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씌어진 1992년 즈음엔, 다국적 기업은 적어도 '비밀'이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하긴, 1993년 리포트 제출용으로 열심히 밑줄 그어 가며 읽을 당시만 해도, '다국적 기업'이라는 용어 자체가 적어도 내겐 생소했으니까. 17년이 지난 지금, 다국적 기업의 존재는 우리 일상속에 깊숙이 그러나 자연스럽게 침투해 있다. 그들은 무대 뒤에서 정부 관리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지역경제의 부흥과 쇠퇴를 좌지우지 하고 때로는 우리의 삶과 죽음까지 결정한다. 국경 없는 그들만의 부의 제국이 이미 성립되어 지금도 영토확장중이니까. 저자-자넷 로우-의 예리한 분석력과 통찰력, 이에 바탕한 앞선 예지력에, 17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뒤늦게 놀란다.
<1992년 당시의 25대 거대 다국적 기업 명단>
다이치간교 은행, 미쓰이다이요고베 은행, 스미토모 은행, 미쓰비시 은행, 도이체 은행, 시티코프, 엑슨, GM, 로얄 더치 페트롤리엄/로얄 더치/셸, IBM, BP, GE, Daimler Benz, 히타치, 필립 모리스, 피아트, 듀폰, 유니레버, 마쓰시다 전기산업, 지멘스, AT&T, 네슬레, 브리스톨 메이어즈 스퀴브, 코카콜라, 머크.
재미삼아, 오늘날 25대 다국적 기업을 찾아봤다. (아시아 국가 진출기준이므로, 위 자료와 비교 기준이 일치하지는 않는다. http://online.wsj.com/public/resources/documents/info-enlargePic07.html?project=imageShell07&bigImage=WSJ_MULTINAT3_092508.gif&h=1243&w=975&title=WSJ.COM&thePubDate=20080826) MS, Google, 도요타, 노키아, 인텔, BMW, 애플, 소니, 월트 디즈니, IBM, 혼다, 나이키, 캐논, HP, 코카콜라, 삼성전자, 존슨&존슨, 야휴, 네슬레, 3M, 모토롤라, 페덱스, 델, 볼보, 포르세쯤 된다. 역시 IT업종의 부각이 눈에 띈다.
오로지 돈만을 쫓아, 독점금지를 무력하게 하는, 글로벌화의 방패아래 합병과 합작을 통해 그들은 덩치를 키우며, 세금을 무기로 하여 정부를 압박하고, 몸집을 부풀리며 글로벌화의 기치아래 신시장 개척을 통해, 토착문화에 침투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좌지우지 한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그들의 제국을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의 횡포를 성토하면서도, 제이, 제삼의 삼성이 나타나 주길 원하는 이중성을 드러낸다. 한계와 이중성. 어떡하나.
* 책 접기
"기업에 대한 정부의 의무 1. 정부의 안정을 기하라. 2. 공정하고 균형을 이룬 법질서를 유지하라. 3. 대중교육수준을 높이는 데 주력하라. 4. 양호한 공중 후생복지를 제공하라. 5. 지상에 있는 생명체를 존속시키는 자연체계와 환경보호에 주력하라. 6. 사회의 모든 부분이 이용할 수 있는 요휼적인 사회간접자본을 갖추도록 하라. 7. 개방적인 기업환경과 자유로운 거대풍토를 최대한 조성하라. 8.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
"책상 위에 앉으면 누구라도 엉뚱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세계관과 가치관이 변한다. 지위를 가진 자와 못가진 자, 지위의 높낮이에 따라 사람을 나눈다. 이제 인생을 작은 책상에서 큰 책상으로, 낮은 책상에서 높은 책상으로 좁은 책상에서 넓은 책상으로 광적으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일단 책상 위에 앉기만 하면 인간은 확실하게 언어를 습득하고, 사물을 알게 되는 것이다. 책상이 없었던 어제 그가 아무것도 몰랐었다 할지라도. 나는 책상때문에 많은 친구를 잃었다. 결국 책상은 매우 위험한 재산이다. 책상은 자기정당화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리스자드 카푸신스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