 어느 한 구성원의 일방적 희생까지, 역자 말대로 시공간을 초월한 보편성이 이 작품에 있기에, 그토록 유명한 희곡이 되지 않았나 한다.  

누구는 이 책을 읽고 눈물을 흘렸단다. 아마 같은 세일즈맨으로서, 윌리에게 투영된 자신에게 흘리는 눈물이지 않았을까. 나는 세일즈맨이 아니다. 그래서인가. 윌리에게 잔인하도록 냉정해 지고 싶다. 비프 말대로, 윌리 당신은 자기 자신을 알지 못했다고. 정글로 다이아몬드를 찾으러 들어가지도 못했던 용기없음, 세일즈맨으로서의 무능함, 이용가치가 없는 직원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회사의 생리, 아내를 배신하고 바람 피운 자신의 부도덕성, 급변하는 세상에 대한 무딘 판단력, 자식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 그 모든 것들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결국 죽음에 이른거라고. 전형적 아버지의 표상인 윌리에게 이토록 잔인할 수 있는 것은, 내게 그런 아버지가 없기 때문인가.  

아무튼, 너 자신을 알라. 그것이 이 작품의 주제 아닐까? 

* 책 접기 

" 윌리 : 소박하게 굴지마. 넌 항상 너무 몸을 낮춘단 말이야. 크게 너털웃음을 지으며 들어가. 초조한 얼굴 하지 말고. 분위기 좀 밝게 하려면 재미있는 얘기 몇 개 해도 괜찮아. 무엇을 말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한 거야. 언제나 인간미가 제일 중요해" 

"벤 : 정글을 헤치고 나오려면 위대한 사람이라야 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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