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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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 말대로 물고기는 물을 모른다고, 한국 사람이면서도 한국 사람은 다른 나라 사람과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스스로 매끄럽게 정리가 안됬고 그래서 읽었다. 내가 모르는 나의 모습을 알고 싶고 찾고 싶은 심리랄까. 워낙 변화가 빠른 한국 사회인 만큼 시의성이 중요한 요소일 수 있는데, 저자만 믿고 2006년 책을 고른 게 조금 후회되긴 하지만, 인용된 사건이나 기사들의 생생함이 좀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곤, 저자가 한국인의 코드로 든 기본 특질들엔 별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다양한 신문 기사, 칼럼, 책을 통해 제시된 많은 사람들의 견해를 풍부하게 인용하면서, 저자가 생각하는 소위 '한국인 코드'를 정리했는데, 이런 한국인 코드가 생기게 된 원인으로 지적하는 배경들은 다소 천편일률적이다. 어떠한 특성도 그 진원지를 찾으면 좁은 영토, 부족한 자원, 높은 인구 밀도, 압축화된 근대화 과정, 일본 식민지 경험, 한국 전쟁을 통한 치열한 생존 경쟁이 있다. 

 

이런 배경을 통해 형성된 여러 가지 특질들 중, 유독 내게 와 닿은 것은 한 마디로 '이중성' 즉, 두 얼굴의 한국인이다. 한국인은 집단적이면서도 자기 중심적이고, 정치를 저주하는 동시에 숭배하며, 역동적이지만 조급성이 있고, 극단적 평등주의 속에서도 개인의 신분 상승 욕구는 강렬하며, 공적으로는 소극적이나 사적으로는 적극적이다. 그리고 이 동전의 양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것은 개개인의 결정에 달려 있을게다. 그래서 누구는 조선놈은 이래서 안된다고 맨날 욕만 하는 것일게고, 누구는 이래서 한국이 이만큼 빨리 발전했다고 하는 것일게고.

 

저자가 이런 한국인의 이중성에 대한 중립적 시선을 유지하려 노력한 탓인지, 나 역시도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런 한국인의 모습을 보면서 크게 자랑스럽지도 그렇다고 크게 부끄럽지도 않았다. 불운한 역사가 부정적 기질을 생성했는지, 부정적 기질이 불운한 역사를 초래했는지 모를 일이나 대체로 한국 사회에서 무얼 갖고 얘기하더라도 식민지, 전쟁, 압축화된 근대화 과정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그 만큼 그것들이 우리에게 미친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는 것 아니겠나. 어렵지만, 이제 남탓, 시대탓은 그만하고 어떻게 그 틀을 벗어날 것인지 고민하고 행동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늘 극단으로 치닫지만 높은 곳에서 오랜 시간 지켜보면 '쏠림'의 형태로 균형을 취하더라"는 구절이 맘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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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의 조선 사람 엿보기
잭 런던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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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역자처럼 나도 이 책을 발견했을 때 '잭 런던이 조선에 왔었다니!' 하고 깜짝 놀랐다. <강철군화>를 읽고 이미 그의 팬이 된 상태에서, 조선에 대한 그의 르포르타쥬를 읽을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리가 있겠는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잭 런던의 눈에 비친 조선과 조선 사람들은 어떠할지 정말로 궁금했다.

 

다행히 출판사의 우려대로 '기분나쁜 조선 관찰기'까지는 아니었으니, 조선 사람에 대한 욕(?) - 한국인은 기대도 맹렬함도 없고, 매가리가 없고 여성스럽다. 지구상의 어느 민족 중에서도 의지와 진취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비능률적인 민족이며 겁이 많다 등등등- 이 여기 저기 보이기는 했으나, 조선에 처음 온 우리 문화,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 없는 서양의 이방인, 그것도 종군 기자라고는 하지만, 잠시 머물고 지나간 일종의 관광객의 입장에서 본 피상적 관찰에 의한 것이라 이해할 만한 수준의 것이었고, 막상 그 욕들도 아주 터무니 없는 것만은 아니어서 인정할 부분도 있지 않나 싶다. 목숨을 걸고 황야의 불모지를 개척하며 나라를 세운 개척인의 피가 흐르는 미국인의 눈에, 내 땅, 내 집은 지킬 생각도 않고 산 속으로 줄행랑 치고서도 구경꺼리인 서양인을 보러 몇 십리 되는 길을 걸어올 에너지는 있는 조선인들, 열심히 일할 생각은 않고 세월아 네월아하는 마부들이 이해될리 있었을까, 얼마나 답답하고 한심해 보였겠느냐 말이다. 

 

그보다도 1904년 러일 전쟁 당시, 부산에 입국해서 인천 서울을 거쳐 평양 도착 압록강 전투를 겪고 중국으로 넘어가기까지 그가 본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들 - 일본의 점령으로 인해 오른 물가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상인들, 백성을 착취하고 개허세만 부리던 관료(양반) 계급, 상대방의 관점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 금세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시작하는 위험한 통역관들 등등 - 과 러일 전쟁 당시의 분위기가 잘 그려져 있어, 마치 한 편의 시대극 + 전쟁 + 로드 무비를 보는 듯 했다.  

 

또 군데 군데 잭 런던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들- '십리만 더 가라'는 제목으로 한국에 대해서 책을 쓸 계획 (얼마나 이런 종류의 거짓말에 넌더리가 났을까? ㅋㅋ) 등등-이 소소한 재미를 더했으며 일본인과 일본 군인들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는 긍정적 그리고 비판적 시선들 - 일본군의 뛰어난 질서의식, 무기와 전쟁 수행 능력, 전쟁물자를 돈을 주고 사고, 여인들을 성폭행하거나 민간인을 수탈하지 않는 등의 신사적 태도, 마치 신에게 바치는 것과 같은 국가를 향한 광신적 애국, 서구의 앞선 기술은 모방했으나 윤리적 발전은 무시했기에 일본의 성공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 도 흥미로웠다. 특히 마지막에 언급된 잠자는 호랑이 중국의 잠재력을 예견한 부분에서는 잭 런던의 날카로움이 새삼 느껴졌다. 

 

제목대로, 잭 런던이 조선 사람을 엿보기만 한 것 같아 많이 아쉽긴 하나 나름 신선하고 재밌는 조선 관찰기라 함은 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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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화사서설 범우문고 127
김수경 지음 / 범우사 / 199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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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쿠랑 그는 과연 누구인지? 책을 다 읽은 후, 책 자체에 대한 감흥보다는 채 2년도 못 되는 짧은 체류의 경험으로, 이국의 사상과 언어, 도서, 문학에 대한 관찰 결과를 이 정도까지 세세하게 저술한 저자에 대한 놀라움에 압도되었달까. 저자는 혹시 화성인??? 

 

조선 뿐 아니라 중국 문화, 역사, 언어, 철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파악 불가능한 조선 당대의 시대상이 외국인, 그것도 서양인에 의해 기술되었다는 것이 그저 놀랍고 놀라울 뿐이다. 이름도 못 들어본 수많은 책들의 인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특히 '조선의 언어' 부분에서, 이두를 포함한 한글, 한자에 대해 한국 사람인 나도 이해하기 힘든 구조적 비교 분석을 접하고는 정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3,800여권에 달하는 조선 책들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상세한 해설과 문화사적 논평을 한 책이 저자의 <조서 서지>이고 이 책은 그 서론 부분만을 따로 번역한 것이라 하니, 서론이 이럴진대 과연 <조선 서지> 본론은 어떠할지 짐작 가능하지 않은가. 도서관에 잘 정리된 책들을 편하게 열람한 것도 아니고, 책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것도 이국의 책을 3,800여권이나 찾아, 읽고 연구하고 저술한 저자의 열정이 정말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책과 학문에 대한 놀라운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요즘 부쩍 책을 통해 접하게 되면서 드는 생각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역시 사람이라고 다 같은 사람이랴, 인간에게도 등급이 있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 물론 개개의 삶이 모두 나름대로 의미있다고 믿는다.-  

 

암튼, 외국인이 쓴 조선 문화사 책에서 내가 기대한 것은 국사나 국어책 혹은 한국인의 관점과는 좀 다른 무엇이었고 - 생각보다 전문적이라 오히려 당황스러웠지만 - 그 점에선 기대를 저버리진 않았다. 개인적으론, '중국을 능가하고 유럽보다 앞선 인쇄술'이나 한글의 우수성 같은 지겨운 레파토리보다는, 한문의 침투로 인해 불모지가 되버린 조선 문학, 중국 사상의 노예임을 면치 못하고 오히려 중국보다 더 사변적으로 흘러버린 조선의 사상, 독창성도 없고 발전도 없는 정체된 조선의 학예 등 중국을 빼고서는 아무것도 이야기 되지 않는 우리 것의 빈약한 뿌리에 대한 인상이 더욱 강렬했으니까.  

 

잘 모르긴 해도 중국 사람들 자기 나라 역사와 문명에 자부심 갖는 거 충분히 그럴만 하다 생각한다. 물론 우리가 패배주의에 빠질 필요도 없고, 구지 못난 점만 들추어 애들에게 가르치는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는 쿨한 자세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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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 천 가지 표정의 도시 살림지식총서 330
유영하 지음 / 살림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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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험에 의하면, 단순한 여행객으로서 느끼는 어떤 지역에 대한 감흥과, 생활인으로서 현지에 직접 체류하면서 느끼는 감흥은 정말 달랐다. 같은 의미로, 경험만을 통해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현지인의 문화와 생활 양식의 특이성도, 역사와 지리적 여건등에 대한 배경 지식이 좀 있으면 훨씬 더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좀 뒤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홍콩에 대한 가벼운 책을 한 권 골랐다.

 

지독히도 좁은 땅덩어리와 높은 인구 밀도, 15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의 영국 식민지 경험, 중국 반환이라는 역사적 대 사건을 큰 줄기로 홍콩의 역사, 경제, 정치, 문화, 홍콩 피플들의 개성등을 시리즈의 취지에 맞게, 그런대로 잘 요약해 놓았다. 뭐 결론적으로, 아 이래서 이랬군 하고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부분이라든지, 심도있는 분석 같은 건 없었지만 말이다.

 

뭐 뜬금없지만, 이것 저것 다 몰라도 상관없다. 그래도 홍콩은 매력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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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계 살림지식총서 85
강유원 지음 / 살림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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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섣불리 짐작한 내 예상 - 책의 역사, 위상에 대한 개론서 류 -과 달리, 이 책은 대표적 책-고전들(텍스트)-을 통해 바라 본, 정경사문을 아우르는 당대- 세계(컨텍스트)-의 해설서랄까. - 흠, 이제와 보니 제목에 이미 책의 내용이 상징적으로 담겨 있었네 - 짧은 분량에 수메르 문명부터 시작해서, 인류 역사를 훑어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전혀 허접함이 느껴지지 않는, 오히려 압축의 밀도감이 느껴지는 가볍지만 무겁고, 짧지만 긴 이야기가 담긴 책 이었다. 구지 저자의 명성을 모른다 하더라도, 고전과 서양 역사에 대한 그의 깊은 내공을 단박에 느낄 수 있으리라.    

 

이 책을 쓴 목적을 인용하자면. "나는 이 책을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썼다. 하나는 고전에 대한 자극을 주면서 그것들로 직접 다가가는 길을 알려주고, 다른 하나는 그 책들을 읽기 전에 미리 그 책들이 어떻게 서로 이어져 있고 대화하고 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목적이든지 이루어 진다면 이 책은 불필요해진다. 결국 이 책은 잊혀지고 버려지기 위해 씌어진 셈이다."  적어도 내겐 저자의 목적이 120% 달성되었으며, 이 책에 인용된 고전들을 읽고 다시 한 번 이 책을 들춰 보고 싶어지게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이 책은 오래 기억되고 보관되어질 가치가 있다 생각한다.  

 

현학적 표현도, 젠체하는 태도도 없지만 저자는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관계를 쉽고 재밌고, 깊이있게 풀어낸다. 구지 비교해서 뭣 하긴 하지만, 앞서 읽은 <지의 정원>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느낌이랄까. 

 

책 내용 자체도 좋았지만, 텍스트를 사랑한 한 인간의 열정과 깊이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텍스트를 읽고 성장한 인간이 자신의 텍스트를 생산하고, 그 텍스트는 다시 독자와 세상에 흡수되어 컨텍스트가 되고, 그 컨텍스트는 또 새로운 텍스트를 생산하고.... 가만 생각하면 세상사 이치는 다 거기서 거긴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에필로그에 담긴, 책읽기에 대한 그의 솔직한 회의조차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 ..... <파우스트>의 한 구절처럼 모든 이론은 쟂빛이어서 이론은 현실에 맞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든 이론적 파악을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론적 파악의 출발점인 읽기를 그만두어야 하는가? 그것이 극단의 현실에 대한 올바른 대응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은 고전이 보여주는 자아들을 자기몸에 넣어보고, 다시 빠져나와보고, 다시 또 다른 것을 넣어보고, 또 다시 빠져나와 본 다음에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무의미한 일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얻어질 자아가 과연 진정한 것인지 확인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예 텍스트를 손에 잡지 말아야 하는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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