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사 2 - 아리랑 김산에서 월남 김상사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2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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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민족주의, 국가주의, 병영주의의 큰 틀 안에서 베트남 학살, 남과 북의 걸출한(?) 두 지도자 박정희와 김일성, 미전향 장기수, 사학 비리, 사교육, 조선일보, 행정도시 건설 등의 주제가 서술 된다.      

- 책과는 그다지 크게 연관 없는 잡생각들

행형의 변천사 대목에서, 이승만이 '옥중에서 엄청난 양의 책을 읽었을 뿐 아니라 10여 권의 책을 번역 내지 저술하고 80여 편의 신문 잡지 논설을 집필 기고하였다' 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승만은 왠지 우둔하고 고집만 센 꼰대일거라는 만구 내 생각과는 달리 어쩌면, 꽤 똑똑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 정세에 대한 정확한 판단하에, 미국과 적당히 딜을 하면서, 독재 정권을 유지 할려면 남들과 다른 뭔가가 있지 않았을까? 정치의 공과 실을 떠나 그의 개인적 능력을 과소 평가 했을지도 모르겠다. 암튼 이승만에 대해 좀 더 읽어 봐야겠다. 

왠지 요즘 우리 역사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는 탓인지, 김일성에 대한 대목도 자꾸 그런 관점에서만 눈에 들어온다. '중국 공산주의의 일인으로서 중국인으로부터 교육과 훈련을 받고 만주에서 중국 공산주의자들의 지도체계 속에서 승진하였던 이방인'. 이건 뭐 나름 잘 나가고 똑똑한 인물들은 다들 뭐 일본, 미국 아니면 중국 영향을 받았다. 물론 남의 땅에서 더부살이 하다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항일 독립 운동조차도, 중국의 눈치를 봐가며 해야 했고, 새로운 이념이나 문명 - 공산주의- 도 중국을 통해 수용 했어야 했다니. 비단 박정희, 김일성, 이승만 뿐 아니다. 하긴 뭐 요즘도 그렇지 않나. 공부가 깊고, 책 내는 사람들 보면 거진 다 외국물 먹었더라. 작가도 미국에서 10년 넘게 공부하다 왔다지 않나. 그러지 못한 자로서 딴지 거는 걸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취지는 아니고 단지 뭔가 씁쓸하고 안타깝다. 조선은, 한국은, 정녕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변방 지대, 영원한 수입국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이 또한 버려야 할 민족주의인가?  

역사의 진보를 위한 많은 분들의 희생과 죽음에 큰 빚을 지고 오늘날 우리는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다. 소로는 시민들은 고작 선거 때 값싼 표를 던지고는 정의가 지나갈 땐 옆에서 성공하길 빌 뿐이라고 비야냥 거렸지만, 그런 수고마저 하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다. 나는 정치를 잘 모르고 관심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두 명에 한 명 꼴도 안되는 저조한 투표율에, 그나마 온통 한나라당 일색인 내 선거구의 획일적(?) 투표 결과가, 아주 오랫 동안 유지되는 참 신기한(?) 현상을 보며, 1편에서 언급됬던 우리가 투표권을 너무 쉽게 얻었다는 대목을 다시 떠올린다. 그리고 항일 운동, 민주화 운동, 월남전, 그 밖에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혹은 공공의 선을 위해 희생 되신 모든 분들, 결국 죽은 자만 불쌍하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자기 손으로 직접 얻은 게 아니면 그 소중함을 잘 알지 못하고, 또 안다 하더라도 쉽게 잊는게 인간 본성인 것이다.      

* 책 접기 

'강력한 극우반공이데올로기의 세례 속에 자라난 세대들은 빨갱이 사냥에 나설 심리적 준비를 잠재적으로 갖추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 병사들은 식민지 시기 일제에 의한 학살의 피해자였다가, 냉전체제의 확립과정과 한국전쟁을 경험하면서 좌우익 상호간의 동족 내부의 학살에서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급속히 변모한 불운한 민족의 가난한 아들들이었다.' 

'봉건제가 붕괴하면서 자본가나 그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가기구의 주된 관심사의 하나는 근대적인 노동규율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랑자와 빈민층을 근면하고 복종적이면서 근대적인 인간으로 개조하는 일이었다. 지속적인 감시,통제,훈련,교육을 통해 인간을 통제하는 근대적 지배양식은 국가가 통제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시간과 공간을 전적으로 자신의 의도대로 관리하는 감옥을 통해 가장 집약적으로 드러난다.'  

"입시제도는 '모든 사람에게 불평등해질 수 있는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신화에 기초하여 사회적 불평들을 정당화하고 있다. 또 입시제도만큼 우리 사회의 기성질서 유지에 기여하고 있는 제도도 없을 것이다. 이북 공산집단의 남침위협이 국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지만 실제 사람들에게 더 규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입시제도다." 

'미국과 같은 풍부한 물질적 바탕을 갖고서 사람들을 포섭할 수 없었던 우리 사회에서 입학시험은 일반인들을 기존 질서에 순응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장치였다.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과외열풍으로 대표되는 교육열은 피지배계급이 지배체제를 수용하고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적응방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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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사 - 단군에서 김두한까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1
한홍구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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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한국 현대사'를 읽은 후, 2004년에 읽은 이 책을 다시 손에 잡았다. 6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이 좀 더 재밌게 다가오는 이유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나의 기본 이해가 적어도 그 때보단 좀 나아졌다는 것과, 옛 시절과 뭔지 모를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 현 정부 덕택이 아닐런지. 

한국 근대사는, 일재 잔재, 이식 근대화, 압축 근대화, 극단적 민족주의, 부계 혈통주의, 이념의 대립과 분열, 국가주의, 병영국가, 반미 등 몇 몇 핵심 키워드로 요약된다. 특히, 상대적으로 생소했던 부분인 민간인 학살과, 우리 모두가 그 '학살 은폐의 방조자'라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학살' 이라고 하면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 자동적으로 떠오르지, 우리 땅에서, 우리 민족끼리 자행된 -미군은 제껴 두고라도- 수 십만 명의 민간인 학살은 쉽게 생각지 못하지 않는가 말이다. 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일제 잔재 청산 등에 비해 매체나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극도의 반공주의하의 군사독재는 바로 학살의 무덤 위에서 겁먹은 대중을 향해 자행되었'고 이런 '박멸의 기억'에 대한 공포가 우리들의 몸 속에 무의식적으로 새겨져, 지금까지도 파괴력을 지니는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확실히 짚고 넘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하건만.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역사의 주체인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역사엔 뻔하게 변주되는 스토리가 많지만, 고정 관념을 깨는 의외의 사실(?)들도 있고 그것들을 알게 된 것도 이 책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 고정 관념이 아니라 무지 라고 해야 더 정확할까? 암튼 - 태극기가 중국사람의 아이디어에서 나와, 영국 선장의 개조를 거친 요샛말로 오리지낼러티 떨어지는 급조물이었고 - 우리는 타고난 급조의 달인들 인가? - 일제시대엔 친일파와 기독교계 인사들이 오히려 반미에 앞장섰으며 박정희는 남로당의 군부 조직책이었고 김두한 역시 좌익활동을 했었고 진보당에도 몸 담았으며 조선일보 사주 방응모는 납북 중 미군 공습에 사망했다는 것 등등.  

해방 이후 군사 독재까지, 한국은 이념, 계급, 민족이 한데 섞여 펄펄 끓어 오르는 한 그릇의 잡탕같다. 민족이 이념과 계급의 우위를 점하였으나, 결국 그 모든 이데올로기들의 위에는 살아 남기 위한 인간의 생존본능이 있지 않았을까? 살아남기 위해선 영원한 것도, 하지 못할 것도, 안되는 것도 없던 시대. 더구나 우리 맘대론 뭣 좀 해 볼 수도 없었던, 우리 역사에 껌딱지처럼 달라 붙어 아무리 떼내려 해도 떼지지도 않는 미국의 존재. 그래서 한국의 역사를 부끄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되뇌었다.  

그러나 선생님이 아버지의 최종 학력과 직업을 물었을 때,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내 처지가 너무 쪽 팔려서 쭈뼛거리며 손 들 때 느끼던 그 비슷한 감정이 자꾸만 든다. 잘 나가는 아버지를 가진 친구들이 부러웠고, 못 나가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우면서도, 아버지를 부끄러워한 나쁜 아이라는 죄책감도 들었다. 내 조국에 대해서, 나는 아직, 멋 모르는 어린 마음의 철 덜 든 아이일 뿐인가? 아니면 그것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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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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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10주년 서문이 실려 있는 걸 보니, 10년이나 된 묵은 책이다. 하긴 이 책 이름 한 두번 쯤 안 들어본 사람 어디 있겠나. 인생의 참의미, 성공의 비밀 운운하는 반짝 희망, 급 감동, 별난 기술류 책은 '아니, 난 별로!' 인지라, 이 책 볼 때마다, 도대체 모리가 누구길래 이 난리고? 그 정도 였는데, 요즘엔 뭐 이런 책들도 가끔씩 필요하단 생각도 든다. 왜 그런 거 있잖나. 일종의 긴급 수혈 혹은 정기적으로 맞아줘야 하는 진통제 같은 거. 인생은 아름답다느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라느니, 꿈은 이루어진다느니, 그런 책들 보는 사람들 한심하다 생각 했는데, 이제 뭐 좀 시근이 든건지, 이런 보조물(?)에 의존할 만큼 약해 진건지 모르겠다.  

모리 교수님이 들려 주고자 하는 말씀은, 예상하는 대로 별로 새롭지도 복잡하지도 않다. 사랑하며 살 것,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 것, 지역사회에 봉사할 것 정도. 루게릭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둔 그는 방송과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 물론 죽음 직전에 자신이 느낀 인생의 소중한 지혜를, 가능한 많은 대중과 나눌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방송을 이용하는 거라지만 - 제자와 죽기 전 나눈 이야기들을 엮어 출판을 시도하고, '생전 장례식'을 치르기도 한다. 얼핏 '죽음의 이벤트화'처럼 느껴졌다. 명랑 히어로에서 '가상 장례식' 코너를 진행한 적이 있다. 물론 얼마 못가 막 내렸지만. 그 코너를 보면서 프로그램의 좋은 기획 의도는 이해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거북했던 것 처럼 말이다. 죽음에 대한 미국과 동양의 사고 방식의 차이 때문인가? 암튼, 상상하지 못할 고통의 시간 속 에서도 가르침을 주고자 했던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과 발상의 전환(?)이 다소 이질적이긴 했으나, 읽는 사이 사이, 나 자신의 삶도 비추어 생각해 보는 의미있는 시간 이었다.  

약발 떨어지면 다시 또 한 방이 필요 하겠지만, 당분간은 그럭저럭 괜찮지 않겠나.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되도록이면 스킨쉽을 많이 해야겠다. - 근데 그 사람들도 좋아 할지는 모르겠다. ㅋㅋ- 나이가 드니 눈물이 많아진다.      

* 책 접기 

"그가 전혀 자기 연민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루 중 자기 연민을 느껴도 될 시간을 따로 정해 둔다면 얼마나 유용할까? 몇 분만 눈물을 흘리고 그날의 나머지는 즐겁게 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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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을 위한 한국현대사 - 소나무총서 31
박현채 지음 / 소나무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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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한국 현대사에 대해 배운 기억이 없다. 국사 책 말미에 간략하게, 해방과 한국전쟁 정도까지만 언급되고 그나마도, 학력 고사 시험 범위가 아니라서 수업도 안했던 것 같다. 물론, 거의 17년 전 일이니, 정확한 기억이 아닐수도..  어쨌든, 왜 학교에선 제대로 된 현대사를 가르치지 않았을까? 뗀석기 간석기 보다는, 한국전쟁이나 제 5공화국 같은 가까운 현대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여러 면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실용적이지 않나? 진정한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너무 일러서? 좆도 내세울 거 없고 쪽 팔려서?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다. 얼마 전 티비에서,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 준다는 취지로 국사 과목이 폐지되어, 기본적 국사 지식도 없는 학생들이 많고 일례로, 안중근 의사가 누구냐는 질문에, 의사(doctor)아니냐고 답한 학생도 있었다는 웃기는데 웃지 못할 뉴스를 본 것 같기도 하다. 

수학 내신 5등급을 받고도 서울대에 들어갔다는 어느 학생의 공부법을 읽어보니, 줄기 교재를 하나 정해 놓고 마스터 할 때 까지 여러 번 반복 학습하고, 응용력을 기르기 위해 가지 문제집을 두 세권 더 풀었다 한다. 같은 원리가 적용 된다면, 이 책은 한국 현대사 (1945~1991, 해방~제 6 공화국) 의 탄탄한 줄기 교재로 손색이 없다. 뭐든지 기초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니겠나? 각 시대, 각 주제별로, 전문 학자들이 나뉘어 기술하는데, 박명림의 <한국 전쟁의 구조: 기원,원인,영향>가 젤 좋았다. 책을 덮고 나니, 막연히 알던 현대사의 단편적 지식들이, 마치 퍼즐을 다 맞춘 듯, 어슴푸레하나마 하나의 그림으로 정리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첫 단추가 도대체 어디서 부터 잘 못 채워졌지 하는 호기심에 아무래도 1940~1950 (해방, 미군정, 한국 전쟁) 를 제일 재밌있게 열심히 읽었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탄스타플'이 역사에도 적용된다. 역설적으로, 힘들게 쟁취한 것은 쉽게 잃지 않는다는 말도 되겠지. 해방이 우리의 피땀으로 이루어진 항일투쟁의 결과 였다면, 외세극복이라는 영원한 굴레에서 조금은 더 자유롭지 않았을까? - 이건 도무지, 미국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시대, 분야가 없다.- 더 거슬러 올라가, 이 모든 비극의 씨앗인 일본 식민 통치가 없었다면? 학자들이 말하는 것 처럼, 우리도 선진 문물을 빨리 받아 들여 중세 봉건주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혁하고 군사력과 경제력을 키워 강대국이 되었다면? 아마 일본처럼 침략국가가 되었거나 - 이는 또다른 비극이다 - 아예 미국같은 슈퍼 울트라 강대국이 되지 않는 한, 결과는 똑같았을거라 생각하니 더 씁쓸하다. 운명론적 발상인가? 암튼 좀 더 공부해 봐야 될 일이고.   

특히 미군정 시기(1945~1948)는 한국 현대사에 있어서, 아동 발달학으로 정의하자면 '결정적 시기(critical peorid)' 였다고 보인다. 아이로서, 제대로 된 정치/경제/사회/문화의 토대를 스스로 학습하고 내면화시킬 시기에, 외부 세력(미국)이 개입했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 지금까지도, 뿌리 깊은 갈등과 여러 문제들로 고통 받는 것이다. 군대, 경찰, 관료조직, 정치, 경제, 사회 등 거의 모든 분야의 단추가 잘 못 채워졌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의 '결정적 시기'로 볼 수도 있겠다. 나의 선입견과 달리, 치안, 농업, 공업등 많은 분야에서, 전국적인 조직이 -조선 노동 조합 전국 평의회 등- 자생적으로 형성 되었으나, 미군정과 지배세력의 방해로 인해, 생산적 발전 가능성이 아예 거세 되었으며, 농지개혁, 귀속 사업체 불하, 원조 특혜 배분 등으로, 그들과 결탁한 신흥 관변 자본가들을 생성하고, 민중을 억압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군대를 창설하고, 경찰을 일제 출신에서 선출하여 - 경찰 간부 중 82%가 일제 출신이다. 놀랍지 않은가? 열 명에 두 명. 그것도 고급간부는 100%다- 모든 분야에서, '친미, 반공, 반민중적' 이라는 태생적 한계의 굴레를 씌운다.   

한국 전쟁을 보자. 남/북은 부모 로부터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부부다. 애초부터 부부사이에 갈등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 내적 갈등을 해소할 일종의 냉각 기간도 갖지 못한 채,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력한 양쪽 부모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혼 당하고, 것도 모자라 피흘리며 부모들의 대리전까지 치룬다.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성과 잔인성을 동반하며 진행된 전쟁의 양상은 점령과 수복, 보복과 반보복,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면서 서로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증오심을 각인시키며 남북한 체제의 분단 구조와 분단 의식을 내면화 시켜 갔다. 오랫동안 그것은 동족이라는 민족 의식을 훨씬 뛰어 넘고도 남았다. 상대방은 자기의 생존을 위해 다만 타도되어야 할 대상일 뿐, 동족이라는 의식이 틈입할 사치스런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오늘날 심각한 생존 경쟁의 한 뿌리를, 어쩌면, 한국 전쟁 속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을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어야 하는 논리가 전쟁보다 극명하게 적용되는 상황이 어디 있겠나? 그래, 잊고 있었다. 우리는 전쟁을, 그것도 내전이라는 특수한 전쟁을 치룬 나라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자식들인 것이다.         

별거 아니지만 흥미로운 몇 가지 사실.

* 영어- 미군정과 한민당 (친일파 민족 반역자, 지주, 매판 자본가들의 반혁명 지배 연합)의 연합과정에서의 통역관의 역할 & 미군정에 의한 군대 창설 과정에서 일본군, 만주군 출신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는 광복군과 달리, 군사 영어 학교에 입교한 만주군과 일본군계는 정부 수립 이후까지 군부의 고위층을 독점 : 뭣 좀 먹고 살려면, 이 놈의 영어는 해방때 부터 중요했구만.   

* 대구 - 미군정의 탄압과 남한 단독 정부 수립 반대로 총 파업 & 1960년대 최초로 전국 교원 노동 조합 결성 & 경북대생들, 박정희 정권의 성격을 파시즘으로 규정, 투쟁 : 대구는 역사적으로 반정부, 개혁적 성격이 강한 도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왜?  

* 야당 - 한민당/민주당 '그들이 야당 세력, 또는 체제 반대 세력으로 전환한 것은 다만 이승만과의 갈등 또는 그 정권하에서의 소외 때문으로 설명되어야지 독립 운동 경험, 또는 반독재나 민주화 들로 설명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권력의 배분이며, 민중적 힘에 의한 민주화는 아닌것이다.' : 그러면서 야당의 정통성 운운? 지금도 별로 달라진 건 없군. 

* 분열 - 좌익 내부의 분열, 야당 내부의 분열 : 결정적 순간마다 분열이 있었다. 그러니까 사람의 역사겠지만. 분열 분열 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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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동서 미스터리 북스 23
펠 바르.마이 슈발 지음, 양원달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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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추리소설. 순문학까지 포함해도 스웨덴 작가의 작품은 처음이지 싶다. 그래서인지 오타 외에도, 일어 중역의 어색함이 간간이 보이기도. 무엇보다, 무슨 놈의 ~손들이 그리 많이 나오는지. - 라손, 몬손, 에릭손, 크리스찬손, 콜손, 아사르손, 빌알손, 올손, 요란손 등등- 이노무 손들, 대충 적어도 이 정도니, 머리가 더 나빠진 때문인지 생소한 스웨덴식 이름 때문인지, 암튼, 가가 가가? 많이 헷갈렸다. 머리 쓰기가 점점 귀찮아지는 중에, 제목부터, 경관은 왜 웃을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간만에 머리 좀 굴리며 읽었더니 뇌가 다 뻑적지근하네.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큐멘터리 3일과 수사반장을 짬뽕해 놓은 것 같다고 할까? 형사의 직업인/생활인으로서의 애환이 묻어 나는가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 탄탄한 구성, 살아있는 캐릭터들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으로 옮겨 놓아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고 찾아보니 이 소설이 원작인듯 보이는 일본 영화가 있긴 있다.-  경찰 포함 일곱 명의 시체와 한 사람의 중환자가 이층 버스 안에서 발견된다는 막막한 발단에서 시작하여, 풍부한 이야기(에피소드)들이 범인을 찾아가는 조사 과정을 채운다. 일단 희생자 8명 각각의 이야기들과 형사들의 사연에 과거 미제 사건까지 등장하면서, 독자를 낚기 위한 충실한 미끼(?)의 역할을 제대로 한다. 진짜 미끼와 가짜 미끼를 구분 하기 위해 작은 실마리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 세우다 보니 피곤할 정도. 첨부터 뻔한 범인이어선 안되겠지만, '이 사람은 일단 탈락!' 하고 한 명 씩 제껴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이건 뭐 끝까지 애매하다. 작가의 역량 때문인지 내 머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전자라고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작품의 매력이 반감 되니까.      

힘들게 찾은 - 내가 아니라 형사들이 - 범인. 용서할 수 없다. 살인 전에도 쓰레기 같은 인간이었고, 살인 후에도 죄의식이나 반성도 없다. 그러나 쓰레기 같은 인간이든 아니든 간에, 안정된 삶에 대한 욕망의 값은 똑같지 않나? 아니, 쓰레기 같은 인간들이라면, 오히려 더 강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자 타인의 삶에 함부로 개입하여 장애물이 될 권리는 없다. 테레사는 범인에게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지 않은가? 통제력을 잃은 그녀의 이기적 욕정과, 자신의 욕망이 타인의 삶에 미칠 파급력에 대한 무지함과 무책임함에 필요이상 분노 하면서도, 무고한 사람을 여덟이나 죽인 범인의 살인동기를 너그러이 이해하고 동정하는, 나의 이중적 판단기제를 도대체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단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인생을 황폐화 시키는 작자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댓가를 치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설령 그 댓가가 죽음이라 할지라도. - 내 안에 미치광이 살인자의 유전자가 조금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지 않나. 그래서 경관은 마지막에 웃어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 책 접기 

"경찰에 대한 증오는 사회 모든 계층의 가슴에 자리잡고 있는 거야." 

"결국 모두들 경찰을 필요악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세. 어떤 인간이라도 언제 어느 대, 의지할 곳은 경찰뿐이라는 상황에 말려들지도 모른다는 걸 모두 알고는 있어. 그야 상습적인 범죄자들도 예외는 아니지. 강도 역시 그렇겠지. 밤중에 자기 집의 지하실에서 수상한 소리가 나서 눈을 뜨게 되었다면 그는 어떻게 할까? 물론 경찰에 전화하겠지. 그러나 그런 상황과는 인연이 없는 때 경찰이 덮치거나 마음의 평화가 어지럽혀지면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포나 경멸로서 대응해 오거든." 

"어느 삶이고 스스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후회스러워하는 따위의 쓰레기들 뿐이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의 주사위가 뜻대로 안되는 방향으로 구른 것은 그 사람들만의 책임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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