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안정희 옮김 / 시공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우연히 접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 완전 반해서 하인라인 전작 읽기 중이다.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한 것은 1969년인데, 이미 달을 지구 식민지로 가정한 이 소설은 1967년에 씌여졌다. 혹 그 보다 앞서, 같은 상상을 한 작가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엄청난 상상력과, 직관력에 입이 쫙 벌려질 뿐. 나는 생각한다. SF작가들은 실로 천재가 아닌가?  

골수 SF팬들은 하인라인의 작품을 어찌 평가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그냥 그의 소설을 장르 문학의 옷을 입은 순수 문학으로 받아 들인다. 그의 작품엔, 정치, 경제, 사회와 인간 정체성에 관한 철학이 잘 버무려져 있다. 거대 다국적 기업이 세계를 지배하는 기업국가, 다부다처제 속에서도 질투나 분쟁없이 모두가 서로 사랑하고 만족하며 살아가는 복합 가족. 자유로운 양성애 -책대로만 되면, 그다지 나쁠 것 같지 않다. 과연 가능할까? 소유욕과 질투가 있는 한 - 자아 정체성을 고민하는 인조 인간. 그 사이 사이 녹아있는 유머들. 깊이 있는 문장들. 그 모두를 다 외우지 못하는 내 머리의 한계.  

아름다우면서도, 강화된 능력의 소유자, 프라이데이는 어머니가 시험관이고 아버지가 수술대인 인조인간 (AP - Artificial Person)이다. 그들을 제조한 과학자들도 그들을 식별할 수 없으며, 심지어 AP 서로도 서로를 식별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은 정교하게 제작 되었다. 준군사 조직의 전투형 밀사로 임무 수행 중, 적에게 잡혀 윤간 및 신체고문을 당하다가 조직에 의해 구출된 후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합성가족(공동남편, 공동아내, 공동자녀)이 있는 뉴질랜드로 가던 중, 기장 이언을 만난다. 자신이 인조 인간임을 합성 가족에게 밝힌 후, 이혼을 당하고 이언과 이언의 여동생 베티, 베티의 남편 프레디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이어 이언의 아내 재닛, 재닛의 공동 남편 조르주와 그들의 집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중, 붉은 목요일 사태 (후에 밝혀지기를 십스톤 사 내부간 기업 전쟁) 발발로, 프라이데이는 천신만고 끝에 보스에게 돌아가, 보스의 명령대로 컴퓨터 도서관에서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며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해나가던 중 거대 십스톤 기업 복합체의 존재와, 3-4년후 지구에 흑사병이 창궐하게 될 것임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보스가 사망하고 유서엔 그가 그녀를 양녀로 정식 입양했으며 상속녀로서 지구를 떠날 경우 이주 자금을 지급 받도록 되어 있었다.  

프라이데이는 연락이 끊어진 이언일행을 계속 수소문 하는 동안, 이주 목적으로 각 행성의 사전조사 겸 생계를 위해 우주선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로 하고, 마침 '더 렐름' 행성까지, 앞으로 제 1 시민(황제)이 될, 유전자 변환 수정란을 배꼽 속에 숨겨 운반하는 일을 제안 받고, 하이퍼스페이스라는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운항 도중, 자신이 임신 되었음을 알고, 정작 자신이 운반하는 것이 수정란이 아니라 태아이며, 더 렐름 행성에 도착 후, 태아를 낳자마자 자신을 살해하려는 '더 렐름'의 음모를 알게 된다.  

원래 자신의 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인조인간인 마틸다와 과거 집단 윤간시 자신에게 오줌을 누게 해 준, 피트의 도움으로 함께 보터니 베이 행성에서 탈출하게 되고, 마침 보터니 베이로 이주하기 위해, 하이퍼 스페이스에 탑승했던 이언 일행과 재회 후, 공동 가족을 이루고 그 가족의 일원으로 소속된 훈훈하고 행복한 느낌을 가지며 결국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독특한 미래 사회 설정속에서 살아 숨쉬는 프라이데이의 완벽하고 강렬한 캐릭터가 매력적이긴 하나, 붉은 목요일 사태 이후, 조직으로 돌아 가는 과정이 필요 이상 질질 끌어진듯 하고, 마지막에 보여지는, 개연성 없는 극적인 우연이 걸리적거린다. 어떻게 그렇게 우연히 이언 일행이 하이퍼스페이스호에 탑승할 수 있었단 말인가? 어차피 그들은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이걸로는 영 찝찝하다. 그리고 보스는 어떻게 미리 알고, 프라이데이에게 프랭클린 모스비사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일까? 책에서는 어떤 힌트나 설명도 없다. 내가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프라이데이를 사랑한다.  

* 책 접기  

"모든 여자들이 알고 있지만, 남자들은 거의 알지 못하는 진리가 하나 있어요. 그것은 살다 보면 행동하는 것보다 기다리는 것이 유일하게 현명한 행동일 때가 있다는 사실이예요." 

"새로운 암살 사건도 더 이상 보도되지 않았고, 혹시 자기 과시를 좋아하는 파괴자 집단이 더 있었다고 해도 가부장적인 태도를 취하는 우리 정부에서는 우리에게 그런 일을 알려주지 않기로 결정했나 봐. 젠장, 나는 '아빠가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식의 태도가 제일 역겨워. 아빠가 알긴 뭘 알아. 그랬다면 우리가 이런 지경에 빠졌겠냐고"   

"이렇게 왜소한 영혼을 가진 인간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강력한 무기를 갖고 다니는 것일까?" 

"이언, 꼭 필요한 위험이라면 나는 절대 회피하지 않아요. 다만 불필요한 위험을 피하려고 애쓸 따름이예요." 

"나는 지켜야만 하는 약속이 있다. 그리고 내가 잠들기 전에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있다." 

"그러면 더욱 좋소. 세상사는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니까" 

"하지만 지옥에 갈 때도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굳은 신념이었다." 

"프라이데이, 자네의 가장 큰 단점은 자신의 진정한 능력을 깨닫지 못한다는 거야."  

"내가 젊었을 때는 이 세상을 바꾸고 싶었네.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 감상적인 이유긴 하지만 나는 세상의 붕괴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계속 싸워야 해."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게. 내가 말해 주면 자네는 제대로 알지 못하게 돼. 단지 들은 대로만 알 뿐이지. 철저히 공부하게. 그러면 어느 날 밤 -자네가 혼자 잠자고 있을때-내가 물어보겠네. 자네는 대답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럼 알게 되는 거야." 

"저는 한 가지 명백한 증상을 언급하고 싶어요. 즉 폭력이예요. 강도, 저격, 방화, 폭파, 모든 형태의 테러리즘, 폭동 등등. 하지만 매일 매일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소한 폭력이 갑자기 확 타올랐다가 꺼지는 폭동보다 문명에 훨씬 해가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죽어 가는' 문화에는 반드시 개인적인 나태함이 포함되게 마련이네. 나쁜 행실, 타인에 대한 사소한 배려의 부족, 부드러운 태도의 상실은 폭동보다 더 심각한 증세야." 

"그는 나도 가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라고 여러 차례 야단쳤었다.자기 연민은 가장 죄질이 나쁜 악덕이라고 그는 말했다." 

"언제가 자네가 '일반'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극복하게 되기를 소망하네. 이러한 두려움과 불신은자네에게 아무 득이 되지 않을뿐더러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네. 언젠가는 어떻게든 자네가 머리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감정적으로도 이해해야 할 거야. 자네도 그들과 똑같이 운명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나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과, 그것을 얻기 위해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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